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에 정민규가 오선영의 책상 앞에서 사과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새로운 것이었다. 그는 자료 보존 요청을 늦게 전달한 일과 별개로, 오래된 공용 계정의 접근 제한을 요청받았을 때 절차가 끝났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건 민규가 직접 잠그는 계정이 아니었어." 오선영이 말했다. "요청서를 전산 담당자에게 전달한 뒤 접수 확인을 받아야 했는데, 답장이 없자 완료된 줄 알았대."
나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렸다. 계정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청은 보냈다. 담당자가 처리하지 않았거나, 답장이 늦었거나, 접수 상태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 정민규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 누군가 그 계정을 악용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절차상의 틈이 생겼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이번에는 언제부터 확인이 안 됐습니까?"
"지난주부터. 그리고 그 사이 접속 시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또 민규 이름이 나올 겁니다."
"나와야 한다면 나와야지. 책임을 숨겨서는 안 돼. 다만 누군가 민규를 이용해 뭘 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해."
정민규는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 왜 회신을 확인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를 잘 몰랐지만 어쩐지 그의 자리와 업무량이 떠올랐다. 사건 예고를 받고 난 뒤 동료들이 끊임없이 전화를 받았다. 업무 시스템은 초록색 체크 표시를 띄웠다. 사람은 때로 그 체크를 완료라는 뜻으로 읽는다. 그런데 그 표시가 '요청 접수'인지 '조치 완료'인지 설명하는 글씨는 너무 작다. 나는 그걸 게으른 사람의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체계가 나쁘니 개인의 책임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오선영은 담당자의 회신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를 경위서에 정확하게 쓰도록 했다. 정민규는 그날 다른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를 처리하느라 확인을 미뤘다고 말했다. 확인을 미룬 사유가 사실이면 업무 배분 문제도 살펴봐야 했다. 그러나 미뤘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누군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을 했다고 거짓으로 표시했다면 그 문제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
나는 내 사무실에서 비슷한 화면을 찾아봤다. 거래처 문서 확인 버튼을 누르면 잠깐 초록색 안내가 떴다. 그런데 실제 검토 상태는 옆의 회색 숫자에 표시됐다. 나는 별도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마지막 확인 단계가 끝나기 전에는 완료라고 적지 않기로 했다. 경찰 업무를 고칠 권한은 없지만 내 업무는 고칠 수 있었다.
오후에 경찰은 담당 부서에 관련 기록 보존을 다시 요청했다. 이후 계정 제한 상태도 확인됐다. 그 결과 무엇이 있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나는 어떤 비밀번호로 들어갔을지, 누가 접속했을지 상상하는 대신 필요한 검증 항목만 노트에 적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이 기록돼 있는가. 공용 계정 외에 작업자 식별 자료가 있는가. 원본과 내보낸 파일이 같은가.
그날 한유리는 제보자가 보낸 화면의 작은 이상을 발견했다. 최근 유출됐다는 문서 사진에는 11월 20일 이전에는 쓰이지 않던 질문지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이건 실제 과거 기록 그대로가 아니라 최근 누군가 편집했다는 정황이었다.
"제가 잘못 보낸 질문지가 또 쓰였어요." 그녀가 말했다. "실수한 건 제 책임인데, 그걸로 사람을 덫에 넣는 건 다른 사람 책임이죠."
나는 동의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악역은 늘 사소한 실수부터 이용할까. 큰 거짓말은 눈에 띈다. 누구나 검증하려 한다. 작은 실수는 정상적인 업무 속에 끼어든다. 그 실수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거짓말을 둘러싼 진짜 기록이 충분히 많아져, 사람들은 거짓의 중심을 보지 못한다.
오후 세 시, 박혜림에게 새 일자리 면접 결과가 왔다. 불합격이었다. 회사가 그녀의 경력증명서 문구를 직접 문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괜찮다고 할까 봐 먼저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다음 회사도 지원하면 되죠."
나는 그 말 뒤에 이어지는 숨을 들었다. 괜찮다는 사람은 대개 괜찮지 않다. 그러나 동정하는 말보다 더 필요한 것은 그녀의 기록을 정확하게 남기는 일이었다.
"면접 사유를 반드시 알려줄 의무가 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신 경력증명서 정정 요청 경위는 보존해두세요."
그녀는 고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버스 도착 안내가 들렸다. 그녀는 다음 면접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저녁 여덟 시, 오선영이 보낸 메시지는 짧았다. '공용 계정 제한이 처리되지 않은 시간에 문서 열람 흔적 발견. 실제 열람자 확인 중.'
나는 심장이 뛰었다. 누군가 그 시간에 문서를 봤다면 정민규의 확인 누락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에게 실제로 기회를 준 일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보았는지, 그 기록이 열람을 뜻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오선영은 이어 설명했다. "열람 흔적이 있다고 해서 내용이 외부로 나갔다는 뜻은 아냐. 일단 시스템에서 열렸다 닫힌 기록일 수도 있어."
"그래도 누가 접근할 수 있었는지 좁혀야겠네요."
"그러고 있어. 그리고 민규에게는 지금 확인되는 사실만 이야기했어. 막연하게 네 잘못 때문에 정보가 다 샜다고 몰아붙일 이유가 없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를 정확히 인정하게 하려면, 실제로 하지 않은 잘못은 씌우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자료도 망가지지 않는다.
늦은 밤 한유리에게 새 익명 메일이 왔다. 제목은 '다음 기사'. 본문에는 그녀가 지난주 지웠던 기사의 문장 일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새로운 문장이 붙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쓰지 않는 건 좋습니다. 그렇다면 확인된 내용은 언제 쓸 겁니까?'
한유리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사람은 제가 어떤 선택을 해도 자기 쪽으로 해석해요."
나는 답했다. "선택의 의미까지 그 사람에게 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료의 진위 검증이 끝난 내용만으로 새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내 이름도 박혜림 이름도 제목에 넣지 않고, 수신 확인과 실제 열람이 다른 시스템상의 문제를 취재하겠다고 했다.
그날 처음으로 상대가 만든 선택지 밖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걸 봤다. 익명 발신자는 누군가를 폭로하라고 요구했고, 우리는 절차의 허점을 기록하기로 했다.
나는 그날 정민규가 했던 사과를 다시 생각했다. 사람은 사과할 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끌어안는 편이 쉬울 수 있다. 동료가 화내지 않게 하고, 더 복잡한 질문을 피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실제로 계정을 연 사람은 더 멀리 달아난다. 잘못을 인정하는 일에도 정확함이 필요했다.
오선영은 전산 담당자의 처리 경위도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요청서가 언제 들어왔는지, 확인 버튼은 누가 눌렀는지, 접근 제한이 실제 적용된 시각은 언제인지. 그중 하나가 비어 있으면 그 부분은 미확인이라고 남길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방법이 느리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이번엔 느린 확인이 빠른 거짓 결론보다 낫다고 믿었다.
그날 나도 내 업무 대장의 상태 표시를 하나 수정했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기록에는 더 이상 완료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자정 직전, 오선영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제한되지 않았던 공용 계정으로 열린 문서 제목 확인. 배정우 사건기록 수정본.'
나는 눈을 감았다. 누가 그 문서를 열었는지 아직 모르지만, 이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실수는 실제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제3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