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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화
PAYLUA ORIGINAL · 제4화

4화. 명함 뒷면의 C-12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5,000자

오프라인 책장
사건 현장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사진이 말하는 내용을 쉽게 믿는다. 나는 사진을 믿지 않는다. 사진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확인하지만, 사진 밖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1월 4일 오전 1시 12분, 오선영에게서 배정우의 집 현장사진 세 장이 왔다. 개인에게 흘려도 되는 자료인지 걱정돼 나는 먼저 물었다. 그녀는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은 가렸고, 사전에 나에게 도착한 자료와 같은 이미지가 있는지만 확인해달라고 했다. 공식 수사자료의 원본은 당연히 경찰이 보존하고 있었다. 배정우는 거실 탁자 옆에서 발견됐다. 현장의 자세한 상황은 가려져 있었지만, 사진 구석에 놓인 종이컵과 뒤집힌 달력이 보였다. 나는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화면에서 확인했다. "처음 메일에 있던 사진과는 다릅니다." 내가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럼 확인하고 싶은 건 뭡니까?" "네가 받은 노란 플라스틱 조각 있잖아. 그거랑 비슷한 게 현장에 있는지." 나는 세 장을 다시 보았다. 하나는 구석의 신발장, 하나는 거실 바닥, 마지막은 작은 쓰레기통의 바깥쪽. 노란색은 없었다. 대신 신발장 위에 길쭉한 회색 봉투가 있었다. 봉투 겉면에 작은 사각형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봉투가 뭡니까?" "아직 열람 못 했어. 봉인이 완료되면 확인할 거야." "누가 보냈는지부터 보는 게 좋겠습니다." "알아. 넌 좀 자." 전화가 끝났다. 잠을 청하려다가 멈췄다. 애초에 사건의 시작은 '내일'이라는 단어였는데, 나는 벌써 어제와 오늘의 시각표만 뒤지고 있었다. 상대가 고른 시간표 안에서 사고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문서가 보여준 네 가지 사실과, 보여주지 않은 네 가지 사실을 적었다. 보여준 것은 장소, 사람, 시각, 용의자. 빠진 것은 사건번호, 작성자, 검증 경로, 원본의 출처. 멀쩡한 수사보고서처럼 꾸몄지만 제도 안에서 누가 책임지는 문서인지 알 수 없었다. 정확한 사실은 이랬다. 임소율이 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예고한 시간에는 살아 있었다. 배정우는 죽었다. 경찰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이메일보다 1분 늦게 정식 보고했다. 그렇다고 이메일 발신자가 미래를 알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경찰의 최초 발견자, 건물 주민, 범행에 관여한 사람이라면 더 일찍 알 수 있었다. 새벽 2시 5분, 배정우가 살던 건물 관리인의 진술이 경찰에 접수됐다. 오선영은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 줬다. 오후 여섯 시쯤 배정우의 집에 택배상자를 들고 간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관리인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택배상자는 크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택배 회사 기록은?" "현재 확인 중. 그 남자가 진짜 택배기사인지도 모르니까." "배정우가 받은 물건이 있습니까?" "현장에서 포장재는 확인했어. 송장 부분은 훼손돼 있었고." 수사 초반에 가장 위험한 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택배상자 하나로 살인범을 정하고 싶어지면 그다음부터 모든 증거가 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오선영에게 다른 가설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짧게 답했다. '이미 썼어.'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한 건 아니었다. 밤새 그곳에 있었으니까. 아래층 카페가 문을 열자 나는 커피 대신 뜨거운 보리차를 샀다. 주인은 어제도 철야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일이 좀 꼬였다고만 답했다. 누군가 죽은 사건을 일상의 피로로 표현하는 것이 싫었지만, 상세히 말할 수는 없었다. 오전 9시, 임소율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내가 받지 않았다. 보호 중인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면 경찰의 진술 절차를 흐릴 수 있었다. 잠시 뒤 오선영의 연락이 왔다. "임소율이 네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대. 내가 옆에 있는 상태로 통화할 거야. 괜찮겠어?" 나는 동의했다. "서 조사관님." 임소율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듣고 있습니다." "배정우 과장님이 죽었다면서요."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죽은 건가요?" 나는 쉽게 위로하지 않았다. '당신 때문이 아니다'라는 말도 지금은 확인되지 않은 판단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어제 저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약속대로 가라. 나도 더는 버틸 수 없다'고요." "경찰에 제출했습니까?" "네. 그런데 그 문자가 진짜 과장님이 보낸 건지 모르겠어요. 그 번호는 원래 쓰던 번호가 아니었거든요." 오선영이 옆에서 말했다. "문자 기록은 확보했어. 기술적으로 확인하고 있어." 나는 임소율에게 물었다. "약속 장소에는 왜 가기로 했습니까?" "서류를 받으려고요." "어떤 서류죠?" "제가 승인했다는 돈이 실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서류요." "누가 주겠다고 했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의 끝에서 오선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말해도 돼. 지금 여기엔 우리 둘뿐이야." "그 사람이 다치면 어떡해요?" 나는 질문을 바꿨다.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기 어렵다면, 그 사람이 서류를 직접 만들었는지만 알려 주세요." "아니요. 보관하는 사람이에요." "회사 직원입니까?" "지금은 아니에요." 오선영이 재차 묻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이름 하나를 강제로 얻으려다 진술 전체를 잃는 것보다, 사실의 범위를 좁혀 가는 편이 낫다. 