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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86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사건기록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2027년 5월 15일, 나는 사무실에서 처음 받은 이메일의 출력물을 다시 펼쳤다. ‘피해자 임소율. 용의자 배정우. 참고인 서진혁.’ 모든 시작이 거기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살아 있고, 한 명은 죽었으며,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적힌 그대로 믿어버린 사람 중 하나였다. 오선영은 그날 오후 최종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배정우 사망 사건의 주요 물증과 최명환의 변경된 진술은 정식 절차로 검토되고 있었고, 허위 사건기록 및 사칭 문서 관련 자료는 관여자별로 나눠 제출됐다. 누구에게 어떤 혐의가 인정될지는 아직 법적 판단이 남았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한꺼번에 ‘사건 관련자 전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는 없게 됐다. 나는 하나의 표를 완성했다. ‘확인된 행위’, ‘확인되지 않은 행위’, ‘피해’, ‘정정·후속 조치.’ 사람 이름은 그다음 칸이었다. 처음에는 그 방식이 답답했다. 이제는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형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후 세 시, 임소율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녀는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회사가 그녀의 개인 채무로 표시한 일부 정산 항목을 철회하고, 잘못 송신된 기록의 정정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는 확인서였다. 나머지 항목은 조정 중이었다. “끝난 건 아니죠?” “네. 하지만 시작할 수는 있겠네요.” 그녀는 내 책상에 처음 앉았던 때처럼 손가락을 꼬지 않았다. 내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서 조사관님은 제가 전화했을 때 장소를 알려주셨잖아요. 그때 전 누가 저를 겁주려고 만든 장난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경찰에 알렸죠.” “네.” “그건 잘한 일이에요.”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내가 첫날 한 선택 때문에 수사가 시작됐고, 그 정보가 회사로 흘러가기도 했다. 한 선택이 모든 결과를 책임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날 경찰 보호 아래 있었던 그녀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오후 세 시 반, 백이준에 대한 마지막 질문을 노트에 적었다. 그는 결국 자기가 승인한 허위 보고서 형식과 후속 발송 절차에 대해 조사받고 있었다. 그가 했던 유익한 설명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 설명 덕분에 우리가 여러 문서의 용어를 정확히 구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올바른 말을 아는 사람이 올바른 일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최명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누구보다 회사의 결재선을 잘 알았다. 하지만 배정우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업무 지식으로 대신 설명할 수 없었다. 그날 현관 앞에서 있었던 접촉, 넘어짐, 도움을 청하지 않은 행동이 조사 대상이었다. 나는 그와 백이준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지 않았다. 사건마다 지켜야 할 증거가 달랐다. 나는 한동안 이 소설 같은 사건의 완벽한 마지막 장면을 상상했다. 범인이 내 앞에 앉아 모든 일을 고백하고, 나머지 사람은 박수를 치는 장면.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여전히 거짓말을 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어디까지 잘못했는지 모른 채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증거는 쌓였고 피해자는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오후 네 시에는 정민규가 찾아왔다. 그는 작은 봉투를 꺼냈다. 개인적인 감사 편지가 아니라 업무 개선 제안서 사본이었다. 긴급 보호 연락에서 수신 대상 확인, 정정본 실제 수신 확인, 개인정보 가림 검토를 분리하자는 내용이었다. “채택됐습니까?” 내가 물었다. “시험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실수한 사람이 제안했다고 면책되는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맞는 말이네요.” “그래도 다음 사람은 같은 오류를 덜 겪게 할 수 있겠죠.” 그는 봉투를 다시 집어넣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정민규가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실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저녁에는 박혜림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새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고 했다. 권다정은 허위 승인자 게시물과 채용 절차 지연에 관한 구제 신청 접수번호를 보내왔다. 김주하는 누락된 출력장 문제로 자신에게 돌아왔던 부당한 비난에 대해 정정 공문을 받았다. 이다원은 자기 이름을 도용한 서명 문서가 취소됐다는 확인을 받았다. 김동식은 15만 원 수수 사실에 따른 책임 절차에 응하면서도 살인 공모라는 허위 게시물을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축하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이미 너무 많이 잃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야기 속 결말보다 현실에서 계속 쓸 수 있는 기록이었다. 배은정은 늦은 밤 찾아왔다. 동생이 살아 있을 때 쓰던 작은 수첩을 가져왔다. 배정우는 매일 해야 할 일을 적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정 대신 ‘소율 씨에게 사과’라는 글씨가 있었다. 사과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걸 기사에 넣지 말아주세요.” “그러겠습니다.” “그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었는지 한 줄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사람은 사건보고서의 피해자나 용의자 칸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 배은정이 돌아간 뒤 나는 서랍에서 처음의 노란 조각 사진을 꺼냈다. C-12. 우리는 그 작은 번호를 붙잡고 수없이 먼 길을 돌아왔다. 그 조각은 결국 한 사람의 살인을 입증하는 결정적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찾는 동안 누군가의 거짓말과 누군가의 무책임이 드러났다. 사실은 늘 중요한 단서처럼 생기지 않았고, 중요해 보이는 단서가 반드시 진실의 중심에 있지도 않았다. 한유리에게 마지막 기사 제목을 물었다. 그녀는 ‘미래를 맞힌 범인은 없었다’라고 했다가 지웠다고 했다. “왜 지웠습니까?” “범인이 누구인지 판결도 안 났는데 제목으로 단정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사람을 죽인 일과 문서를 조작한 일을 하나로 묶고 싶지 않아요.” 최종 제목은 ‘완료되지 않은 확인, 바뀐 책임과 뒤늦은 정정’이었다.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어떤 속보보다 정확했다. 밤 열 시 16분. 오래된 이메일 수신 시각과 같은 숫자가 모니터에 떴다.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메일함에는 새 예고가 없었다. 아무 일이 생기지 않은 밤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누군가 다음 사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삶을 의심 속에 가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서랍 속 사건기록들의 사본을 구분해 봉투에 넣었다. 수사기관에 제출한 원본은 따로 보관돼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은 정정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기록한 작업용 사본이었다. 이제는 그 차이를 남에게 설명하지 않고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수첩에 두 문장을 썼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는다.’ ‘확인된 잘못은 사라지지 않게 남긴다.’ 그 아래에는 더 쓸 말이 없었다. 창밖에서 새벽 청소차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무실의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 몇 달 전과 같은 복도, 같은 계단이었다. 하지만 내려가는 발걸음은 조금 달랐다. 누군가 내일의 살인사건을 오늘 접수시킬 수는 있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해 경찰을 움직이고, 평범한 실수 위에 거짓 서류를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끝난 사실로 만들 수는 없다. 우리가 확인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만큼은, 아무도 마음대로 고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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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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