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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90화
PAYLUA ORIGINAL · 제190화

190화. 검수 승인자의 자리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27자

오프라인 책장
고태원은 02-C를 알고 있었다. 2027년 5월 5일 수요일, 그는 오선영의 정식 조사에서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이유를 설명했다. 화진모빌리티의 외부 문서 검수 계약을 관리했기 때문에 대조용 파일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파일을 실제로 만들지도, 내게 메일을 보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회사 안에 누구든 02-C를 알 수 있었다는 건가요?” 내가 물었다. 오선영은 내게 공유할 수 있는 진술 범위를 설명했다. “계약 담당자와 작업자들이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대. 권한 목록은 계속 대조 중이야.” 나는 한때 고태원이라는 이름을 수첩의 가운데에 적어놓고 모든 화살표를 그에게 연결하고 싶었다. 그 충동을 참았다. 사람이 자기 직무와 관련된 파일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고태원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낯선 문서가 있었다. 2026년 11월 2일 오후에 작성된 ‘대조용 시나리오’ 작업 요청서였다. 계약 문서 형식을 따랐지만, 의뢰 목적의 일부 칸이 공란이었다. 그날 밤 만들어진 02-C와는 작업번호의 앞자리가 같았다. “업무용 파일이라면 왜 개인 이름이 들어 있었습니까?” “그 부분은 누가 작성했는지 확인해야지.” 선영이 대답했다. “회사는 실무 테스트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어.” 서진혁. 임소율. 배정우. 나는 세 이름을 머릿속으로 읽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죽거나 협박당할 위험을 경고하는 문서에 개인 이름을 넣어 테스트했다면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낸다고 법적 책임이 자동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한유리는 고태원의 진술 요약을 읽고 그가 일부 질문에 지나치게 정확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태도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다. 준비된 답변은 유능한 변호사의 조언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오해받아온 사람이 메모해온 결과일 수도 있었다. 대신 그가 제시한 문서의 번호가 정식 보관 자료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번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틀렸다. 번호를 적는 사람과 그 번호를 재사용하는 사람까지 확인해야 했다. 오후 한 시, 출력업체는 자신들이 계약업무로 받은 문서의 일부가 일반적인 검수 자료의 형식을 벗어난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고했다. 문제의 파일에는 사건 발생 예정 시각과 연락 순서가 있었다. 작업자는 내용이 이상했지만 회사에서 보내온 공식 의뢰라고 생각해 별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내용이 있었는데도요?” 한유리가 물었다. “그때는 시나리오 테스트라고 생각했대요.” 나는 말했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는 따로 조사해야겠죠.” “그러면 담당자도 잘못한 거네요.” “내용을 보고 의심해야 할 상황을 무심코 넘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행동과 실제 살인을 계획한 사람의 행동은 구분해야 합니다.” 그때 정민규가 전화했다. 2026년 11월 2일의 02-C 저장 이력에서 원본을 마지막으로 수정한 계정이 확인됐다는 소식이었다. 02-C가 만들어진 시각과 같은 서버의 인증 기록이 남아 있었고, 그 가운데 ‘대조 결과 승인’이라는 작업을 실행한 개인 업무 인증이 하나 있었다. “누굽니까?” 정민규는 바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인증서 명의와 실제 사용자가 같은지 확인 중입니다. 이번에는 그 부분까지 끝내야 공개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의 신중함이 답답하면서도 옳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 세 시에는 배정우 사망 사건 쪽에서 더 직접적인 진전이 나왔다. 현관 수리 접수로 분류됐던 19시 18분 신고의 후속 확인 과정에서 당시 보수 담당자의 이동 기록이 확보됐다. 그는 기록에 ‘입주민 부재’라고 적었지만 실제로 그 시각 건물 앞에 도착한 적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밀린 출동을 다음 날 처리하려다 일이 끝난 것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럼 그 사람이 살인을 도운 겁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지금 확인된 건 허위 완료 처리입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 확인할 기회를 잃었을 가능성이 있죠. 