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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5화
PAYLUA ORIGINAL · 제45화

45화. 책임의 가격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947자

오프라인 책장
일요일 새벽, 박혜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회사가 합의금을 주겠대요.' 나는 시계를 봤다. 12월 6일 오전 6시 20분. 통보가 새벽에 왔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가 밤새 생각하다가 내게 연락한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전화하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요청하지 않은 상담을 시작하면 또 누군가의 결정을 대신하는 셈이 된다. 대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면 문서를 보존하고 전문가에게 보여달라고 답했다. 오전 아홉 시가 되자 그녀가 전화를 걸었다. "계약갱신이 안 된 건 회사 사정이고, 제 기록을 정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원해주겠대요." "조건은요?" "외부에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 내용을 퍼뜨리지 말라고요. 이미 제출한 진술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자세한 문구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하지 말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서명 전에 문구의 범위, 이미 제출한 자료와 법적 의무에 미치는 영향, 지원금 지급 조건을 확인해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이미 노무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했다. "받으면 제가 돈 때문에 입을 닫은 사람이 되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생활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다만 어떤 권리나 진술에 영향을 주는지 알고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녀는 오래 침묵했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저는 일을 다시 구해야 해요. 옳은 말만 하다가 월세를 못 내면, 그건 누가 책임져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그 싸움의 월세를 내주지 않는다. 점심에 한유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박혜림에게 합의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사실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확인했다. "회사 쪽 사람이 제보했어요. 혜림 씨가 합의금을 요구했다고요." "그건 제가 확인한 내용과 다릅니다. 하지만 당사자 동의 없이 어느 쪽 말도 인용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이미 제목까지 알려주더라고요. '보상금 요구한 내부고발자'." 나는 화가 치밀었다. 누군가가 먼저 돈을 제안해놓고, 상대가 요구했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쉽게 사람을 침묵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제보자의 주장과 박혜림의 설명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거짓말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자료를 먼저 확인합시다." 내가 말했다. "합의서 초안이 언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와 누가 제안을 시작했는지요." 한유리가 숨을 내쉬었다. "기자를 이용해 먼저 압박하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럴 가능성은 있죠. 그렇다고 기사로 맞받아칠 필요는 없습니다." 오후 한 시에 오선영이 전화를 걸었다. 박혜림의 계약 관련 문서는 형사 수사와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수사 중인 자료의 보존 의무나 적법한 진술에 대한 압력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합의 제안 자체가 범죄라는 뜻은 아니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선배, 이 사건에서 사람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점점 비슷해집니다." "어떤 방식?" "일단 누군가에게 불리한 기록을 만들어놓고, 그 사람이 기록을 고치려 하면 그 행동을 또 책임 회피의 증거로 만드는 거예요." "동기가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마. 회사도 부서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그녀 말이 맞았다. 최명환은 회사의 손실을 줄이려 할 수 있다. 법무팀은 소송 위험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외부 용역업체는 계약을 유지하려 할 수 있다. 그 목적들이 우연히 한 사람에게 같은 압박이 될 수도 있었다. 모든 행동을 하나의 악당에게 묶으면 오히려 실제 책임자를 놓친다. 저녁 무렵 15만 원을 받았던 경비원 김동식에게서 간접적인 소식이 왔다. 경찰 조사가 길어지는 동안 그가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경력이 문제 됐다는 것이다. 나는 무심코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가 멈췄다. 그는 돈을 받고 출입 기록을 생략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을 했고, 그것은 수사에 실제 위험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김동식이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비난과 면죄부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었다. 그가 왜 그 돈을 받았고, 누가 그 행동으로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분리하는 일이었다. 오선영은 김동식이 당시 돈을 건넨 사람의 인상착의를 처음 진술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새 진술이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본 뒤 나온 것이라 그대로 독립 증거로 쓰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 오히려 진술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그 사람이 거짓말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어도, 기억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봐야 해." 나는 그날 한유리에게 공개된 사진을 김동식에게 다시 보여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 번만 보여준 사진도 누군가의 기억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오후 여섯 시, 박혜림에게서 긴 메시지가 왔다. 합의서 초안을 상담받았고, 회사 측에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금전 지원은 거절하지 않되, 적법한 신고와 이미 제출한 진술을 제한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문장은 빼달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결정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고른 판단에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정리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박혜림은 짧게 말했다. '이건 제가 정했습니다.' 그 문장이 좋았다. 상대는 그녀를 부당한 책임의 대상, 돈을 요구하는 사람, 불신할 증인이라는 세 가지 중 하나로 만들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중 어느 이름도 고르지 않고 자기 생활을 지킬 방법을 찾았다. 저녁에 나는 김동식의 15만 원과 박혜림의 합의 제안이 전혀 다른 돈이라는 사실을 다시 적었다. 하나는 경비원이 출입 기록을 생략하기로 하고 받은 돈이었다. 다른 하나는 회사가 분쟁 해결 명목으로 제안한 돈이었다. 둘을 같은 뇌물이라고 부르면 이야기는 빨리 만들어진다. 그러나 사실을 설명하는 힘은 사라진다. 그날 박혜림은 나에게 자신의 가계부 사진을 보내려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생활이 어렵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타인에게 통장 잔액을 보여줄 의무는 없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정을 증명하는 눈물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보였다. 나는 김동식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돈이 급했을 가능성은 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지만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박혜림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반대로 그녀의 진술을 의심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돈을 받았다는 하나의 문장으로 사람들의 책임을 똑같이 재단하는 건 편한 이야기였다. 실제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밤 아홉 시, 오선영에게서 새로운 자료가 왔다. 회사 측 합의 제안과 비슷한 시각에 익명 발신자가 한유리에게 보낸 사진에서 박혜림의 이름은 '보상 신청 완료'로 표시돼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합의한 적 없다고 했죠?" 내가 물었다. "응. 그리고 그 표가 회사 내부 원본이라는 증거도 없어. 누군가 미리 상태를 써놓은 것일 수 있어." 나는 사진 속 단어를 바라봤다. 완료.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해친 말이었다. 완료되지 않은 일을 완료라고 적어두고, 그 표시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위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박혜림은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한유리도 그 표를 기사로 쓰지 않았다. 오선영은 상태 표기의 출처를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익명 발신자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어디까지 예상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우리가 그대로 그 표를 믿지는 않았다. 그날 마지막으로 박혜림이 보낸 문자는 짧았다. '합의금보다 먼저, 저를 확인 완료로 처리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요.' 나는 그 문장을 오선영에게 전달할지 망설였다. 당사자가 내게 개인적으로 한 말이었다. 먼저 동의를 구했다. 박혜림은 괜찮다고 했다. 전달하고 나니 내 손에는 또 하나의 '확인' 기록이 남았다. 이번 것은 누가 대신 눌러준 초록색 버튼이 아니었다. 박혜림이 직접 자신의 말을 전달해도 좋다고 결정한 기록이었다. 그 작은 차이가, 이 소설 같은 사건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승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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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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