통화가 끝난 뒤 오선영은 나에게 임소율이 서류를 받기로 한 사람을 끝내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낯선 문장 하나를 진술했다. '그 사람은 이름이 기록에 남는 걸 제일 무서워해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돈을 횡령한 사람이라면 기록이 남는 걸 싫어하겠지만, 서류를 보관하는 사람도 그럴 수 있다. 사실을 말해 회사와 싸우게 되는 직원에게 기록은 보호가 아니라 위협이 되기도 한다. 오후 1시 30분,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한유리 기자. 경제지에서 기업 비리 사건을 취재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인터뷰를 두 번 했고, 내가 어떤 회사의 거짓말을 입증했다고 해서 무작정 기사를 쓰지는 않는 기자였다. "배정우 씨 사망 사건, 알고 계시죠?" "공개된 내용이 있습니까?" "공개된 건 없어요. 그래서 확인하러 왔죠." 그녀는 식탁처럼 작은 내 상담 테이블에 휴대전화를 올려놓았다. 화면에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서진혁이 조작된 살인 예고를 경찰에 보내 배정우를 용의자로 만들었다.' 나의 이름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누가 보냈습니까?" "취재원 보호 때문에 말씀 못 드립니다. 대신 질문에는 답해 주세요. 보내셨나요?" "문서는 보냈습니다. 조작했는지는 모릅니다. 원본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배정우를 범인이라고 판단했습니까?" "아닙니다. 문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한유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다. "두 문장은 기사에서 아주 다르게 보이겠네요." "그래서 정확히 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제가 받은 메시지에는 경찰이 배정우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간까지 적혀 있어요."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그 정보를 누가 알고 있습니까?" "그걸 제가 왜 조사관님께 알려 드리겠어요? 제가 알아내야죠." 그녀는 진짜 기자였다. 내게 호의적이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았다. 자신이 가진 정보의 값을 알고 있었다. 나가기 전 그녀가 물었다. "서진혁 씨. 누가 당신을 범인으로 만들려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제가 한 말을 정확하게 남겨야죠." "그걸로 충분할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작은 거기서 해야죠." 문이 닫혔다. 나는 오선영에게 한유리와의 면담 사실을 알렸다. 문이 닫히고도 한동안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배정우의 가족은 지금 어느 병원 복도에서 시신 인도를 기다리고 있을까. 살아 있을 때는 범인처럼 이름이 돌고, 죽고 나서는 피해자처럼 이름이 돌았다. 그 사이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지난해 배정우와 처음 면담했던 날의 기억을 끌어냈다. 그는 질문에 대답하기 전 항상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두 번 눌렀다.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정산 금액을 물었을 때도, 회사 지시를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임소율에게 지급 승인을 요청한 이유를 물었을 때는 손가락을 멈췄다. '대리님한테 떠넘기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작성한 건 맞아요.' 그가 했던 말이었다. 당시 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의 방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된 지금, 그 말은 다르게 들렸다. 범죄를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라 최소한 문서 작성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면담 메모에서 그 문장을 찾아 날짜를 확인했다. 막연한 추억이 아니라 적어 놓은 사실이었다. 사람의 기억은 현재의 감정에 맞춰 바뀌지만, 당시 적은 문장은 적어도 그 순간의 대화를 남긴다. 배정우에게 남겨진 가족이 있다면 그들도 이 기록을 언젠가 봐야 할지 모른다. 그때 내가 정확한 말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도 나도 한 번 더 누군가에게 이용될 것이다. 수사 내용을 밖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상대가 이미 어떤 주장을 퍼뜨리고 있는지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오선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삼십 분 후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는 한 문장만 있었다. '배정우 집 회색 봉투에서 네 명함이 나왔어.'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명함은 누구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의 이름은 사건기록에서, 기자의 취재원 메시지에서, 죽은 남자의 집에서 차례대로 발견됐다. 배정우가 내 명함을 갖고 있었다면 이상하지 않다. 지난해 그를 만난 적이 있으니까. 다만 그 명함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나는 오선영에게 답장을 보냈다. '명함 뒷면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가 누구에게 주었는지 구분할 수 있는 표시가 있는지 보겠습니다.' 그녀의 답은 십 분 뒤에 왔다. '뒷면에 볼펜 글씨. C-12.' 그제야 노란 플라스틱 조각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러나 내가 받은 사진 속 조각과 배정우 집의 명함이 연결됐다는 것만으로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의문이 더 늘어났다. 지난해 받은 명함 한 장이 오늘 죽은 남자의 집에 있다면, 그가 죽기 전에 무엇을 알았기에 내 이름을 적어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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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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