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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5화
PAYLUA ORIGINAL · 제25화

25화. 삼억 팔천의 다른 얼굴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08자

오프라인 책장
화진모빌리티가 회계 장부를 숨겼다고 말하는 건 쉬웠다. 장부에 적힌 돈이 실제로 누구의 것이었는지 설명하는 건 훨씬 어려웠다. 11월 17일 화요일 오전, 나는 지난해 보험사에 제출한 계산표를 다시 출력했다. 오선영이 정식 절차로 확보한 은행 거래자료와 대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자료를 내 책상에 가져올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손에 합법적으로 남아 있는 의뢰 자료에서 오류부터 제거했다. 3억 8천만 원. 처음 신고된 차액이었다. 두 항목을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만 보면 돈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억 2천만 원은 실제 현금 송금이 아니라 맞은편 계정에 동시에 기록된 상쇄 거래였다. 둘을 함께 잡으면 장부 간 차이는 2억 6천만 원으로 줄었다. 그 2억 6천만 원 가운데 8천만 원은 지급과 회계 반영 날짜가 달랐다. 내가 가진 후속 명세서에는 며칠 뒤 같은 금액이 기입돼 있었다. 이것 역시 입금의 실재를 따로 확인해야 했지만, 장부만으로 누락이라고 부를 근거는 약해졌다. 남은 것은 1억 8천만 원이었다. 나는 그 숫자 옆에 굵게 썼다. '현재 자료로 설명되지 않는 금액. 범죄 수익이라고 확정 불가.' 배정우가 임소율을 협박했다는 금액은 3억 8천만 원이었다. 그 숫자가 최초 장부 차액과 일치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범행 동기를 쉽게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사라진 돈이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박액을 증거처럼 쓰면 모든 결론이 같은 출처로 돌아왔다. 나는 보험사 담당자에게 정정된 계산표를 전달했다. 답장은 짧았다. '외부 검증자에게 공유하겠습니다.' 아직 계약 보류는 풀리지 않았다. 내게 유리한 결과가 오지 않아도 맞는 숫자는 맞는 숫자였다. 나는 숫자를 고친 뒤 작년에 작성한 표의 각주도 읽었다. 당시 의뢰인에게서 받은 자료는 보험사 지급분과 회사 내부 회계분이 서로 다른 날짜에 결산되는 구조였다. 그 설명을 읽었으면서도 나는 단순 차액에 지나치게 끌렸다. 보고서를 처음 쓰던 날의 나를 떠올렸다. 일이 밀려 있었고, 밤 열한 시가 넘었고, 의뢰인은 다음 날 오전에 요약본을 원했다. 실수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바빴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어디서부터 해석이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표시했다. 외부 검토자가 내 계산을 다시 한다면 같은 자료에서 같은 숫자가 나와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재검산할 수 있게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퇴근 무렵 보험사 담당자가 다시 연락했다. 그는 외부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내 자료에 표기되지 않은 가정을 발견하면 원본과 함께 질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상대가 처음으로 사무적인 문장을 벗어나 말했다. "서 조사관님, 이렇게 정정해서 다시 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나는 그 말에 고맙다고 답했지만 웃지는 않았다. 적게 틀리는 사람이 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오후 한 시, 오선영이 연락했다. "네 계산표 봤어. 우리가 확인 중인 항목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다만 네가 말한 8천만 원은 아직 입금 상대방이 실제로 수령했는지 대조 중이야." "그럼 여전히 확정하지 않으신 거군요." "응. 그리고 1억 8천만 원도 그 자체가 횡령액이라고 하진 않을 거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사가 신중해서 고맙다고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선영은 이어 말했다. "임소율이 8월 20일에 받은 업무 지시를 떠올렸어. '차액을 잔월로 보내라'는 메신저 메시지였대. 발신자는 최명환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다고." "원본은 확보했습니까?" "퇴사하면서 회사 기기를 반납했대. 복원 가능한지를 확인 중이야. 당장은 진술이야." "최명환이 직접 보냈다는 보장은 없겠네요. 계정 공유나 대리 접속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 그런데 그게 회사에서 허용된 관행이었다면 확인해야 할 사람도 늘어나지."