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194화. 십오만 원의 값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588자

오프라인 책장
“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김동식은 그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2027년 5월 9일, 나는 오선영의 허락을 받아 사건 관련자들의 사실확인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김동식이 받은 15만 원은 줄곧 원효로 물류건물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는 대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돈을 준 상대를 정확히 보지 못했고, 사진을 찍은 사람과 지시한 사람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거의 기사에 나오지 않았다. “받은 돈을 돌려주면 그날 기록을 비웠던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알아요. 그래서 그 일을 했다고 인정한 거예요. 살인에 가담했다는 말만은 바로잡고 싶습니다.” 그는 모자를 벗은 채 한참 손등을 문질렀다. 입술 사이로 나오는 말이 끊겼다. “몇 분만 쓰지 말라고 해서요. 어차피 그 시간엔 손님도 없을 줄 알았죠.” 그 말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동시에 그의 판단이 실제 구멍을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정식 조사에서 확인된 돈의 이동 경로는 흥미로웠다. 현금 봉투를 전달한 사람은 문서 검수 업체로부터 단기 배송을 받은 대행 기사였다. 그는 출입기록 누락이라는 목적까지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받은 지시 문구는 ‘야간 안내 협조비 전달’이었다. 업무요청의 결제 승인은 고태원 명의 관리 목록을 거쳤지만 실제 비용청구서를 작성한 계정은 별도였다. “그럼 고태원이 15만 원을 줬습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그렇게 쓰면 틀립니다.” 나는 말했다. “관리 목록에 올라온 사람과 지출을 지시한 사람의 구분부터 확인해야 해요.” 한유리는 노트를 덮었다. “오늘은 범인을 쓰는 기사보다, 누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쓰는 기사가 더 길어지겠네요.” 저녁에는 선영이 결정적인 대조 결과를 알려줬다. 15만 원 봉투 사진의 원본은 첫 살인 예고가 도착하기 전날 외부 검수업체가 수행한 보안 취약점 테스트 보고서에 삽입돼 있었다. 현장 경비원을 실제로 돈으로 매수했으니 정당한 테스트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사진이 첫 익명 메일 뒤에 우연히 촬영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백이준의 검수 계정도 그 보고서를 봤습니까?” “열람 흔적은 있어. 하지만 그가 직접 지급을 지시했는지는 추가 확인 중이야.” 나는 그 답을 받아 적었다. 의도적으로 허점을 시험했다는 자료가 있다는 것과 실제 살인의 공범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범인이 15만 원에 살인 경로를 산 것인지, 관찰자가 수사의 관심을 엉뚱한 창고로 돌린 것인지 아직 구분해야 했다. 오후 두 시, 돈을 전달한 대행 기사의 진술을 추가로 확인했다. 그는 봉투의 정확한 금액을 알지 못했고, 자기 업무 앱에는 ‘서류 수거 협조비’라고만 적혀 있었다. 명령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하루에 스무 건씩 일을 합니다. 손님은 말하지 않은 걸 기사에게 잘 알려주지 않아요. 그렇게 배워서요.” 그 말이 그를 면책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얻기 위해 어느 층의 사람에게 어떤 정보를 감췄는지는 보여줬다. 배송 기사는 협조비를 전한다. 경비원은 출입기록을 쓰지 않는다. 검수자는 비어 있는 기록을 사진으로 남긴다. 어느 단계의 사람도 전체 일을 알지 못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서운 조직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다가 생각을 고쳤다. 사실 많은 회사가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간다. 일을 나누면 효율이 높아진다. 그만큼 책임의 경계도 분명해야 한다. 백이준은 그 경계를 잘 알고 있었고, 그 사실만으로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 틈을 설계했다면 우연보다 훨씬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후 세 시 반에는 권다정이 연락했다. 최근 면접 재검토에서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회사는 사건과 무관한 채용 기준을 들었지만, 그녀는 허위 승인자 게시물이 돌던 기간에 면접이 정지됐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소송을 해야 할까요?” “제가 결론을 대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시점에 실제로 발생한 채용 절차 지연과 허위 게시물은 별도로 기록해두세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제가 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울지 않았다. 목소리도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사건 내내 듣던 어떤 위협보다 강하게 들렸다. 상대가 권다정에게서 빼앗으려 했던 것은 취업 기회만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자신을 설명할 권리였다. 오후 다섯 시, 오선영은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물류건물 출입 예정 시간에 아무 차량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확인이 다시 나왔다. 차량 CCTV와 도로 교통 영상은 서로 일치했다. 그날 밤 창고에서 살인하려는 직접 실행 계획은 없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범인은 경찰을 그곳으로 보내려 했는지도 몰랐다. 그때 나는 처음 보고서의 노란 C-12 조각을 떠올렸다. 우리가 그 조각을 찾아 여러 문서함을 뒤졌던 시간들. C-12는 특정 하나의 보물이 아니라 흔한 분류 번호였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수개월 동안 움직였다. “C-12가 전부 가짜입니까?” “아니.” 선영이 말했다. “2025년 8월 그 번호를 쓰던 문서함이 있었고 분류 오류 기록도 진짜야. 다만 최초 살인 사진 속 조각이 그 물건이라는 증거는 없어.” 진짜 사실을 거짓 관계로 묶는 것. 그게 이 사건을 움직인 오래된 방법이었다. 김동식은 돈을 건넨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잘못을 바로잡을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오선영은 사건 수사와 별도로 그에게 필요한 법률 안내와 사실확인 절차를 설명했다. 그는 수사 협조와 책임 인정, 확인되지 않은 살인 공모 주장을 정정해달라는 요구를 각각 서류에 적었다. “기록을 쓰지 않은 건 제 잘못입니다.” “맞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럼 다른 사람이 제 잘못을 이용한 것도 증명할 수 있나요?” “증명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죠.” 이 말은 언젠가 내가 임소율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때 나는 그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부터 캐물었다. 이제는 그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자신이 지지 않은 책임까지 떠맡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밤 여덟 시, 사건의 온라인 게시물 가운데 가장 많이 공유된 사진의 게시 시간도 확인됐다. ‘경비원 살인 공모 인정’이라는 문구가 올라온 시각은 김동식이 경찰에서 처음 사실을 인정하기 전이었다. 작성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알기 전에 결론을 준비했다. 경찰은 그 게시 계정의 생성·접속 자료를 확보했다. “그럼 선제적으로 낙인찍을 대상을 정해놓은 거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적어도 그 게시물은 확인된 수사 결과를 전달한 게 아닙니다.” 유리는 오늘 기사 제목을 바꿨다. ‘경비원이 받아든 15만 원, 기록 공백과 살인 공모는 다른 문제.’ 나는 이번에는 제목을 고치지 않았다. 그러나 밤 열 시, 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배정우 자택 계단참의 바닥에 남았던 오래된 접착제 얼룩이 다시 조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최초 현장팀은 그것을 문 앞에 버려진 테이프 자국으로 적었다. 이번에 복원된 상가 영수증의 제품명과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있었다. “누가 거기에 붙였다는 겁니까?” “아직 몰라. 우린 아직 죽음의 방법도 확정해서 설명하지 않았잖아.” 나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창고 경비원의 15만 원은 이제 거의 설명이 됐다. 그러나 진짜 비극이 일어난 집에서는 여전히 누군가가 발걸음을 남겨놓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