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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확인 완료의 주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26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13일 금요일 아침, 오선영은 내게 일곱 장짜리 표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표에서 개인 이름을 모두 가리고 남은 머리글 두 줄만 보여줬다. '증인 관리 우선순위.' '확인 완료.' 전날 밤 도착한 익명 이메일에 들어 있던 문장과 같았다. 그러나 표의 생김새까지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누군가 글자를 베껴 적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네 이름이 빠졌다고 신경 쓰이냐?" 선배가 물었다. "솔직히 조금요. 그동안은 제 반응을 보려고 계속 제 이름을 넣더니, 이번에는 아예 다른 사람들을 표로 만들었으니까요." "그것만으로 표가 살해 대상 명단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리'가 누구 업무인지 궁금합니다." 그녀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났다. "정민규가 그런 질문을 했어.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나더라. 우리 쪽 실수를 파고드는 데 정신이 없으니까. 그런데 맞는 질문이었어." 나는 펜을 들었다. 명단에 오른 사람은 임소율, 박혜림, 남궁태식, 정민규 그리고 오선영.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거나, 아예 경찰이거나, 이제 직장을 잃을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공통점은 지금 수사와 연결돼 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경찰에서 만든 게 아닙니까?" "우리 팀 양식은 아니야. 다른 부서까지 확인 중이지만 아직 확인 못 했어." "그럼 외부에서 만든 정리표일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래. 법무 대응팀, 보험사, 용역업체, 기자까지 후보는 많지." 선배는 그 말 뒤에 한 문장을 덧붙였다. "내 이름이 적혔다고 해서 경호 인력을 붙일 생각은 없어. 대신 내 업무 동선을 필요 이상으로 공개하지 않을 거야." 그것이 오선영답다고 생각했다. 공포에 맞춘 특별대우를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위험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오전 열한 시, 지난해 사건의 의뢰인이었던 보험사에서 두 번째 연락이 왔다. 계약 보류를 유지하되 내가 정정한 보고서의 계산 부분을 외부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전만 해도 그 결정에 화가 났을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부분이 발견된다면 지금 발견되는 편이 낫다. 문제는 다음 달 사무실 월세였다. 나는 자동이체 내역을 열어 예상 잔액을 계산했다. 숫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사건기록 속 3억 8천만 원을 볼 때보다 내 통장에 남은 84만 원을 볼 때 더 현실감이 났다. 한유리가 점심 무렵 전화를 걸었다. "서 조사관님, 경찰이 증인 명단을 만들어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제보가 왔어요." "진짜 명단이라는 확인은 됐습니까?" "아뇨. 그래서 전화했죠. 익명 발신자가 보낸 이미지에는 오선영 경위 이름 옆에 '확인 완료'라고 쓰여 있대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에게 온 것과 같은 이미지는 여러 사람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표현의 뜻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경찰 내부 문서인지도 확인되지 않았고요." "알아요. 그런데 다른 기자들은 벌써 경찰의 보호 대상 명단이 유출됐다는 제목을 뽑았어요." "그 기사들을 따라가지는 마세요. 그러다 실제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을 노출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서 할게요. 제가 전화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표의 끝에 작은 글자가 남아 있더라고요." 그녀는 사진을 바로 보내지 않았다. 편집국에서 개인 정보 부분을 가리고 확인한 뒤 공유하겠다고 했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사진 한 조각이 도착했다. 맨 아래 모서리에는 '검토자 외 배포 금지'라는 글귀가 있었다. 나는 그 문구가 흔하다는 것부터 적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비슷한 경고를 쓴다. 그 아래 희미한 숫자는 '04'였다. 네 번째 판인지, 네 번째 페이지인지, 복사 번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사흘 전부터 연락이 와 있었지만, 매번 사건 서류를 읽다가 놓쳤다. 통화기록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네 번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아버지는 밥은 먹고 다니느냐고만 물었다. 나는 잘 먹는다고 거짓말했다. 집에서 걱정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핑계였다. 전화를 끊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남들의 사소한 실수가 범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내 삶에서는 작은 거짓말을 별일 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물론 가족에게 끼친 걱정과 수사상 누락은 비교할 수 없다. 다만 모든 실수가 악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확인한 셈이었다. 나는 식당에서 김밥 한 줄을 사 와 남김없이 먹었다. 사람을 구한다는 일이 내 몸을 망가뜨리는 면허가 될 수는 없었다. 오후 세 시 십 분,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회사 측 변호사가 문서 하나를 보냈어. 자기네가 조사 대응을 위해 외주업체에 참고인 접촉 이력을 정리하게 했는데, 그 문서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해." "그럼 우리에게 온 표와 같은지 확인해야겠네요." "맞아. 그런데 백이준이 한 가지를 강하게 부정해. 경찰관 이름은 자기가 관리하는 목록에 없다는 거야."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정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표에 남은 참조번호를 검증하고 있어." 나는 오선영에게 왜 '확인 완료'인지 묻지 않았다. 경찰 내부의 보안 절차에 관해 내가 아는 척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지난해 내가 받은 문서를 뒤졌다. 화진모빌리티가 외주업체를 통해 제공했던 면담 일정표에는 '확인 완료'라는 문구가 종종 있었다. 담당자에게 연락했다는 뜻이었지, 실제 면담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확인 완료는 죽음의 판정이 아니었다. 서류를 열어 봤다는 뜻일 수도, 연락처가 살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우리가 어떤 뜻을 골라 읽느냐에 따라 대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저녁에 정민규에게서 짧은 문자가 왔다. 선배의 허락을 받고 보낸 업무 질문이었다. '조사관님, 지난해 외주업체 명칭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경찰이 확보한 두 문서의 서체가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정식 요청을 보내 달라고 답했다. 잠시 뒤 선배를 통해 필요한 범위의 자료 요청서가 왔고, 내가 보관하던 계약 표지만 제출했다. 업체 이름은 '온새문서지원'. 문서 정리, 법률사무 지원, 전자기록 분류를 하는 작은 회사였다. 십 분 후 정민규의 답장이 도착했다. '같은 회사 이름입니다. 다만 작성자가 같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몇 주 전이라면 정민규는 '찾았습니다'라고 먼저 외쳤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이 무엇을 찾지 못했는지부터 말했다. 밤 아홉 시, 새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파일도 사진도 없었다. '오선영의 확인이 끝나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갑니다.' 나는 그 문장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오선영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과 발신자의 문장을 사실로 취급하는 것은 달랐다. 위험을 알리는 문장은 경찰에 즉시 전달했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표에 적힌 순서대로 누군가에게 달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책상 위 문서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한 장은 지난해 온새문서지원이 만든 면담 일정표, 다른 한 장은 오늘 한유리가 보내온 표의 모서리. 같은 표현, 비슷한 서체. 무엇보다 같은 종류의 사람을 숫자로 분류하는 방식. 모서리의 '04'가 네 번째 판이라면 앞의 세 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언제 사람들의 순서를 바꿨는지 비교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입증하기 전까지 이름이 같은 업체 하나를 범인의 회사로 취급할 수는 없었다. 나는 노트에 썼다. '우선순위란 누구의 안전을 위한 순서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입막음하기 위한 순서인가.' 그리고 다음 줄에 적었다. '표를 만든 사람을 찾아도 그 표를 바꾼 사람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첫 번째 변화가 시작됐다. 나는 발신자가 준 답을 쫓지 않고, 발신자가 가져다 쓴 원래 문서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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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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