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승인자의 이름 하나로 사람이 움직인다. 이름이 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실제로 행동했다고 믿는다. 회계나 수사나 같은 취약점이 있었다. 그날 오후 박혜림에게서 문자가 왔다. 새벽 재고조사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성실한 근무자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경찰 요청과 안전 확인 때문에 일정이 취소된 것'이라는 사실관계가 남아 있는지 문의하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자료가 고용 문제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전문가에게 상담받도록 했다. 그녀는 한참 뒤에 답했다. '회사도 알아요. 그래도 이력서에 쓸 수 없잖아요.' 나는 그 문장을 오래 읽었다. 누군가 살아남았다는 결론만으로 그 사람의 삶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을 잊지 않는 것 역시 수사를 돕는 이유였다. 한유리는 저녁 여섯 시에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새로운 기사를 쓰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며 질문했다. "3억 8천만 원이 전부 사라졌다는 표현은 이제 틀린 거죠?" "처음 계산이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지금 제 자료로 설명되지 않는 금액은 1억 8천만 원이고, 그마저 범죄 수익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난 기사도 고쳐야겠네요." "기사에서 그 금액을 무엇이라고 적었습니까?" "회사 내부에서 문제 된 정산 차액이라고요. 사라진 돈이라고는 안 썼습니다." "그렇다면 취재 결과로 차액 해석이 달라졌다고 보도할 수 있겠네요." 한유리는 웃지 않았다. "그동안 익명 제보가 3억 8천만 원을 반복해서 보내왔거든요. 제가 아직 쓰지 않은 숫자까지 누군가는 확신하고 있어요." "그 숫자가 유용했을 겁니다. 크게 보이고, 한 번 들으면 기억하기 쉽고, 배정우가 협박했다는 금액과도 같으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숫자가 틀렸다고 배정우가 살해되지 않은 건 아니죠." "그렇습니다." 한유리는 노트북을 닫았다. "저는 사람들이 거짓 숫자로 진짜 죽음을 설명하는 기사를 쓰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밤 아홉 시에 익명 이메일이 왔다. 제목은 '금액 정정'. 첨부된 표에는 내가 오후에 정리한 것과 정확히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3억 8천만 원, 1억 2천만 원, 8천만 원, 1억 8천만 원. 본문은 한 문장이었다. '서 조사관님도 이제 진짜 차액을 찾으셨군요.' 나는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다. 내 계산표는 보험사에 제출했고, 선배도 알고 있었으며, 일부 내용은 한유리에게 설명했다. 외부로 나갈 경로는 여럿이었다. 내가 감시받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숫자의 일치보다 표 아래의 작은 항목이었다. '비용 귀속 보증: 별첨 제2호.' 내가 가진 지난해 자료에는 없던 문구였다. 누군가 새로운 정보를 추가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문서를 섞어 놓은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선배에게 원본을 전달했다. 그녀는 단 한 줄로 답했다. '금액은 우리가 먼저 확인한 내용과 일부 같아. 별첨 제2호는 수사 자료에서도 아직 못 본 표현이야. 진위부터 확인할게.' 나는 오래된 정산표의 빈칸을 바라봤다. 실종된 마지막 장은 돈이 아니라 책임을 옮기는 서류일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그 돈을 부담하라고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빚을 진 줄도 모른 채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살인의 동기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미끼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나는 '1억 8천만 원'이라는 숫자 밑에 질문을 하나 적었다. '돈은 어디로 갔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 돈을 갚아야 한다고 적혔는가.' 그 순간 배정우가 남겼다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자기가 모르는 사람의 서명 때문에 누군가 다칠 거라는 말. 나는 처음으로 그 말의 주어가 배정우 자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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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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