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월요일. 나는 처음 받은 사건기록을 인쇄하지 않고 화면 두 개에 나란히 띄웠다. 첫 번째는 11월 2일에 도착한 원본. 두 번째는 경찰에 보낸 뒤 여러 차례 회람된 사본 가운데 적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 문서의 제목은 같았다. 내용도 대부분 같았다. 그러나 한 문장에서 조사 대상자의 호칭이 달랐다. 내게 온 문서는 '참고인 서진혁'이라고 적었고, 다른 수신자가 보관한 사본에는 그 표현이 '민간 조사관 서진혁'으로 바뀌어 있었다.
차이는 작았다. 중요한 건 누가 다르게 썼느냐였다.
오선영이 전화했다. "문서에 남은 수정 이력과 전달 경로를 확인해 봤어. 너한테 보낸 뒤 누군가 자동으로 수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처음부터 여러 판이 있었을 수도 있겠어."
"그러면 처음부터 받을 사람마다 내용을 달리해 보냈다는 가설이군요."
"가능해. 다만 지금까지 확보한 파일은 복사와 전달을 여러 번 거쳤어. 원본을 받았다는 사람도 실제로 최초 수신자였는지 확인해야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럼 같은 문장이라도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확인했다는 증거는 아니겠네요."
"그래. 우리가 이미 겪은 일이잖아."
나는 한유리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편집국이 확보한 익명 제보의 일부 문구가 서로 달랐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한 문서에는 '배정우가 위험하다'고 적혀 있고, 다른 문서에는 '배정우가 위험을 만든다'고 적혀 있었다. 두 문장의 단어는 거의 같았지만 뜻은 반대였다.
"그걸 같은 사건의 두 버전이라고 기사에 써도 될까요?" 그녀가 물었다.
"먼저 수신 시각과 문서 원본 여부를 확인해야겠죠. 한쪽이 누군가 수정한 사본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게다가 왜 제보자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른 내용을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일 수 있겠네요. 사람마다 다른 질문을 주고, 누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그럼 우리는 지금까지 서로 다른 문제지를 풀었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녀는 조용해졌다. 그러다 말했다. "서 조사관님.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발신자'가 정말 한 사람일까요?"
나는 그 질문에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익명 이메일은 하나의 주소처럼 보였지만 발송 기술을 가진 여러 사람이 같은 업무 시스템을 사용했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동원했을 수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열한 시, 오선영에게서 박혜림 관련 소식이 왔다. 협력사는 계약 갱신 거절 사유를 재검토한 뒤, 기존 문구 중 '경찰 조사에 부적절한 진술을 했다'는 표현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정 문서를 작성하기로 했지만 계약 연장 여부는 별도 판단이라고 했다.
"그럼 박혜림 씨는 일자리를 지킨 겁니까?"
"아직 아니야. 다만 거짓으로 적힌 문장 하나는 고칠 수 있게 됐어."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수사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한 줄이 사람의 다음 직장까지 막을 수 있다. 그 문장을 바로잡는 일도 누군가를 구하는 방식이었다.
정민규의 징계 검토는 계속됐다. 그는 여전히 잘못된 보존 요청 전달에 책임이 있었고, 당직 담당자에게 보낸 연락에 관한 경위서를 처음 축소한 사실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가짜 인계서의 서명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정황은 늘어났다. 아직 사건을 조작한 사람은 잡히지 않았지만, 잘못과 누명은 점점 분리되고 있었다.
오후 세 시, 나는 보험사로부터 정정 보고서 외부 검토 결과 중 일부를 받았다. 내가 지적한 1억 2천만 원의 상쇄 거래는 다른 자료로도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8천만 원과 1억 8천만 원은 추가 거래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 계산을 전부 받아들인 것도, 전부 배척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보고서를 저장하고 손을 씻으러 갔다. 거울 속 얼굴은 피곤했다. 이 사건이 시작된 뒤 열흘 넘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먼저 아는 사람과 겨루는 기분은 사람을 빨리 늙게 만든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정말 미래를 아는지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한유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종이 한 장을 건네지 않고 책상에 놓은 노트북 화면만 보여줬다. 취재원 동의를 얻어 제한된 부분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온새문서지원 전 직원이 보관하던 문서 분류 연습용 파일이에요. 사건 내용은 없어요. 그런데 수신자별로 다른 문구를 자동으로 넣는 기능 설명이 있어요."
