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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발견보다 빠른 보고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20자

오프라인 책장
배정우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나는 그의 죽음을 가장 뒤에 놓고 있었다. 매일 새로운 사건예고가 나타날 때마다 그랬다. 이 모순을 인정하는 데까지 오래 걸렸다. 11월 16일 월요일 아침, 오선영은 배정우 사건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상세한 부검 결과나 수사상 비공개 사항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다만 사건기록의 시각이 의미하는 범위를 확인하자고 했다. "11월 3일 9시 15분은 시신 발견 시각이야. 사망 시각이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신자는 수정본에서 그 시간 전후의 사건을 마치 이미 확정된 죽음처럼 다뤘지." "네. 당시에는 첫 보고보다 메일이 먼저 왔다는 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우리가 놓친 건 하나야. 현장에 있던 사람이 경찰 보고를 하기 전, 다른 곳으로 알렸을 가능성." 나는 배정우 집의 문 앞을 떠올렸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부터 누군가 그곳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메일 송부는 가능했다. 다만 그 사람이 살인범일 필요는 없다. 경비원, 이웃, 방문한 사람, 연락을 받은 가족까지 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은 확인됐습니까?" "확인 중이야. 초기 신고 접수 시각과 출동 현장 기록은 확보했어. 민간인 진술도 대조하고 있고." 그녀는 결론을 미뤘다. 나는 그것이 답답했지만 이해했다. 사무실에 돌아온 나는 처음 받은 수정 사건기록을 다시 열었다. 21시 16분 수신. 경찰 첫 보고는 21시 17분. 단 1분 차이였다. 처음에는 그 1분이 미래를 보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된 건 21시 15분이었다. 누군가 현장 상황을 안 다음 1분 안에 준비된 메일을 보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미리 준비된 문서가 왜 배정우의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느냐였다. 살해를 계획한 사람이라면 가능하다. 직접 살인을 보거나 사망을 확인한 사람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저 시신을 발견했다고 해서 원인을 알 수는 없다. 누가 죽였는지는 더더욱. 나는 보고서의 '유력 용의자' 칸을 지웠다가 다시 썼다. 배정우는 임소율의 살인범으로 예고됐지만, 실제로는 숨진 사람이다. 발신자가 그의 이름을 먼저 범인으로 올려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배정우의 혐의가 증명되지는 않는다. 오후에는 배정우의 유족이 수사에 협조했다는 사실이 오선영을 통해 전해졌다. 그의 누나는 동생이 죽기 며칠 전 누군가와 다투었다는 말을 했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사망 전 마지막 통화 내용도 유족의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한 가지를 물었다. "유족이 처음부터 배정우가 범인으로 지목됐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언론 기사로 알았어. 그 일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제가 신고한 문서 때문이겠군요." "그 문서를 신고한 건 옳았어. 문서의 내용을 사실로 보도한 건 다른 문제지." 오선영의 대답이 날카로웠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일과,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돌게 된 데 대한 마음의 빚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나는 유족을 직접 찾아가지 않았다. 불쑥 나타나 사과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대신 내가 배정우를 범인으로 단정한 적 없다는 사실과 당시 받은 문서의 원본 보존 경위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정식으로 응했다. 오후 네 시, 한유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온새문서지원이 계약한 법무홍보 대행사에서 과거에 비슷한 '사건기록 형식'의 홍보자료를 만든 적이 있다고 했다. "살인 예고문과 같은 양식입니까?" "아니요. 사고 대응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자료였어요. 가상 사건을 놓고 언론 대응 순서를 훈련하는 문서요." "흔한 업무일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런데 날짜와 시각을 먼저 정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정해 문서를 쓴다는 방식이 닮았어요." 나는 그 설명을 곱씹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사건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언제나 비현실적인 일은 아니다. 위기 대응 훈련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다. 다만 실제 사람 이름을 넣어 수사기관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원본을 직접 보셨습니까?" "지난해 교육을 받았던 직원이 자기 자료를 보여줬어요. 사본이고, 그 자체로 이번 사건과 연결된다는 증거는 없어요." "그럼 경찰에도 그 정도로 설명하시면 됩니다." 한유리가 웃었다. "이제 저도 서 조사관님처럼 말하게 됐네요." 전화가 끊긴 뒤 나는 혼자 웃었다. 서로 조심하는 사람들 때문에 수사가 늦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쉽게 단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오래 돌아가야 하는 길도 있다. 저녁 7시, 오선영은 정민규가 새로 정리한 자료 목록을 보내지 않고 전화로 핵심만 설명했다. 배정우 발견 사실과 관련된 신고·접수 시각은 각각 다르게 기록돼 있었다. 하나는 현장 확인, 하나는 무전, 하나는 전산 입력이었다. 가장 빠른 시각과 가장 늦은 시각 사이에는 몇 분 차이가 있었다. "누가 시간을 조작한 겁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 일하는 과정이 다르니까 기록이 다를 수 있어. 이 차이를 악용한 사람이 있는지 보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발견, 알림, 보고, 기록. 같은 사건이라도 순서가 다르면 누군가 먼저 알았다는 인상을 만들 수 있다. 바로 그때 정민규에게서 공식 요청이 왔다. 지난해 내가 제출한 회사 사고 대응 매뉴얼의 표지 파일이 남아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확인 후 전달했다. 초판과 개정판의 제목은 같았고 표지 색만 달랐다. 그러나 안쪽의 작성자 표시 방식도 바뀌어 있었다. "왜 표지까지 필요하죠?" 내가 물었다. 정민규는 대답했다. "익명 이메일 첨부파일의 문서 속성에 옛 매뉴얼 이름과 닮은 문자열이 남아 있습니다. 원본을 확정하려는 건 아니고, 출처 후보를 배제하려고요." 나는 수긍했다. 문서 속성은 복사 과정에서 남을 수 있다. 그것만으로 작성자를 지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새로운 사실 하나가 나왔다. 한유리가 확인한 위기 대응 훈련 자료에는 '피해자·용의자·참고인'이라는 세 개의 칸이 있었다. 내가 받은 사건기록과 순서가 같았다. 경찰 양식이라고 생각했던 구성이 회사 내부 훈련 문서에도 쓰였던 셈이다. 모방은 쉽다. 하지만 모방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비교자료가 있으면, 누군가 보낸 보고서가 공적인 문서처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나는 처음 받았을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진짜 경찰 문서처럼 보였으니 믿었다. 이름과 시각이 있었으니 더 믿었다. 그런데 그 형식을 만든 사람이 위기 대응 연습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이었다면, 진짜로 예견한 것은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독자의 반응이었을 수 있다. 오선영에게 이 생각을 전달했다. 그녀는 대답했다. "가능한 가설이야. 그런데 배정우는 실제로 죽었어. 형식이 가짜여도 죽음은 진짜니까 끝까지 확인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우리가 문서 만드는 기술에만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책상 위 시계는 밤 열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일 날짜의 사건기록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그날 배정우를 마지막으로 살아서 본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문장을 맨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 아래 적었다. '발견보다 빨랐던 것은 메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준비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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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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