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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2화
PAYLUA ORIGINAL · 제42화

42화. 인쇄되지 않은 안내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63자

오프라인 책장
정민규가 두 번째 경위서를 쓴 날,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잘못이 아닌 일까지 적지 않았다. 12월 3일. 오선영은 그에게 공용 계정 접근 제한 요청이 처리되지 않은 경위를 다시 쓰게 했다. 처음 보고서에는 '제가 계정을 해제된 상태로 방치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문장이 달라졌다. '접근 제한 요청을 11월 27일 담당 부서에 전달했으나, 실제 조치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선영이 내게 그 문장을 읽어주었다. 나는 옳은 정정이라고 말했다. "민규는 그 차이가 책임을 피하려는 말처럼 보일까 봐 걱정하더라." "누가 실제로 제한을 처리할 권한이 있었는지부터 정해져야 하죠. 확인을 안 한 책임은 민규 것이고, 계정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 다른 문제입니다." 선배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수사팀 안에서도 같은 말을 해야 해. 사고가 생기면 누군가 한 명 이름을 적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그래야 보고서가 빨리 끝나니까." 나는 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보험사에서도 그랬다. 여러 단계의 승인 오류가 생기면 마지막 확인 버튼을 누른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몰았다. 그렇게 하면 진짜 오류를 만든 절차는 아무도 고치지 않아도 되었다. 정민규가 제출한 보완 경위서에는 놓친 회신의 날짜도 적혀 있었다. 그는 바빠서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선영은 '바빴다'는 말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같은 시간에 처리한 업무 목록을 첨부하게 했다. 그것이 변명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유가 되도록 했다. 오후, 온새문서지원에서 보존해둔 공용 단말의 운영 기록 일부가 수사팀에 제출됐다. 서류가 적법한 절차로 확보되고 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나는 원본을 보지 못했다. 오선영은 사실로 확인된 범위만 알려주었다. "문서 제목이 열람 기록에 남은 건 맞아. 그런데 파일 본문을 누가 읽었다고 볼 자료는 부족해." "미리보기일 가능성도 있습니까?" "그것도 포함해서 확인 중이야. 예전 시스템은 목록에 커서를 올려도 미리보기 요청을 남겼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용 계정이 열려 있었고, 문서 제목이 호출됐다. 그것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문서를 훔쳤다는 이야기와 다르다. 그러나 접근 제한이 제대로 되었다면 누가 그 요청을 보냈는지 알아보기는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럼 담당 부서에서 완료 처리를 누른 사람은요?" "그 사람도 확인하고 있어. 누른 버튼이 '접수 완료'였는지 '제한 적용'이었는지 화면부터 다르더라." 전화를 끊고 나는 내 업무 대장에서 같은 오류를 찾았다. '전달 완료'와 '처리 완료'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단어 하나가 다르지만 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쉽게 같은 뜻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각 단계 옆에 확인 증빙을 붙일 공간을 만들었다. 오후 네 시, 한유리가 온새문서지원 전직 인쇄 담당자의 말을 전했다. 그곳에서는 문서가 바뀌어도 누군가 출력한 종이가 그대로 남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했다. 전자파일 기록과 실물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사람이 뭔가를 봤대요?" "출력실에 이름 없는 표지가 쌓인 걸 기억한대요. 하지만 배정우 문서인지도 모르겠고 날짜도 정확하지 않아요." "좋습니다. 그 상태로만 적으세요."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증언이 나오면 앞에다 '충격적인 발견'이라고 붙였을 거예요. 지금은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문장 하나로 줄이기가 더 어렵네요." 나는 그녀가 어려워하는 이유를 알았다. 사람은 모르는 것보다 알아냈다고 믿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진실은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에야 보이기도 했다. 저녁 무렵 박혜림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퇴직한 기록보관 업체에서 확인서가 왔다는 것이다. 