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의 이름이 대장에 표시된 다음 날, 그녀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일곱 통 받았다. 처음 두 통은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에서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 번째는 끊기기 전에 '책임'이라는 한 단어만 들렸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오선영에게 전달받았다. 박혜림은 이미 경찰에 통화기록을 제출했고, 위협으로 느낀 내용을 진술했다. 나는 직접 전화번호를 추적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조사사무소의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확인 절차였다.
토요일 오전, 박혜림은 임시 일자리를 알아보러 면접장에 갔다. 회사는 그녀에게 경력증명서를 요구했고, 기존 협력사는 '고객사 신뢰 문제가 있어 업무 배치 제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증명서를 보내려 했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별도 검토할 일이었다. 하지만 면접을 보기도 전에 설명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지쳐 있었다.
"그걸 왜 또 보냈대요?" 그녀가 물었다.
"기존 기록이 정정됐어도 다른 양식에 같은 표현이 남았을 수 있습니다. 어떤 문서가 실제 발송됐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다 다른 회사도 저를 안 뽑으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지키는 일은 사건 현장에서 총을 막는 일만이 아니다. 사람의 이름 뒤에 붙은 문장 하나 때문에 다음 직장을 얻지 못하는 일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에는 수사관이 달려와 한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
한유리는 박혜림의 동의 없이는 고용 문제를 기사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기록정정 절차가 여러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 왜 시간이 걸리는지를 취재하고 있었다. 박혜림에게 돌아간 피해를 이야기하되, 그녀를 또다시 사건의 얼굴로 내세우지 않으려는 선택이었다.
박혜림의 면접에 관해 나는 아무 일도 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그녀 대신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면 안 됐다. 그녀가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새 회사에 알리는 건 선의의 실수로 또 하나의 피해를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박혜림에게 '제가 회사에 설명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쓰다가 지웠다. 대신 "원하시면 본인이 설명할 문서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보냈다. 그녀는 한참 뒤 "아직은 제가 직접 말해볼게요"라고 답했다. 나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가진 마지막 결정권까지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회사의 채용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내게 전화가 왔다. 박혜림과 관련해 문의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나는 먼저 그 사람의 소속과 문의 목적을 확인한 뒤, 당사자의 동의 없이 경력이나 사건 내용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는 별말 없이 끊었다. 실제 담당자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손이 조금 떨렸다. 상대는 나를 통해 그녀의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었다.
오후 한 시, 오선영에게 전화가 왔다. "남궁태식의 추가 진술이 나왔어."
"작년 8월 회의실에 있었다는 사람 말입니까?"
"응. 팔에 붕대를 감고 펀치를 들고 온 사람을 본 기억이 난대. 하지만 이름은 정확히 기억 못 해."
나는 종이에 적었다. 임소율의 기억을 독립적으로 뒷받침할 가능성. 그런데 선배가 곧 덧붙였다. "다만 남궁태식은 지난주에 임소율과 같은 내용을 일부 접했을 수도 있어. 둘의 진술이 완전히 독립적이라고는 못 해."
그 말이 중요했다. 둘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만나거나 보도를 본 뒤 같은 기억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오선영은 관련 연락 기록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후 세 시, 나는 화진모빌리티의 오래된 내부 문서 배포표에서 이상한 칸을 발견했다. '참조자'와 '고지 대상자'가 따로 있었다. 박혜림은 참조자로도 등록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생성된 책임 고지서에는 그녀가 고지 대상자로 표시돼 있었다.
"이게 가능합니까?" 나는 선배에게 물었다.
"가능할 수도 있지. 뒤늦게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면. 하지만 누가 어떤 근거로 추가했는지 보려고 해."
누군가 박혜림의 이름을 억지로 집어넣었는지, 적법한 인사나 업무 변경에 따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차이를 지키면서도 마음속으로 분노를 삼켰다. 특히 '고지했다'는 기록과 '읽었다'는 기록이 서로의 근거가 되어 되풀이되는 모습이 견디기 어려웠다.
저녁 무렵 정민규가 선배를 통해 내게 질문을 보냈다. 기록 보존 요청서에 '즉시'라고 쓰여 있는데 담당자가 전산 처리를 다음 날 한 경우, 그 사유를 어떻게 대조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답했다. "요청이 실제로 도착한 시각, 접수자가 확인한 시각, 담당자에게 전달된 시각을 나누세요. 한 사람이 늦었다고 해서 전체가 늦어진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오선영은 그 말을 전하고 나서 웃었다. "민규가 너한테 배운 게 있네. 이제 자기가 한 실수와 다른 사람이 한 지연을 분리하려고 해."
나는 웃지 못했다. 그가 늦게 전달한 보존 요청 때문에 일부 CCTV는 이미 순환 저장으로 사라졌다. 이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장면은 되돌릴 수 없다. 성장했다고 모든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날 밤, 배은정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정우가 박혜림 씨를 알았어요."
"어떤 사이였습니까?"
"일 관련해서요. 정우가 한 번 그러더군요. 내 이름으로 남의 책임을 돌려놓으면 누군가 길바닥에 나앉는다고."
나는 배은정에게 그 말이 정확한 표현인지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사실도 같이 적었다.
"동생이 박혜림 씨를 만나려고 했습니까?"
"그건 모르겠어요. 대신 봉투를 맡긴 날 달력에 이름을 적었어요. 박이라고. 그게 그분인지는 몰라요."
다음 날 수사팀이 확인할 수 있도록 배은정의 동의를 받아 전달했다. 나는 종이에 '박=박혜림 단정 금지'라고 썼다.
토요일 오후 오선영은 박혜림이 받은 전화 가운데 일부가 발신자가 표시되지 않는 번호였다고 설명했다. 아직 동일인이 건 전화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그 통화를 협박이라고 제목 붙인 기사가 나오면 얼마나 빨리 소문이 퍼질지 상상했다. 정작 박혜림은 지금도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수사 대상이라는 낙인이 그녀를 따라다니게 두고 싶지 않았다.
배은정은 경찰에 달력 원본을 맡기기 전 사진을 찍어 두었다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선배에게 알려주며 유족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그 사람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배은정은 동의했다. "동생 죽음이 신문에 나와도,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말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새벽 한 시쯤 익명 메일이 왔다.
'다음 증인은 경찰이 아니라 직장에서 먼저 지워집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며 박혜림이 아침에 받을 경력증명서를 생각했다. 범인은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도 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범인의 목적이 실제로 그것인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었다. 선배가 요청한 자료를 정확히 보내고, 박혜림의 동의를 받은 기록을 정리하고, 누군가 그녀의 직장을 대신 결정할 권리가 내게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거창하지 않지만 이런 작은 선택이 모여 나중에 그녀가 진실을 말할 자리를 남길 수도 있었다.
제3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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