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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95화
PAYLUA ORIGINAL · 제195화

195화. 현관 앞의 시간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590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은 범인을 잡기 위해 현장에 가지만, 현장은 종종 사람보다 느리게 대답한다. 2027년 5월 10일, 오선영은 배정우 사망 사건의 재구성 결과를 설명했다. 인천 자택의 문틈에서는 포장용 테이프의 미세한 잔여물이 발견됐다. 그 자체로 범행의 증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발견 당시 파손된 서류 상자의 일부와 접착 성분이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유사했고, 사건 당일 해당 제품을 구매한 거래가 주변 상점 자료에 남아 있었다. 결제자는 최명환의 개인 카드였다. 나는 질문하려다가 멈췄다. 카드를 썼다는 사실이 실제 구매자가 최명환임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선영이 먼저 말했다. “상점 영상도 확보했어. 같은 시각 최명환이 계산대에 있었던 건 확인돼.” “그런데 그 테이프를 배정우 집에 가져갔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겠네요.” “맞아. 그래서 사망 사건은 카드 하나로 끝내지 않아.” 오선영은 내가 볼 수 있는 범위에서 세 가지 자료를 설명했다. 최명환의 휴대전화가 사건 당일 인천 상가 근처에서 통신한 기록. 서류상자를 묶는 데 쓰인 테이프 잔여물. 그리고 현관 앞 복도에서 회수한 작은 인쇄물 조각. 인쇄물에는 2025년 비용 귀속 검토 문서의 문장 일부가 남아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문서는 회사 여러 직원이 복사했을 수도 있었다. 최명환은 실제 방문 사실을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과거 진술과 새 객관 기록 사이에는 여러 모순이 생겼다. 정오 무렵 백이준이 2025년 월말 정산 문서에 남긴 ‘일반 분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검토했다. 그의 의견서에는 개인 귀속을 확정하라는 문장이 직접 적혀 있지 않았다. 그는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결재 단계에서 최명환은 그 의견서를 ‘법무 검토 완료’의 근거로 사용했다. 누군가가 경고를 낮추고, 누군가가 법률 검토를 내세우고, 누군가가 개인에게 비용을 붙였다. 한 장의 거짓 증명서가 아니라, 각각 사실처럼 보이는 문서가 이어졌다. “그중 누가 제일 나쁩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질문은 그게 아닙니다. 누가 경고를 바꿨는지, 누가 문서의 의미를 바꿨는지, 누가 책임을 옮겼는지 각각 입증해야 합니다.” 그녀는 회사 결재 문서의 날짜를 줄줄이 적었다. 8월 22일 임소율 신고. 8월 25일 참고 전환. 8월 27일 개인 귀속 관련 결재. 숫자가 너무 가까워서 하나의 사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근접한 날짜는 공모의 증거가 아니었다. 연결된 승인 경로와 각 사람의 인식이 필요했다. 오후 한 시, 백이준이 내게 직접 보낸 과거 메일 하나가 떠올랐다. ‘민원인의 이의신청을 보류하면 비용 확정은 미뤄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맞았다. 나는 그때부터 문장이 적법한지와 그 문장을 그 자리에 쓰는 것이 정직한지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그보다 앞서 이의신청이 철회됐다고 잘못 표기된 기록을 알고 있었을까. 나는 그때 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문서에 능숙한 사람 앞에서 문서를 모르는 사람이 되기 싫었던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을 수사팀에 전달했다. 백이준에게 기억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잘못 표기된 R-04 상태값이 그의 검토 화면에 실제로 표시됐는지, 이후 그가 오류 정정을 요청했는지 업무 로그로 확인해야 했다. 그 내용이 확인된다면 그의 책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도 한 걸음 더 분명해질 것이다. 오후 세 시, 배은정은 경찰의 정식 안내를 받은 뒤 내게 전화했다.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어요.” “담당 수사관이 설명하신 내용이 가장 정확할 겁니다.” “알아요. 그래도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동생이 정말 누군가와 싸우다가 죽은 걸까요?”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 가능성을 확인할 물증이 생겼다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법의학 감정을 직접 맡은 사람이 아닙니다.” “늘 그런 식으로 대답하시네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원망이 없었다. “예전에는 답답했어요. 지금은 그 말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누군가 또 동생 이름으로 이야기를 만들면 안 되니까요.” 나는 창문을 열었다. 사무실 아래에서는 아이 둘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웃고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수백 장의 문서가 되자 그 사람이 살아 있던 시간은 오히려 작아졌다. 저녁 일곱 시, 선영은 최명환이 진술 일부를 바꿨다고 했다. 그는 원효로 약속을 취소한 뒤 배정우에게 직접 확인할 일이 생겨 인천에 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말다툼만 했고, 배정우는 그가 돌아설 때 살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디에서 다퉜다고 합니까?” “자택 현관 앞.” 나는 눈을 감았다. 최명환이 배정우를 만난 사실을 인정한 것은 변화였다. 하지만 폭행이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진술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왜 처음에는 집 근처에 가지 않았다고 했을까. 자신이 방문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비용 귀속 조작의 책임까지 드러날까 봐 두려웠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오선영은 자택 복도에서 발견된 미세한 자국을 재감정했다. 흔적은 누군가가 넘어지면서 밀친 물건으로 남았을 수도 있고, 무거운 상자를 끌어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감정 담당자는 추정의 범위를 보고서에 명확하게 적었다. 나는 그 정직함이 반가웠다. 모르는 부분을 아는 척하지 않는 보고서. 처음 내게 온 미래 사건기록에는 없던 것이었다. 밤 아홉 시, 다른 수사팀이 건물 관리업체의 출동 완료 조작을 별도 사건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태만한 당직자와 현장 출동을 거짓으로 적은 직원에게 각각 다른 사실을 묻고 있었다. 그들이 출동했다면 배정우가 살아 있었을지는 여전히 단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방문하지 않았는데 방문했다고 기록한 행위는 사망 원인과 별개로 판단할 수 있었다. 한유리는 기사를 쓰다 내게 한 문장을 읽어줬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살인이 완성됐다.’ “그 문장도 빠릅니다.” 내가 말했다. “왜요? 신고를 놓쳤잖아요.” “신고를 놓친 것은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게 사망의 원인인지 아직 검토 중이고요. 그 둘을 합치면 실제 폭행을 한 사람의 책임이 희미해집니다.” 유리는 조용히 문장을 지웠다. 그날 밤 백이준의 변호인을 통해 반박 의견이 나왔다. 백이준은 02-C 최종 검수에 참여했으나 그것이 범죄에 이용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191화의 진술에서는 작업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었다. 기억하지 못했다는 말에서 이용 가능성을 몰랐다는 말로 옮겨온 것이다. “그 주장에 모순이 있는 건 맞습니까?” 내가 선영에게 물었다. “진술 변경은 사실이야. 하지만 무죄 추정은 그대로 지켜야 해. 작업 지시 메일과 실제 배포를 확보해서 판단할 거야.” 밤늦게 나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최초 이메일을 출력한 종이를 찾았다. 첫 번째 사건기록에는 피해자 임소율과 유력 용의자 배정우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 이름들이 실제로 확인됐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그 문서를 너무 빨리 믿었다. 지금 내 앞에는 다른 종이가 있었다. 피해자 배정우. 방문 인정자 최명환. 검수 승인자 백이준. 정보 유포 계정 사용자 미확정. 그 사이에는 아무 화살표도 그리지 않았다. 아직 잇지 못한 선은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이 만든 이야기로 모두를 몰아넣는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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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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