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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0화
PAYLUA ORIGINAL · 제20화

20화. 이름이 없는 예고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734자

오프라인 책장
정민규는 결국 두 문서 앞에 앉았다. 하나는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경위서였다. 다른 하나는 익명의 발신자가 내게 보낸 '증거물 확인 인계서'였다. 오선영의 설명에 따르면 두 문서는 같은 글자를 사용했지만 작성 경로가 달랐다. 하나는 경찰 내부 시스템에서 보존된 문서였고, 다른 하나는 회사 양식에 경찰관 이름을 끼워 넣은 파일이었다. "민규는 뭐라고 합니까?" 내가 물었다. "인계서에 서명한 적 없다는 진술을 유지하고 있어. 본인 필적 자료와 비교도 진행 중이고." "가짜라는 결론은 아직이군요." "조작 흔적은 발견됐지만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까지 밝혀야 해." 11월 12일 오전이었다. 나는 다시 원효로 창고의 도로 지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사건은 며칠째 흘러갔지만, 내 책상 위에는 여전히 첫날 받은 미래 사건기록이 있었다. 그 기록에서 달라진 것보다 달라지지 않은 게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 피해자로 지목된 임소율은 살아 있었다. 범인으로 적힌 배정우는 죽었다. 경비원 김동식은 15만 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정민규는 자신의 업무 실수를 시인했다. 화진모빌리티는 기록을 보존했다고 주장했고, 백이준은 법적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모두 사실의 일부였다. 그러나 그중 어느 문장도 살인범의 이름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오전 열 시 이십 분, 오선영은 정식으로 확인된 일부 자료를 내게 설명했다. 정민규 이름의 인계서는 문서 작성 후 특정 부분이 반복 수정된 흔적이 있었고, 수정 중 한 번에 이름과 시각이 함께 삽입됐다. 작성 프로그램의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파일이 이동된 경위 때문에 최초 작성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면 누군가 상황에 맞춰 이름을 넣었다는 추정은 가능하겠네요." "응. 그 이상은 아직." "첫 사건 문서도 그렇게 수정됐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 부분도 확인 중이야." 나는 오래된 사건기록의 첫 줄을 다시 읽었다. '2026년 11월 3일 임소율 살인'. 누군가 피해자와 용의자 이름만 바꾸는 방식으로 보고서처럼 보이는 문서를 만들었다면, 문서에 적힌 사건 시각은 반드시 실제 범행 시각을 뜻하지 않는다. 그 시각에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일 수 있었다. 점심에 한유리가 사무실로 왔다. 그녀는 노트북을 켜고 기사 초안을 보여 주었다. 제목은 '가짜 인계서에 이름 오른 경찰관, 실제 실수와 조작 의혹은 별개'. 나는 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어때요?" 그녀가 물었다.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두 가지를 분리했다는 게 좋습니다." "그럼 내용도 보세요. 경찰이 잃어버린 영상은 보조 카메라 일부였고, 원효로 원본 영상은 별도로 보존됐다는 사실을 넣었어요." "확인됐습니까?" "공식 답변 받았어요." "좋네요." 그녀는 의자를 당겼다. "그런데 제가 오늘 당신을 찾은 진짜 이유는 다른 거예요. 배정우가 마지막으로 통화했다는 은행 연락처와 관련한 서류를 확보했어요. 출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서류 작성 날짜는 확인했습니다." "경찰에는 전달하셨습니까?" "그쪽에도 연락했어요. 먼저 검증을 맡길 겁니다. 다만 조사관님이 지난해 계산에 썼던 명세서와 같은 양식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나는 원본을 직접 받지 않고 제목과 외형만 확인했다. 서류에는 '대체처리 확인표'라는 문구가 있었다. 지난해 회사가 내게 제출한 장부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표를 복사해 내용을 바꿨을 수도 있었다. "이 양식은 제가 본 적 있습니다. 같은 원본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 말 그대로 기록할게요." 한유리가 돌아간 뒤, 나는 지난해의 결재자료에서 한 줄을 찾았다. 특정 거래가 승인된 뒤 다음 날 대체 처리된 기록이었다. 이른바 '잔월' 계정에 임시로 들어갔다가 다른 계정으로 옮겨졌다. 회사가 설명한 정상적인 월말 정산 방식과 비슷했다. 그러나 날짜가 이상했다. 월말도 아니고, 거래처 지급일도 아니었다. 2025년 8월 20일. C-12가 봉인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나는 차액 계산을 다시 했다. 차액 전체가 돈의 횡령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8월 20일 처리분은 계정 이름과 설명이 맞지 않았다. 어느 회계 담당자가 왜 그렇게 분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오선영에게 메모를 보냈다. 얼마 뒤 그녀가 전화했다. "진혁아. 그 날짜를 우리가 확보한 거래 내역에서도 확인했어. 다만 지금은 수사자료라 상세 내용은 공유 못 해." "알겠습니다. 같은 항목을 따로 확인하고 계셨군요." "그리고 임소율이 방금 새로운 진술을 했어." 나는 숨을 죽였다. "뭐라고 했습니까?" "지난해 원효로 창고에 서류를 옮겼을 때,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마지막 장을 누군가 빼냈다는 거야. 본인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빈칸을 확인했다고 해." "누가 빼냈대요?" "모른대. 그때까지 같이 있던 사람이 두 명이었는데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나는 의자에 기대었다. 