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화요일 아침, 오선영은 내게 봉투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 대신 봉투가 경찰 손에 들어온 경위를 설명했다. 배정우의 누나 배은정이 유품을 정리하다 찾아냈고, 직접 경찰서에 가져왔으며, 접수 시각과 외관을 촬영한 뒤 임의제출 확인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배은정은 동생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면 열어도 좋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용물이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내게 먼저 전달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저를 부르셨습니까?"
"네가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짐작하는지 묻고 싶어서. 개봉 전이니까 네 기억부터 고정해두려는 거야."
나는 잠깐 생각했다. 지난해 조사 자료 중 배정우가 내게 직접 보낸 것은 없었다. 그와 한 번 통화했을 때도 그는 회사의 대리인과 이야기하라고만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필적이라곤 결재란에 인쇄된 이름과 한 장의 서명뿐이었다.
"그런 봉투를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제가 다른 경로로 받은 문서가 있었는지는 예전 메일을 대조해야 합니다."
오선영은 바로 적었다. '기억 없음. 수신기록 확인 필요.' 그녀는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적지 않았다. 그 차이가 고마웠다.
잠시 후 유족의 동의를 받은 담당자가 지정된 공간에서 봉투를 열었다. 나는 개봉 현장에 없었다. 내가 먼저 보면 안 된다는 경고 때문이 아니라, 자료의 출처를 다투게 될 때 내 지문과 진술을 섞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선배는 저녁에 공개 가능한 범위의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한때 접수 버튼 하나를 기계적으로 누른 적이 있었다. 보험사 담당자가 퇴근 직전에 대량의 사고 자료를 보내왔고, 나는 파일을 열어보기도 전에 '확인 요청' 표시를 누른 적이 있었다. 다음 날 담당자는 이미 검토가 끝난 것으로 이해했고, 내가 검토하지 않은 견적서가 결재 회의에 올라갔다. 그 사건은 금방 정정됐다. 손해가 나기 전에 서로 알아차린 덕분이었다. 그때는 버튼을 잘못 누른 일을 웃으며 넘겼다. 지금 생각하니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난 거래처 담당자에게 자료를 부탁할까 하다가 먼저 계약서의 보관 조항을 확인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의 개인 번호를 찾아 연락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정당한 방법은 아니었다. 보험사 공식 창구로 문의했다. 답을 언제 받을지는 알 수 없었다. 사건을 빨리 풀고 싶다고 그 사람의 기록 관리 의무까지 내 마음대로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서랍 한쪽에서 낡은 택배 봉투도 나왔다. 발송인의 이름 없이 회사 로고만 찍힌 것이었다. 나는 잠깐 이것이 배정우의 봉투와 관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송장 번호도 없고 내용물 목록도 없었다. 관련성을 확인할 자료가 없으니 정리함에 따로 넣어뒀다. 흔적처럼 보이는 모든 것에 의미를 주는 순간 수사는 가장 쉬운 미신이 된다.
사무실로 돌아와 2025년 8월에서 10월까지의 업무 수신 대장을 찾았다. 보험사에서 쓰던 협업 시스템의 알림은 남아 있었지만 원본 첨부파일은 일부 보관 기간이 끝나 있었다. 당시 나는 그걸 무심코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 무심함이 한참 아팠다. 그러나 자료가 없어진 사실과 누군가 고의로 없앤 사실을 구분하지 않으면, 내 부주의까지 범인의 솜씨가 된다.
오후에 배은정이 내 사무실 번호로 연락했다. 번호는 예전 명함에 있었다고 했다.
"서 조사관님이 우리 동생을 범인으로 몰았나요?"
"제가 받은 문서에는 그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대로 경찰에 전달했습니다. 사실이라고 확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동생 죽기 전에 아무도 구하지 못했어요?"
나는 변명을 할 수 없었다. 배정우는 위험 인물인지 확인해야 할 대상이었고, 경찰은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저는 배정우 씨가 피해자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은 사실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흐느끼는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남동생이 마지막 며칠 동안 식탁 위에 종이 두 장을 놓고 계속 비교했다고 말했다. 같은 문서인데 책임지는 사람만 달랐다고. 은정은 설명을 듣지 않았고, 동생은 '잘못된 사람에게 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 봉투에는 왜 제 이름을 썼을까요?"
"모르겠어요. 동생이 말했어요. 진혁이라는 사람이 먼저 읽으면 그 사람도 덫에 걸린다고."
나는 그 말을 그대로 기록하고 선배에게 전달했다. 배은정이 직접 보고 들었다는 내용이더라도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으므로, 정식 진술로 확인해야 했다.
저녁 여섯 시,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봉투에는 편지 한 장과 얇은 문서 사본 네 장, 흰색 종이띠가 들어 있었다. 편지는 배정우가 쓴 것으로 보였으나 필적 감정도, 작성 시기 확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용 중 공개 가능한 부분은 이랬다.
'누가 서진혁에게 이것을 처음 건넨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앞장을 바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 받는다면 열지 말 것. 이미 받았다는 기록을 확인한 뒤 두 번째로 받을 것.'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미래의 반복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남아 있는 수신 기록을 확인하라는 말이었다.
"선배. 2025년에 제가 이미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겁니까?"
"지금 확인 중이야. 편지에 오래된 접수번호가 있는데 번호 전체를 알려주긴 어려워. 네가 가진 수신 대장에도 비슷한 방식이 있었는지 찾아봐."
나는 대장을 열었다. 당시 접수번호는 여섯 자릿수였고, 문서는 의뢰인 번호와 접수 순서로 관리됐다. 배정우의 봉투에는 예전 회사 로고가 아니라 숫자 두 개가 나란히 적혀 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 같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봉투의 개봉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경로를 적어 봤다. 경찰, 유족, 그리고 내 사무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배은정의 전화를 내가 받았다는 사실도 누군가 몰래 듣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비밀이 아니었다. 유족이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상대가 관찰 중이라는 결론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나는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오선영은 봉투와 함께 맡겨진 물건이 더 있는지 유족에게 물었고, 배은정은 작은 메모장을 수사팀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아직 무엇이 적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 배은정이 내게 친절하다는 이유로 그녀가 내 조사에 참여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날 밤 익명 이메일이 왔다. 제목은 '봉투를 읽었습니까'. 본문에는 질문 하나가 적혀 있었다. '당신은 두 번째 독자가 되었나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가 봉투 내용을 알았다고 추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경찰이 나를 부른 사실만 알고도 그런 질문을 보낼 수 있다.
대신 기록용 장부에 썼다. '배정우의 봉투: 유족 제출. 경찰 최초 개봉. 서진혁은 원본 미열람. 봉투의 표현은 과거 수신 기록을 찾으라는 의미일 수 있음.'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전화가 울렸다. 오선영이었다.
"한 가지가 나왔어. 네가 봉투를 실제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지난해 네 이름으로 접수 확인을 남긴 흔적이 있어."
"서명입니까?"
"아니. 더 흔한 거. '확인' 버튼 하나야."
내가 단독으로 운영하던 사무실에서 누가 나 대신 확인 버튼을 눌렀을까. 나는 모니터를 켰다. 지난여름의 수신 대장은 빈칸이 많았다. 그 빈칸이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의 손자국처럼 보였다.
제3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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