살인 공모와는 별개예요.” 기록을 조작한 직원은 징계와 조사 대상이 됐다. 나는 그가 게을렀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점을 생각했다. 범인이 현장을 떠나며 문이 고장 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면, 직원의 허위 완료는 범인에게 시간을 벌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만약’을 사실로 만들 물증이 아직 필요했다. 오후 다섯 시, 오선영이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진혁아, 배정우 휴대전화의 발신 시도 기록과 중계 회선의 관리 로그를 비교했어. 한 통이 연결됐던 것으로 확인됐어.” “상대는요?” “문서 검수 업무를 맡던 외부 업체의 당직 회선이야. 관리업체 고장 접수 회선과 비슷한 번호로 표시됐지만 운영 주체가 달라.” 나는 숨을 멈췄다. 배정우가 죽던 날 오후 외부 문서 검수업체와 통화했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첫날 익명 문서의 제작자와 관련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가 회사 문서를 두고 누군가와 접촉하려 했다는 가능성은 강해졌다. “통화 내용은요?” “확보된 녹음은 없어. 다만 연결 시간이 짧고, 발신 시각과 상대 회선의 응답 기록이 일치해.” 나는 기록을 받아 적었다. 최초 사건기록의 발송 경로와 배정우가 사망 전에 사용한 연락 경로가 이제 같은 종류의 업무로 이어졌다. 오후 여섯 시, 배은정에게 연락했다. 나는 수사 내용을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오선영이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만 말했다. 그녀는 조용히 고맙다고 답했다. 오후 일곱 시, 한유리는 새 기사 제목을 내게 보여줬다. ‘문서를 만들던 사람들이 살인까지 계획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스스로 문장을 지우고 새로 썼다. ‘대조용 사건기록과 사망 전 통화의 연결, 아직 남은 두 가지 질문.’ 나는 그 제목을 보고 웃었다. 밤 아홉 시, 오선영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식 감정과 추가 확인을 거친 부분이라며 짧게 적혀 있었다. ‘2026년 11월 2일 02-C의 마지막 검수 승인 계정은 실제 개인 인증으로 접속했다. 그 인증을 사용한 사람의 근무 기록과 현장 출입 기록이 일치한다. 고태원은 아님.’ 내가 막 답장을 보내려는 순간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그 사람은 2025년 8월 25일 T-07 경고 하향 직후의 비용 귀속 검토에도 관여한 이력이 있어. 내일 정식 조사.’ 나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두 해의 기록에서 처음으로 하나의 인물에 대해 독립된 인증과 현장 근무 자료가 맞물렸다. 그런데 이름은 아직 듣지 못했다. 누군가가 그 사람을 도망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팀이 공개를 미루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첫 사건기록을 다시 펼쳤다. 피해자 임소율. 용의자 배정우. 참고인 서진혁. 그 문서에는 처음부터 작성자의 이름이 없었다. 누군가 우리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 정확한 이름들을 앞에 세웠다. 그때 메일이 도착했다. ‘당신은 언제나 이름이 나오기 직전에 멈추는군요.’ 나는 처음으로 답장을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상대에게 내 불안을 확인시켜줄 이유가 없었다. 대신 오선영에게 받은 두 가지 확인을 수첩에 적었다. ‘02-C를 마지막으로 검수 승인한 실제 사람이 확인됐다. 2025년 비용 귀속 검토 관여 기록과 교차한다. 이 사람의 실제 행동과 목적은 아직 조사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이렇게 썼다. ‘이름이 나오면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저지른 일과 저지르지 않은 일을 정확히 구분할 때 비로소 끝낼 수 있다.’ 밤 열 시가 지나자 나는 불을 끄지 못했다. 내일 밝혀질 이름이 두 개의 시간표를 연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정우를 죽인 손이 그 이름과 같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사실을 따라가면 답이 나오리라 믿는다. 다만 이번에는 누군가 써준 정답보다 느린 길을 택할 것이다. 그 길 끝에 사람이 남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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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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