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오선영이 전화를 걸어왔다. "열한 번째 사람을 찾았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8월 21일, 문서 수신 대장에는 열한 명에게 전달했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확인은 열 명뿐이었다. 남은 한 명의 이름이 드디어 나온 것일까.
"누굽니까?"
"박혜림. 그때 온새문서지원과 계약한 기록보관 업체의 야간 정리 담당이었어."
나는 서랍에서 그녀의 연락처를 꺼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박혜림은 이미 계약 갱신 거절을 당하고 있었다. 경찰이 확인하고 있는 정보를 내가 먼저 전달하면 그녀에게 불필요한 압박이 될 수 있었다.
"그분이 문서를 받았는지도 확인됐습니까?"
"받았다는 증거는 없어. 오히려 미수신이라는 전산 흔적이 남아 있어. 그런데 대장에는 '일괄 확인 완료'라고 찍혔지."
그 한 줄이 여러 해 동안 어떤 의미였을까. 일괄 확인은 관리자가 처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종이를 보는 사람은 박혜림도 문서를 읽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 기록을 믿고 그녀에게 책임을 물었다면, 그건 이미 출발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선배는 말을 이었다. "더 중요한 건 박혜림에게 당시 책임 고지서가 발송됐다는 흔적도 있다는 거야. 문서를 읽었다는 가정 위에서 만들어진 양식이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고지서가 실제 전달된 건 아니겠죠?"
"그것도 확인 중이야. 보낸 기록과 받은 기록을 다르게 봐야겠지."
박혜림이 받았다는 그 고지서에는 회수 예정금 관련 서명에 대한 이의제기 기한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한이 지난 뒤에도 박혜림은 그런 절차가 있었는지 몰랐다. 그녀가 정말 몰랐는지, 알고도 대응하지 않았는지, 자료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은 건지 아직 확정할 수 없었다.
나는 예전에 그런 일을 본 적이 있었다. 회사는 전산 대장에 '안내 완료'라고 적었다. 상대는 안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결국 원본 발송 경위와 상대의 실제 수령 가능성을 따로 살폈다. 그런데 당시 나는 그 분쟁을 흔한 행정 실수라고만 생각했다. 오늘은 그 실수가 한 사람의 일을 빼앗고, 다른 누군가에겐 책임을 넘길 구실이 된다는 사실을 보았다.
나는 그날 아침 회사의 공용 팩스 수신 대장을 다시 살폈다. 예전에는 직접 팩스를 보내지 않고, 시스템에서 '전송 지시'만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 출력기 전원이 꺼져 있어도 발신자는 전송을 시도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퇴근 뒤에 지시한 문서는 다음 날 아침 수신된 것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니 박혜림의 이름으로 된 접수표가 있다고 해서 그녀가 실제로 읽었다고 할 순 없었다.
나는 이 설명을 선배에게 보내기 전에 한 문장을 지웠다. '박혜림은 억울하다'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그녀가 억울할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아직 그날의 수신 경로를 완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대신 '해당 일자 팩스 출력 및 수령 담당 기록 확인 필요'라고 적었다. 냉정한 문장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녀를 지키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서랍에서 과거 거래처가 보낸 반송 우편물을 꺼냈다. 수취인 부재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송달을 시도한 사실과 실제로 전달된 사실이 다르다는 아주 평범한 증거였다. 나는 그 봉투를 바라보다가 박혜림의 처지를 다시 생각했다. 그녀가 무슨 선택을 했는지 따져보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눌러놓은 확인 버튼이 그녀의 선택이 되어버린 것일 수 있었다.
오후에 박혜림이 직접 연락했다. 오선영에게서 정식 설명을 들은 뒤였다.
"서 조사관님, 제가 그걸 읽었다고 되어 있더군요."
"당시 기억은 어떠십니까?"
"그날 병원에 있었어요. 어머니가 수술을 하셔서요. 출근도 못 했어요."
나는 노트에 기록했다. 병원 방문을 기억한다는 진술. 그것은 확인 가능한 단서이지 곧바로 무죄를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었다.
"그날의 병원 기록은 선배 쪽에 제출하실 수 있나요?"
"네. 이미 요청했어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물었다. "그럼 제가 일을 잃은 것도 그 종이 때문일까요?"
나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현재의 재계약 거절은 별도 인사 조치였고, 과거 확인 기록이 그 조치에 직접 사용됐는지는 조사해야 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연결돼 있다는 증거가 부족합니다."
"그 말이 제일 괴롭네요. 가능성만 있다는 말."
그녀는 울지 않았다. 울 힘조차 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를 하지 않았다. 대신 기록의 정정을 요구하는 서면이 어떻게 작성되는지, 자신이 동의한 범위에서 어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했다.
오후 네 시, 한유리에게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박혜림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내용이었다. 첨부파일에는 그녀가 2025년 8월 21일 문서를 열람했다는 표가 있었다. 정확히 우리가 의심하는 그 일괄 확인 기록이었다.
"누군가 먼저 움직였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그렇게 보입니다. 다만 같은 표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은 아닙니다."
"기사로 쓸 수는 없어요. 원본도 확인 안 됐고, 이 자료는 그녀를 또 해칠 거예요."
나는 동의했다. 그러나 누군가 같은 표를 지금 공개하려는 이유는 있었다. 경찰이 박혜림의 실제 미수신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점에 맞춰, 그녀를 책임 회피자로 보이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저녁에 오선영에게서 중요한 확인이 왔다. 박혜림이 주장한 병원 방문 기록은 실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근무 중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문서를 원격으로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선배는 통신 기록과 당시 업무 권한을 추가로 확인 중이었다.
나는 박혜림의 병원 방문 기록이 나오자마자 사건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선배가 알려준 자료에는 다른 날짜의 원격 접속 기록이 있었다. 일주일 전에 같은 계정으로 업무를 한 흔적이었다. 박혜림은 당시 자택에서도 자료를 확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원격 확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날 실제로 어떤 문서가 전달됐고 어떤 장치가 사용됐는지 봐야 했다.
나는 그 사실을 그녀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원격 접속 기록을 보여주며 기억을 유도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자료와 변호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진술하도록 두는 편이 정확했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에서 입을 다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나는 메모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 수령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으면 확인하지 못했다고 남길 것. 그것이 가장 느리지만 가장 필요한 첫걸음이었다.
그날 익명 이메일에는 살인 예고가 없었다. 대신 사진이 하나 있었다. 열한 명의 이름이 적힌 대장에서 박혜림 이름만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읽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는 얼마나 편리합니까.'
나는 그 문장을 보며 분노했다. 그것은 정확한 비판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문장을 보낸 사람은 지금도 박혜림의 이름을 이용해 우리의 판단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오선영에게 자료를 전달하며 덧붙였다. '이 문장이 맞는 말인지와, 보낸 사람의 목적이 정당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잠시 뒤 답장이 왔다. '알아.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박혜림을 확인했어. 저 사람이 제일 먼저 안 건 아니야.'
나는 숨을 내쉬었다. 상대의 예고가 언제나 앞선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수사팀이 먼저 사실을 찾아냈고, 발신자는 그 사실에 새로운 이야기를 붙이고 있었다.
제3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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