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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99화
PAYLUA ORIGINAL · 제199화

199화. 빈 사건보고서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66자

오프라인 책장
익명 발신자는 마지막까지 익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7년 5월 14일, 오선영은 외부 문서 발급 서비스와 회사 내부 메일 시스템에서 확보한 기록을 종합한 수사 경과를 설명했다. 처음 내게 도착한 허위 사건기록은 외주업체 공동 계정에서 발송됐다. 첫 발송 예약 자체는 백이준의 검수 승인과 연결됐고, 최종 예약 해제는 계약업체의 작업자가 실행했다. 후속 수정본의 일부는 백이준의 개인 인증으로 승인됐다. 그런데 그동안 인터넷에 돌아다닌 모든 익명 비방 게시물을 같은 사람이 올린 것은 아니었다. “그럼 단독 범인이 아닙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범죄마다 관여자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선영이 답했다. “우리가 확보한 기록에는 실제 계정을 사용한 사람, 요청을 승인한 사람, 게시물을 다시 퍼뜨린 사람이 따로 나와 있어요.” 백이준은 처음에는 ‘업무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실험자의 동의가 없었고, 가짜 살인사건 보고서는 공식 경찰 문서와 유사하게 제작됐다. 이름이 적힌 피해자는 실제로 존재했고, 경찰이 출동하도록 유도하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위험을 몰랐다고 설명했지만 작업 의뢰의 일부 문구가 그 주장과 맞지 않았다. 오전 조사에는 외주업체 직원 한 명의 진술도 포함됐다. 그는 최초 요청서를 받았을 때 살인이라는 단어가 있는 양식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실 승인 표시가 있었고, 고객사가 실제로 발송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어디까지 확인했습니까?” “파일에 잘못된 전화번호가 없는지, 표가 잘리지 않는지요.” 그의 말은 우리가 추적한 02-C의 역할과 맞았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계획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문서 형식을 검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위 사건보고서 형식을 알고도 이를 정상 업무로 처리했는지에 관해서는 별도 책임이 남았다. 수사팀은 그가 승인 표시와 실제 발송 허가를 구분했는지 조사했다. 나는 그에게 분노만 느낄 수 없었다. 나 역시 서류의 기술적 형식을 먼저 보는 일을 오래 했다. PDF의 생성시각이 맞는지, 메타데이터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내용 자체의 윤리적 문제를 두 번째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형식만 정확하게 만들면 좋은 문서가 되는 게 아니다. 가짜 사건기록은 글씨 하나 틀리지 않아도 가짜였다. 오전 열두 시, 한유리는 이번 수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묻는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녀는 15만 원을 받은 김동식, 경고를 낮춘 윤세한, 최종 검수한 백이준을 한 화면에 배치하려다가 그만뒀다. “같은 크기로 사진을 넣으면 모두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여요.” “그렇습니다.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행위와 인과관계를 다뤄야죠.” 유리는 사진 대신 문서의 시간표를 쓰기로 했다. 이것도 사람이 만든 기사였고, 나중에 정정할 일이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실제 확인된 부분과 아직 조사 중인 부분을 다른 표기로 설명했다. 가짜 문서 발급 서비스의 결제 내역에는 회사 예산에서 개인 명의로 옮겨진 소액 비용들이 남았다. 일부는 02-C 검수비였다. 일부는 사칭 확인서 제작비였다. 모든 지출을 백이준 혼자 지시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이름으로 승인된 것과 외주 담당자들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은 나뉘어 있었다. “그럼 정말 미래를 보낸 사람은 없었던 거군요.” 나는 유리의 말에 대답하기 전 한 번 생각했다. “확인된 사실로 설명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겼습니다. 미래를 봤다는 가설을 따로 세울 이유가 없죠.” 최초 메일과 후속 메일 사이에는 서로 다른 생성 시각이 있었다. 사람이 나중에 이미 일어난 사건을 템플릿에 넣고, 원래부터 예측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흔적도 확인됐다. 특히 내가 임소율에게 먼저 전화한 것은 최초 예상표와 달랐다. 이후 판본에서 그 순서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바뀌었다. 그날 오후 최명환과 관련된 수사도 별도 단계로 넘어갔다. 그는 배정우를 밀친 사실을 진술했고, 현장 감정은 물리적 충돌이 있었음을 지지했다. 경찰은 고의적인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수사자료로 정리해 사건을 넘길 준비를 했다. 사망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정확한 범위는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판단해야 했다. 최명환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했다는 자료는 아직 없었다. 배은정은 그 소식을 듣고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써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정식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동생이 혼자 넘어져 죽었다는 말이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지 않았다는 걸로 충분해요.” 나는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잘못된 설명을 견뎌왔는지 생각했다. 처음엔 동생이 살인 용의자라는 말이 돌았다.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누군가는 그를 가해자로 불렀다. 이제 그는 피해자로 조사받고 있었지만, 과거의 모든 선택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한유리는 그날 기사에서 두 줄을 크게 분리했다. ‘허위 예고 문서 제작·유포 사건’과 ‘배정우 사망 사건.’ 독자는 하나의 큰 범죄 조직 이야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된 것은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행위였다. 어떤 이는 부주의했고, 어떤 이는 돈을 받았고, 어떤 이는 문서를 왜곡했다. 어떤 이는 사람을 밀었고, 어떤 이는 도움을 청하지 않은 채 떠났다. 저녁 일곱 시에는 권다정이 면접 지연에 대해 회사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허위 승인자 게시물이 공식 채용 판단의 근거였다는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해당 게시물을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한 사람이 있었고, 그 뒤 검토가 중단된 기간은 확인됐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다고 했다. “합격은 못 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승인자가 아니었다는 건 이제 서류로 남았어요.” “이제 다른 회사에도 지원할 겁니까?” “네. 그리고 다시 누가 제 이름을 쓰면 먼저 원본을 요구할 거예요.” 그녀가 전화를 끊은 뒤 김주하에게 메시지가 왔다. 계약 갱신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기 업무기록에 붙은 허위 문구가 삭제됐다는 것이었다. 이다원은 자신이 실제로 서명하지 않은 수거확인서가 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일상을 갖고 있었다. 범인이 한 번 만들어낸 거짓 정보가 그 일상을 여러 달 붙잡고 있었다. 나는 오래된 문서의 한 줄을 떠올렸다. '확인 완료.' 그 말은 때로 모든 일을 끝내는 도장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끝났다고 써놓은 자리에 사람의 삶이 계속 남아 있었다. 밤이 되자 처음 이메일을 받은 지 반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 사이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고, 누군가는 새 직장을 얻었고, 누군가는 죽었다. 내 사무실의 식물은 두 번 말랐다가 다시 잎이 났다. 이상하게 나는 식물에 물을 주면서 가장 오래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이 또 하나의 자극적인 이야기로만 남지 않을까. 밤 열한 시, 마지막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진짜 원본’이었다. 내용에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처음과 똑같은 문장이 붙었다.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첨부된 문서는 예전 것과 달랐다. 사건 발생 장소도, 피해자도, 범인도 없었다. 텅 빈 양식이었다. 나는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신자는 더는 특정 이름을 앞세워 우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새로운 피해자를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원문을 보존하고 선영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답장을 쓰지 않았다. 처음 날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은 완벽한 예측이 아니었다.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그 두려움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두려움이 나 대신 결론을 내리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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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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