근무하지 않았던 날에도 그녀의 계정으로 인수 확인이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그 자료를 손에 쥐고도 기뻐하지 못했다. "그러면 제가 한 게 아니라는 증거 아닙니까?" "그 날짜에 계정 처리가 됐다는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다만 누가 접속했는지는 별도 기록이 필요합니다." "제가 접속하지 않았는데 누가 제 이름을 쓴 거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금 확인서를 경찰과 상담 중인 전문가에게 같이 보여주세요."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저는 그날 엄마 수술 기다리느라 전화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그런데 누군가 제 이름으로 업무를 끝냈다고 써놓고, 몇 달 뒤엔 왜 그 업무를 제대로 안 했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에 나는 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분노는 설명이 필요 없는 종류였다. 그 무렵 오선영은 전산 담당 부서에도 별도 경위서를 요구했다. 정민규가 요청서를 보낸 날짜와, 담당자가 업무를 배정받은 날짜 사이에는 하루가 비어 있었다. 접수함이 자동 분류되는 과정에 누락이 있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나는 그 설명이 확인된다면 정민규의 잘못이 없어지는지 물었다. "아니." 선배가 말했다. "민규가 회신을 확인하지 않은 일은 남아. 대신 요청을 받은 부서가 언제 뭘 해야 했는지까지 봐야지." 그녀는 공용 계정이 실제로 제한된 시점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잘못된 접근을 허용했는지와, 지금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고쳤는지는 별개였다. 나는 그날 예전 보험사에서 쓰던 업무 분장표를 찾아봤다. '처리 담당'은 정해져 있었지만 '완료 확인 담당'은 없었다. 그래서 모두가 자기 앞의 문서를 넘기는 데만 열심이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누구의 업무도 아니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름 하나를 비난하는 것보다 표의 빈칸을 채워야 했다. 밤에 오선영은 박혜림 계정으로 처리된 확인 가운데 하나가 '수신'이 아니라 '배포 목록 재정리'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박혜림이 읽지 않은 문서를 읽었다고 만들어진 과정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여러 단계의 기록이 서로의 근거가 됐을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사람 하나를 범인으로 만들려면 정말 복잡한 일이 필요한 줄 알았는데요." 내가 말했다. "때로는 단순해. 잘못 쓴 말을 아무도 고치지 않으면 되니까." 내가 대답하려 할 때, 선배가 말을 이었다. "근데 이번에는 다른 기록이 나왔어. 공용 단말에서 02-A 파일 제목이 조회되던 시간에 누군가 프린터의 오류를 신고했어. 인쇄 작업 자체가 실패했다는 기록이 있어." 나는 잠시 생각했다. 문서를 인쇄하려 한 것과 인쇄물을 손에 넣은 것은 달랐다. 실패했다는 기록만으로 누가 무엇을 시도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출력 실패를 이유로 다른 출력기로 다시 보냈을 수도 있겠네요." "그걸 지금 확인 중이야. 다만 실패한 작업번호 하나는 남아 있어. 누가 쓴 계정인지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건 그 번호야." 나는 노트에 '출력 실패'라고 쓰고 옆에 '유출 확정 아님'이라고 덧붙였다. 실패한 인쇄를 누가 했는지 찾아도 살인범을 바로 찾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누가 문서를 보았다고 주장하는지 검증하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정민규가 그날 오선영에게 한 말도 전해 들었다. "제가 확인을 놓친 건 고칠 수 없어요. 그래도 그 계정을 이용한 사람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 뒤집어쓰고 끝내진 않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비로소 그의 사과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잘못을 인정하는 일에는 사실을 끝까지 구분해내는 책임도 있었다. 자정이 되기 전, 실패한 출력 작업의 문서 제목이 확인됐다는 메시지가 왔다. 배정우 사건기록 수정본이 아니었다. 제목은 '열람 대상자 이의신청 안내문'. 박혜림에게 한 번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추정되던 바로 그 종류의 문서였다. 나는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현재 사건을 덮고 있던 거짓 기록이 과거의 한 장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작업번호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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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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