"교육용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이 기능이 실제 메일에 쓰였다고는 말할 수 없죠. 다만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확인했어요."
화면에는 교육 자료의 예시가 있었다. '수신자 A'는 기사를 보류한다. '수신자 B'는 담당자에게 전화한다. '수신자 C'는 경찰에 알린다. 각 반응을 기록해 다음 안내 문구를 조정한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첫날 나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 반응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행동이었다면, 기록에 적힌 시간 일부가 내 행동을 유도한 결과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시각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었다. 임소율과의 통화 시작 시각, 21시 16분 수정본의 발송, 배정우가 죽은 사실. 각각 다른 자료로 검증해야 했다.
"이 연습 파일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요?" 내가 물었다.
"서명도, 회사 이름도 없어요. 일단 경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하도록 취재원과 논의 중이에요."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처음으로 누군가 우리가 무엇을 읽을지까지 계산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같은 문장을 읽고도 서로 다른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그 사람에게는 자료였을 겁니다."
한유리가 떠나고 한참 뒤 오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진혁아, 배정우 관련해서 가족이 보관한 봉투 하나가 확인됐어. 사망 전에 맡겨 둔 물건인데, 유족이 경찰에 제출하기로 했어."
"무엇이 들어 있답니까?"
"아직 개봉과 보존 절차를 진행해야 해. 자세한 건 말 못 해. 다만 봉투 겉면에 네 이름이 쓰여 있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배정우는 지난해 내 명함을 갖고 있었다. 이제 죽기 전에 맡겼다는 봉투에도 내 이름이 있었다. 그가 나를 돕고 싶었는지, 책임을 떠넘기고 싶었는지 알 수 없었다.
"선배. 봉투의 내용이 제게 불리해도 그 사실을 먼저 검증해 주세요."
"당연하지. 넌 이번 사건의 참고인이야. 특별한 대우는 없어."
나는 그 말에 안도했다. 누군가 내 편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문서를 감춰 준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게 된다.
밤 열한 시 이십 분, 새 이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발송 실패'. 메일 본문은 뜻밖에도 짧았다.
'예정된 수신자에게 두 번째 문서를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첨부된 표에는 수신자의 이름 대신 번호가 있었다. 01, 02, 03. 그중 02 옆에는 '미수신'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나머지 번호는 가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일부러 실패한 척하는 것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각 한유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 조사관님, 취재원이 제게 보낸 메시지가 있어요. 익명 발신자가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 보냈다고요. 예전에는 자기에게도 예고가 왔었대요."
나는 물었다. "그 사람이 최초 이메일을 실제로 받았다는 자료가 있습니까?"
"확인 중이에요. 전달된 캡처가 아니라 원본 수신 기록을 보자고 했습니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발신자가 실제로 보냈는지, 누가 미수신이라고 주장했는지, 서로 독립된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자신이 모든 수신자에게 원하는 시점에 문서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익명 발신자의 실수를 기다렸다. 단지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사람의 반응을 계산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누가 메시지를 읽지 않거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기사가 나가지 않거나, 누군가 잘못을 스스로 고치면 그 계획은 빗나갈 수 있다.
다음 날 오전에 확인할 자료를 적었다. 배정우가 남긴 봉투의 보존 경위. 가짜 인계서의 수정 계정. 서로 다른 사건기록의 최초 수신 경로. 세 가지를 섞지 않고 따로 검증하기로 했다.
마지막 줄에 이렇게 썼다.
'누가 내일을 안다고 말하는가'보다 '누가 오늘의 기록을 고쳐 쓰고 있는가.'
그때 다시 오선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배정우의 봉투 겉면. 네 이름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이 있어.'
나는 답장을 보냈다. '뭔데요?'
그녀는 잠시 뒤에 보냈다.
'서진혁에게. 그러나 그가 처음 받는다면 열지 말 것.'
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이름을 쓴 사람이 나를 알고 있었다면, 처음 받는 사람과 처음이 아닌 사람을 어떻게 구분한다는 것일까.
봉투 속 문서가 미래에서 왔을 가능성보다, 누군가 내게서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찾아내려는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더 무서웠다.
제3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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