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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9화
PAYLUA ORIGINAL · 제29화

29화. 책임을 받은 적 없는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64자

오프라인 책장
어떤 문서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다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자기 것이 아닌 책임을 떠넘긴다. 그 책임이 무거워질 때,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도망친다. 11월 21일 토요일, 나는 오선영에게서 지난해 장부에 관한 중요한 연락을 받았다. 경찰이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 중 8월 20일 정정 처리와 연관되는 별첨 목록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내용 전체를 알려 줄 수는 없지만, 내가 주장했던 '금액이 아니라 책임의 귀속을 바꾼 문서'라는 가설을 검증할 근거가 생겼다고 했다. "별첨 제2호가 실제로 있답니까?" "같은 이름의 목록이 있다는 것까지만 확인했어. 익명 메일에 붙은 문구와 같은 원본인지는 모르고." "거기에 누군가의 서명이 있습니까?" "서명란은 있어. 그런데 누가 실제로 서명했는지 감정이 필요해." 나는 손가락을 꾹 눌렀다. 드디어 3억 8천만 원이라는 커다란 숫자 대신 책임을 떠안은 사람의 이름이 나타나는 것일까. 하지만 오선영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조사 대상자의 명예와 안전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서명된 종이가 있다고 동의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죠." 내가 말했다. "맞아. 그 사람이 문서를 봤는지, 무슨 설명을 들었는지, 서명이 진짜인지까지 확인해야 해." 나는 잠시 생각했다. 배정우는 자신이 작성한 서류와 돈을 보낸 사람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 통화에서는 모르는 사람의 서명 때문에 누군가 다칠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졌다. 그 둘은 같은 사건을 설명할 수도 있었다. 나는 별첨 목록에 '제2호'라고 쓰여 있다는 이유로 첫 번째 별첨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하려던 자신을 붙잡았다. 문서 관리자는 기존 번호를 그대로 이어 붙일 수도 있고, 폐기된 양식을 건너뛸 수도 있다. 번호의 빈칸이 곧 은폐의 증거는 아니다. 나는 1호와 3호의 존재를 함께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는 짧게 웃었다. "이제야 네가 조금 느려졌네." 나는 웃지 않았다. 서두른 판단이 실제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사건에서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도 질문 하나를 지키기로 했다. 누가 돈을 갚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런 책임을 적을 권한을 가졌느냐. 그 순서를 지켜야 서명이 진짜인지도 제대로 물을 수 있다. 오후 한 시, 보험사 담당자가 연락했다. 정정된 계산표에 대한 외부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계약은 계속 보류였다. 통화가 끝난 뒤 내게 남은 건 미뤄진 수입뿐이었다. 나는 통장을 확인하고 사무실 월세를 내기 위해 다른 업무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임소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선영을 통해 전달하는 정식 확인 요청이었다. 그녀는 내 지난해 보고서에서 자신의 '야근 장소'를 정정한 부분을 읽고 싶어 했다. 나는 당시 보고서의 해당 부분과 정정 사유서만 적법한 경로로 제공했다. 잠시 뒤 그녀가 보낸 답장은 의외였다. '저 그날 회사 사무실에 있었던 시간도 있어요. 그리고 원효로에도 갔어요. 둘 중 하나가 거짓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그 문장을 오래 읽었다. 사람은 하루에 한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태기록이 야근수당 지급을 뜻한다면, 그녀가 사무실에 있었다는 증거도 아니고 창고에 없었다는 증거도 아니다. 나는 지난해 그녀의 말을 의심하면서 시간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었다. '맞습니다. 제 해석이 부정확했습니다. 그 부분은 정정해 두었습니다.' 잠시 후 또 답장이 왔다. '제가 숨겼던 건 그날 창고에 간 사실보다, 왜 갔는지예요.' 나는 곧장 묻지 않았다. 조사관의 호기심이 피해자의 진술을 흔들 수 있었다. 먼저 오선영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선배는 이미 임소율이 추가 진술을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저녁 무렵 오선영은 추가 진술의 일부에서 공개 가능한 범위만 알려줬다. 임소율은 8월 19일 밤 누군가의 요청으로 원효로 보관실에 갔다고 했다. 정산 담당자로서 결재 자료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정산표의 마지막 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때 그녀가 문서를 직접 가져오지는 않았고, 한 사람이 이미 마지막 장을 빼놓았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누가 요청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당장은 공개 못 해. 그리고 소율도 당시 상대의 직함과 실제 지시자가 같다고 확신하지 못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계정에 나타난 이름'을 '명령한 사람'으로 바꾸는 오류를 범할 수는 없었다. 오선영은 덧붙였다. "남궁태식의 진술과 임소율의 진술이 접점은 있어. 하지만 둘이 독립적으로 기억한 것인지, 나중에 사건 보도를 보고 맞춰진 건지도 확인 중이야." "네. 그리고 실제 문서가 있으면 그쪽을 먼저 봐야겠네요." "그렇게 하고 있어." 전화를 끊고 나는 책상 위 계산표를 다시 봤다. 1억 8천만 원. 이 숫자가 누구에게 부담됐는지 알게 되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떠안았다는 사실 자체가 회계 범죄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 합의가 정상적인 거래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날 밤, 한유리에게서 회사 내부자를 통해 공개 가능한 자료 목록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원본이 아니라 회사가 과거 채용 공고에 기재했던 직무 분장표를 보여줬다. 정산관리실과 기록지원팀 사이의 업무 분장에는 '책임 귀속 확인'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원칙적으로 승인자와 확인자가 달랐다. "그럼 마지막 장에 서명이 있더라도 이 사람이 돈을 갚아야 하는 건 아닐 수 있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확인 서명과 채무 인수는 완전히 다른 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제목이 비슷하다고 같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서명만 사진으로 보내고 있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문서의 마지막 장만 보여준 이유가 이해됐다. 앞장에 있는 정의와 조건을 지우면, 서명 하나로 어떤 책임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예정된 이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알림을 무시하려다가 안전 관련 문구가 있는지 정해진 절차로 확인했다. 제목은 '서명자'. 첨부파일에는 확대된 서명 사진 하나가 있었다. 잉크가 종이에 번진 부분까지 선명했다. 그런데 이름은 일부러 가려져 있었다. 본문은 짧았다. '서 조사관님. 사람은 자기가 한 서명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사진을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선배는 몇 분 뒤 답했다. '원본에서 같은 서명이 나왔는지 확인 중이야. 그 사진만으로 특정인에게 전화하지 마.' 나는 수긍했다. 상대가 원하는 건 내가 누군가에게 "당신 서명이 맞느냐"고 묻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은 이제 자신의 기억을 사진에 맞추려 할 것이다. 나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내가 가진 서류의 앞장을 봤다. 첫 페이지에서 '확인'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몇 분 후 새 문자가 도착했다. 한유리였다. '온새문서지원 전 직원이 제게 말했어요. 마지막 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앞장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요.'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우리는 줄곧 마지막 장을 찾았다. 하지만 마지막 장이 그대로 있고 앞장이 다른 문서로 갈아 끼워졌다면, 서명은 진짜여도 책임은 거짓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다른 질문을 적었다. '누가 마지막 장을 뺐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서명에 붙는 설명을 바꿨는가?' 그 문장을 쓰는 동안, 죽은 배정우가 살아서 남겼다는 말이 새롭게 들렸다. 자기가 모르는 사람의 서명 때문에 누군가 다칠 것이라고 했던 말. 어쩌면 그가 무서워한 것은 서명을 흉내 낸 사람이 아니라, 진짜 서명을 엉뚱한 문서에 붙이는 사람이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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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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