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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5화
PAYLUA ORIGINAL · 제35화

35화. 읽었다는 표시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16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26일 목요일 오전, 나는 한유리에게서 똑같은 문장을 두 번 받았다. 첫 문장은 취재원이 보낸 익명 메일에 있었고, 두 번째 문장은 내게 도착한 예고 자료에 있었다. 단어는 같았다. 그러나 마침표 앞 공백 하나가 달랐다. "그게 중요합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생긴 흔적일 수 있죠. 다만 같은 원본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주장한다면 확인할 가치는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받은 메일을 원본 형태로 보존했다. 한유리는 취재원에게서 포워딩된 화면이 아니라 실제 수신 원본을 받아야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원칙을 지켰다. 작은 표식 하나로 발신자를 찾았다고 기뻐하는 순간, 진짜 작성자는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오후에는 온새문서지원의 전 직원과 공식 면담이 이루어졌다. 오선영은 내게 면담 내용 일부를 알려줬다. 업체는 수신자별 문서 제목과 안내 문구를 다르게 삽입하는 자동화 기능을 운영했지만, 교육 자료만으로 실제 익명 사건기록을 그 업체에서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발신자의 작업 환경은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그럼 수신자 번호 02 미수신 표시는요?" "실제 전송 실패인지, 보낸 사람의 자체 분류인지 아직 몰라." "그렇다면 두 번째 문서를 못 받았다는 사람도 아직 확정할 수 없겠군요." "그래. 미수신이라는 글자만으로 미수신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그런데 어떤 수신자에게는 첨부파일 이름 끝에 작은 구분자가 붙어 있었대. 01, 02 같은 숫자가 아니고 길이가 짧은 코드야."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서로 다른 문서를 보내고 누가 어디에 전달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추적에 사용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코드는 단순한 생산 관리 번호일 수도 있었다. 한유리는 나보다 먼저 그 점을 지적했다. "기자들한테 흔히 하는 워터마크 방식일 수도 있어요. 제보자가 어디에 유출했는지 찾으려고요. 그런데 누가 누구를 추적하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녀와 통화하며 창밖을 봤다. 어젯밤 눈비가 그치고 거리엔 젖은 낙엽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과 문서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겉보기에는 비슷하다. 하지만 목적과 권한은 다르다. 우리는 범인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확인 가능한 자료와 당사자의 동의를 벗어나지 않는 선을 지켜야 했다. 나는 한유리와 서로 다른 두 메일을 비교하면서 실험 하나를 했다. 같은 문장을 두 파일에 넣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저장해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지저분했다. 줄 끝의 공백이 생기기도 했고 따옴표가 다른 모양으로 바뀌기도 했다. 파일명에 붙은 번호까지 달라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흔적을 남길 수도 있지만, 평범한 소프트웨어가 흔적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실험에 쓴 파일을 실제 사건 자료와 섞지 않도록 별도 폴더에 보관했다. "제보자가 일부러 저한테만 다른 마침표를 붙였을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 차이는 쉽게 생기니까요." 나는 대답했다. 한유리는 실망한 얼굴이었다. "요즘은 뭐든 단서 같아서 피곤해요." 나는 말했다. "단서는 많아도 증거는 적습니다. 그걸 구분하는 게 일이죠."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다시 메일 수신 시각을 확인했다. 실제로 두 원본의 시각을 비교하자 수신 서버가 메시지를 처리한 순서가 서로 달랐다. 한유리 쪽은 다른 서버를 한 번 더 거쳤다. 그 정도 정보만으로 동일 발신자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두 메시지가 완전히 같은 경로로 도착했다는 가정은 버릴 수 있었다. 나는 지워야 할 가설에 선을 긋는 일을 처음으로 성과라고 느꼈다. 정민규는 그날 징계 관련 심사를 받았다. 사실관계를 축소해 적었던 초기 경위서 문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오선영은 그에게 추가 설명을 요구했고, 필요한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도 알렸다. 나는 그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죄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잘못을 인정한 뒤에도 조사에서 배제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받길 바랐다. 오후 세 시, 임소율은 경찰에 두 번째 문서 묶음과 관련된 진술을 제출했다. 종이 두 묶음이 있었고, 하나에는 펀치 자국이 세 개였으며 다른 하나에는 두 개였다는 설명이었다. 기억의 정확도는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이 오히려 믿을 만하게 느껴졌지만, 느낌은 증거가 아니다. 그녀는 화진모빌리티 내부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허위 책임을 떠안는 식으로 기록됐다는 소문을 듣고 무너진 얼굴이었다. '정산팀이 사고를 덮으려고 승인했다'는 익명 게시글이 돌고 있었다. 원문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준 연락처를 통해 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나 역시 내 보고서 한 줄이 사람을 그 정도로 다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저녁에 박혜림의 계약 문제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협력사의 인사 담당자가 '경찰 조사에 부적절하게 협조했다'는 평가 문구를 완전히 삭제했다. 그러나 대체 업무가 없다는 이유로 재계약은 보류됐다. 그 과정에 위법성이 있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했다. "서류에서 지워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박혜림이 말했다. "기록을 고쳐도 결과는 남습니다. 그래도 그 문장 때문에 다음 일자리까지 막히는 건 줄일 수 있어요." 나는 그 말을 하고도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언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밤 여덟 시, 오선영이 예상 밖의 정보를 가져왔다. 경찰이 받은 익명 자료 중 하나의 첨부파일 구분자와, 보험사가 지난해 보관한 8월 21일 수신 대장의 구분자가 같은 형식을 썼다는 것이다. 두 자료의 작성자가 같다는 증거는 없었다. 특정 업체가 널리 쓰던 번호 규칙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수신 대장에서 확인 버튼을 누른 사람은 찾았습니까?" "계정은 나왔어. '자료관리 공용'. 실제 누가 눌렀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야."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책임의 주인이 지워지는 방식은 오래전에도 지금도 같았다. 시간을 아끼려고 사람 대신 계정을 세워 놓는 순간, 그 계정은 편리한 방패가 된다. 선배가 말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일괄 확인 처리한 시각이 이상해. 열한 명 중 열 명이 실제로 확인한 뒤가 아니더라." "언제입니까?" "마지막 한 명이 아직 통지받지 못했을 때야." 나는 눈을 감았다. 그 한 사람이 누구든 서류를 읽지 못한 채 읽었다는 기록이 남았다. 누군가는 그 기록을 근거로 '이미 알렸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온새문서지원의 예전 교육 화면을 수기로 그려봤다. 관리자에게는 처리 완료가 하나의 숫자로 보였고, 담당자에게는 파일별 대기 시간이 따로 보였다. 같은 사건을 두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읽게 만드는 구조였다. 그런 차이는 범죄 없이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누군가 조직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계산한다면, 그 구조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유리는 한 번 더 물었다. "그럼 우리도 다른 문서를 보내서 상대를 시험해볼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확인한 사실을 일부러 바꿔서 공개하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상대가 진짜로 위험한 사람이면 더더욱요."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유혹적이긴 했어요. 저 사람의 방식으로 저 사람을 이겨보고 싶어서." 나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 이기면 다음에는 누가 우리를 믿겠는가. 그날 내가 받은 익명 이메일 제목은 '읽은 사람'이었다. '서진혁 조사관님. 보내는 것과 읽는 것은 다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차이를 언제 알아챘습니까?' 나는 문서를 닫지 않고 발신 시간을 기록했다. 수신자는 질문을 읽었다. 하지만 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 작은 차이가 발신자의 계산에 들어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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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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