피해자 임소율은 여전히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마지막 장을 따로 빼낸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신원을 추정하는 건 조심해야 했다. "그 장에 무엇이 있었습니까?" "그건 더 확인해야 해. 다만 남궁태식이 들었다는 말이랑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나는 전화를 끊고 새 기록을 적었다. 누군가 마지막 장을 따로 보관하라고 말했다. 임소율은 마지막 장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 두 진술이 같은 상황을 가리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독립된 사람들의 증언이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은 중요했다. 오후 세 시, 정민규가 회사 문서의 참조번호 대조 결과를 전달했다. 경찰 경로로 온 공식 확인 요청이었다. 가짜 인계서에 붙은 번호의 앞부분은 화진모빌리티의 지난해 문서관리 방식과 닮았지만, 끝자리 규칙이 달랐다. 실제 사내 문서에는 부서 코드 뒤에 작성 월을 표시하는 번호가 들어갔다. 가짜 인계서에는 작성일을 그대로 넣는 형식이었다. "그 차이가 뭘 뜻합니까?" 내가 물었다. "안에서 양식을 실제로 써 본 사람이면 이런 오류를 안 냈을 수도 있겠죠." "그럴 수도 있지만, 일부러 틀리게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함께 적었습니다." 나는 그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 없어도 스스로 관찰과 결론을 분리할 줄 알게 됐다. 그가 저지른 실수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쉽게 예측하지 못할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한유리의 기사가 올라왔다. 제목은 정민규를 범인으로 만들지 않았고, 배정우를 원래 살인 용의자로 확정하지도 않았다. 대신 같은 문서의 일부가 서로 다른 곳에 전달되며 확인된 사실처럼 확대됐다는 과정을 추적했다. 나는 기사를 끝까지 읽었다. 그동안 상대가 언론을 조종하는 데 사용한 비용과 방법이 일부 드러났다. 기사에 나온 익명 제보들의 원문은 여러 경로에서 전달됐지만, 일부는 같은 초안을 잘라 만든 것이었다. 누군가 마치 많은 사람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꾸민 셈이다. 오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혁아, 이번에는 우리가 중요한 걸 하나 확보했어." "뭡니까?" "익명 발신자의 문서 가운데 하나가 처음부터 완성된 파일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나왔어. 받는 사람마다 내용이 다르게 저장된 흔적이 있어." "그럼 처음부터 사건기록이 아니라 반응을 확인하는 질문지였을 수도 있겠군요." "그래. 다만 제작자는 아직 몰라." 나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선배, 정민규 순경은 이제 괜찮습니까?" "완전히 괜찮진 않아. 징계 절차는 남아 있고, 거짓 혐의 문제도 끝나지 않았어. 하지만 오늘은 자기 이름을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을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밤 아홉 시, 익명 이메일이 또 도착했다. 이번에도 나는 곧장 열지 않았다. 정해 둔 확인 시간에 원본이 보존됐다는 알림만 보았다. 위험을 알리는 내용인지 확인한 뒤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본문에는 한 문장이 있었다. '두 번째 피해자가 누구인지 이제 확인하셨겠군요.'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민규를 가리킨다면 발신자는 그를 희생양으로 만들려 했거나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해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는 내가 특정인을 지목해 그의 위험을 더 키우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첨부된 마지막 페이지를 열자 표 하나가 나왔다. '증인 관리 우선순위'. 사람들의 이름이 행마다 적혀 있었다. 정민규, 임소율, 박혜림, 남궁태식. 그리고 가장 아래에 처음 보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오선영 — 확인 완료.' 내가 본 표가 누구의 업무표인지, '확인 완료'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경찰관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로 위험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표를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나는 오선영에게 원본을 전달했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표는 확인할게. 대신 너도 조심해. 오늘 처음으로 네 이름이 없는 예고가 왔잖아.' 그 말을 읽고서야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상대는 언제나 나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우려 했다. 이번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름만 남겨 놓았다. 누군가 일부러 나를 제외했다면, 내가 빠진 시간에 무엇을 하려는 걸까. 나는 노트를 펼쳤다. 다음 장의 제목을 적기 전에 먼저 내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를 썼다. '배정우의 죽음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을 적었다. '상대가 다음 피해자를 말하는 동안, 첫 번째 피해자의 진실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의 기록을 추적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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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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