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연락처의 주인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2027년 5월 4일 화요일, 오선영은 배정우의 기기 기록과 야간 관리업체 접수 기록에서 발견한 번호가 과거 건물 관리 업무용 중계 회선이라고 말했다. 여러 입주민과 보수업체가 같은 번호로 연결될 수 있었다. 특정 사람의 휴대전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결국 또 공용번호입니까?”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봐야 해. 회선은 공용이지만, 어느 시간에 어떤 연결 경로가 사용됐는지는 일부 남아 있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민규에게 이 차이를 반드시 보존하자고 말했다. 이름이 없는 기록이라도 연결 순서를 따라가면 실제 손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 사건에서 경찰 연락 한 통이 회사를 거쳐 범인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찾을 때처럼.
오전 열 시, 정민규는 번호의 이용내역을 확보하는 동안 예전과 다른 실수를 했다. 너무 신중하게 검토하느라 필요한 자료 요청이 하루 늦어진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즉시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보존기간이 지나 사라질 수 있는 자료였으므로, 긴급한 범위의 자료부터 적법한 절차로 확보하도록 조정했다고 했다.
“예전엔 빨리 움직여 사고를 냈는데, 이번에는 느리게 움직여 문제를 만들 뻔했어요.”
“둘 다 완벽할 수는 없겠죠.”
“그럼 기준이 뭡니까?”
“결정할 때 왜 그 범위가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고, 틀렸을 때 바로 알리는 거겠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지연을 인정했기 때문에 아직 보존 가능한 자료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오후에는 한유리가 배정우 사건 관련 익명 게시물의 문장을 수집했다.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는 말이 ‘살인범에게 구조를 요청했다’로 바뀌고, 다시 ‘범인이 통화 녹음을 지웠다’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줬다. 처음 근거는 기기 기록 하나였는데 마지막에는 없는 통화내용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이걸 전부 반박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원래 확인된 사실을 보여주세요. 삭제된 녹음은 확인된 적이 없다고요.”
“사람들이 댓글은 더 믿을 수도 있겠죠.”
“그건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대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남길 수 있어요.”
오후 세 시, 드디어 02-C 쪽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나왔다. 출력업체는 2026년 11월 2일 밤 대조용 파일의 저장계정이 누구의 관리 아래 있었는지를 알려주었다. 실사용자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계약상 관리자는 화진모빌리티의 외부 자료 검수 담당 부서였다. 당시 계정 접근을 허용하는 승인 목록에는 고태원의 직책이 있었다.
“그럼 고태원이 만들었습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아닙니다. 관리 승인 목록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죠. 그러나 접근 승인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않겠죠.”
지난해 고태원은 배정우와 최명환의 회의가 취소된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그 시간이 경고창 확인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회의가 있었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제 그의 직책은 과거 문서와 사건기록의 대조용 사본 양쪽에 나타났다. 같은 이름이 두 곳에 나왔다고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사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날 고태원의 오래된 업무 연락도 일부 확인됐다. 2026년 11월 초 그는 화진모빌리티 내부 회의에서 문서 대조용 계정이 외부로 열려 있다는 지적을 받았고, 보관 승인 권한을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계정 정리 요청은 실제로 몇 주 뒤에야 접수됐다. 고태원은 당시 마감이 바빠 보안팀에 이관하는 걸 잊었다고 했다.
“정리 요청을 늦춘 게 부주의인지 숨기려는 의도인지 어떻게 구별합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그 기간에 계정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해야죠. 그리고 지적받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요.”
나는 단순 지연 기록만으로 고태원을 익명 발신자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접속이 가능한 상태를 오래 남긴 것은 누군가 실제로 악용했다면 중요한 조건이 된다. 관리 책임이 결과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따지지 않고 '바빴다'는 말로 끝낼 수 없었다.
오선영은 고태원에게 정식으로 당시 접근 권한과 보관 책임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고태원은 일정만 맞으면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나는 그 반응을 증거로 쓰지 않았다. 협조를 잘하는 사람도 범인일 수 있고, 억울한 사람도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날 오후 네 시, 임소율이 회사 측 재검토 결과를 전달했다. 일부 비용이 개인 책임에서 벗어나 회사의 미확인 정산 항목으로 되돌아갔다. 아직 논쟁 중인 금액은 남았지만, 그녀의 이름을 근거 없이 채무자로 사용했던 문구는 공식 문서에서 삭제됐다.
“돈이 전부 해결된 건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제 계좌에 붙은 표시 하나가 지워졌어요. 그동안 대출 심사에서 매번 질문받던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범죄 조직의 실체보다 잘못된 한 줄을 없애는 일이 더 시급했다.
저녁에는 박혜림이 연락했다. 새 직장이 허위 방문예약 사실을 확인한 뒤 개인정보 확인 절차를 정상화했다고 했다. 그녀는 인사팀과 별도의 면담을 요청해 향후 비슷한 사칭 신청이 들어오면 본인 확인을 먼저 하기로 약속받았다고 했다.
“서 조사관님, 이번에는 제가 직접 회사에 요청했어요.”
“잘하셨습니다.”
“이제 회사에서 저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이름으로 결론을 내리진 않겠죠.”
그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진실을 확인하려는 일은 범인을 잡는 일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거짓 결론을 멈추는 일이기도 했다.
오후 일곱 시, 배은정이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동생의 사망 사건과 회사 문서 사건을 같은 기자회견에서 다루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묶이면서 다시 동생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쓸까 두렵다고 했다. 나는 오선영과 한유리에게 그녀의 뜻을 전달했고, 모두 존중하기로 했다.
“그럼 기사 두 편으로 나누겠습니다.” 한유리가 말했다.
“수사의 이유도 둘로 나눠야겠죠.”
“하지만 연결점이 있다면요?”
“연결되는 부분만 연결하면 됩니다.”
밤 아홉 시, 오선영이 전화했다. 중계 회선의 연결 경로가 일부 복구됐고 배정우의 휴대전화가 기지국을 통해 실제 발신을 시도한 기록과 같은 시간대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동 호출이었는지 직접 눌렀는지는 아직 분석 중이었지만, 통신사업자의 기록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은 중요했다.
“거기에 상대가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정확한 상대는 아직 확인 중이야. 하지만 배정우가 연락하려 했던 경로가 관리업체 단순 보수 접수와만 연결된 건 아닐 수도 있어.”
나는 수첩에 세 개의 타원을 그렸다. 공동현관, 문서 검수 계정, 중계 회선. 두 타원 사이에는 고태원의 이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타원과 이어지는 선은 아직 증거가 없었다. 내가 펜으로 그어버리면 너무 쉽게 하나의 거짓 이야기가 된다.
나는 펜을 멈췄다. 그러자 오선영이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내일 고태원 진술을 받아. 그런데 진혁아, 이번엔 조금 이상한 게 있어.”
“뭡니까?”
“그 사람이 먼저 02-C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했어. 우리가 그 이름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는데.”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고태원이 어디서 그 코드를 들었는지 설명할 수는 있다. 회사 내부 보고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한 사람이 우리가 찾는 단어를 스스로 꺼냈다.
제18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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