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눌렀습니다.”
2027년 4월 29일 목요일 오전 열 시, 윤세한이 오선영의 조사에서 한 말이었다. 이 한 문장만 따로 잘라 유포한다면 그는 모든 사건의 범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술의 다음 문장이 더 중요했다.
“그때는 그 버튼이 실물 인계 확인까지 대신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식 조사 결과의 일부를 전달받고 오래 침묵했다.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3분 8초. T-07의 ‘경고 참고 전환’을 실제로 실행한 사람이 마침내 자신의 행동을 인정한 것이다. 단독 진술은 충분한 증거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작업 화면 전환 로그와 교차 검증되는 내용이 있었다.
“독립된 기록이 맞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 시간대에 그 사람이 사용하던 개인 업무표의 메모가 확인됐고, 화면 전환 순서와 일치해. 다만 권한 토큰이 누구 손에서 전달됐고 누가 어떤 취지로 지시했는지는 계속 조사 중이야.”
오선영은 단언하는 대신 범위를 잘랐다. 윤세한이 경고를 하향했다는 사실과, 그가 임소율에게 비용을 떠넘기려 했다는 고의를 가진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작업 화면에 표시됐던 두 경고를 다시 보았다. ‘첨부 2매 중 1매 확인.’ 그리고 ‘실물 인계 확인 대체 안 됨.’ 윤세한은 첫 문장만 봤다고 했다. 둘째 문장은 화면 아래로 스크롤해야 나타났고, 당시 그는 앞사람이 이미 검토했다고 믿었다고 진술했다.
“그게 변명일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일부는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 행동은 진술과 별도로 확인해야죠.”
“안 읽었으면 책임이 줄어요?”
“안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살인 혐의와 같은 건 아니에요.”
오후가 되자 더 불편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세한은 당시 화면을 넘기면 뒤에 있는 담당자가 실물 인계 확인을 하게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 프로그램은 ‘참고 전환’ 순간 미확인 건을 다음 비용 귀속 대기열로 보냈다. 후속 담당자에게는 이미 ‘검토 완료’에 가까운 표시로 보였다. 한 번의 클릭이 다른 사람의 업무 화면에서 다른 의미가 된 것이다.
“그럼 프로그램 설계도 문제 아닙니까?”
“문제일 수 있어.” 선영이 말했다. “설계 결함과 조작자의 부주의, 그 결함을 알고 이용한 사람의 고의는 각각 확인해야 해.”
나는 2025년 당시 회사 내부 감사자료에서 비슷한 지적을 찾았다. ‘보류 상태가 후속 담당자 화면에서 완료로 오인될 수 있음.’ 개선 권고는 있었지만 구현은 늦어졌다. 고태원은 월말 마감 중 변경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고 했다. 반면 개발 담당자는 설정을 수정하는 것보다 오류를 공지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진술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을 말했다. 사정이 쌓인 곳에서 안전장치가 하나씩 미뤄졌다.
정민규는 전날 자신이 한 일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윤세한 진술의 일부를 문서에 옮기면서 ‘경고 하향 인정’이라고 적으려다가 ‘경고를 참고로 변경한 버튼 조작 인정’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앞말은 기사 제목으로 빠지기 쉬워서요.”
“뒷말도 짧아지면 같은 뜻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어떤 화면을 눌렀는지 남기겠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문장을 잘라내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원문을 추적할 수 있도록 문서 버전을 보존했다고 했다. 나는 그 작은 행동이 고마웠다.
그날 나는 윤세한이 그 화면을 봤을 때의 업무환경을 재구성한 설명을 들었다. 작업실에는 T-07 한 대와 출고 확인용 프린터가 있었고, 종이가 걸렸다는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직전 담당자는 마감을 서두르며 계속 전화를 받았다. 윤세한은 ‘참고로 넘기기’가 작업 자체를 끝내는 버튼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검토를 넘기는 버튼이라고 이해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 문서에는 명확한 경고가 있었다. 미교부 상태의 책임 귀속을 막기 위해 참고 전환 이후에도 실물 확인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문장이었다. 그 문서는 2025년 8월에도 사내망에 있었고, 윤세한은 교육을 이수한 기록도 있었다.
“그럼 모른다는 말은 통하지 않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화면을 잘못 이해했다는 설명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아야 할 내용을 확인할 책임이 있었죠.”
한유리는 답답한 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런데 왜 버튼을 만들 때 '주의'를 빨간색으로 크게 표시하지 않았죠?”
“좋은 질문입니다. 왜 실수할 수 있는 구조를 그대로 운영했는지도 물어야 해요.”
당시 장애보고서를 읽어보니 개선안은 세 차례 올라갔지만 월말 마감 기간이라는 이유로 연기됐다. 마지막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업무 중단 없이 개선 적용 어려움.’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생활을 중단시켜 얻은 업무의 연속성이라고 생각했다. 업무가 멈추지 않은 대신 임소율의 인생이 멈춘 셈이었다.
윤세한이 잘못한 일을 인정하는 것은 시작이었다. 그가 실수하도록 허용한 조직과, 그 실수를 알고 뒤에 더 큰 선택을 한 사람의 책임은 그다음이었다. 그 구분이 없으면 이번에도 우리는 버튼을 누른 가장 약한 사람 하나만 처벌하고 끝낼 것이다.
오후 세 시, 윤세한은 변호인을 통해 당시 자신이 적어놓았던 한 줄짜리 메모를 제출했다. ‘지시: 먼저 넘기되 종이는 따로.’ 날짜는 맞았고 종이의 재질도 당시 사용한 업무수첩과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시자가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최명환 이름을 말하지 않으려는 것 아닐까요?” 한유리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 이름을 우리 마음대로 쓰면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증언을 만든 셈입니다.”
나는 윤세한이 책임을 인정한 지금이야말로 누가 그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확인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른 기록이 나오기 전까지는 협박이나 약속으로 새로운 진술을 끌어내서는 안 된다.
저녁에는 임소율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윤세한이 버튼을 눌렀다는 보도를 봤다고 했다.
“그럼 제 돈은 그 사람한테 받으면 되는 건가요?”
“그렇게 바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경고 하향이 개인 비용 귀속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실제 금액이 무엇인지 따로 확인 중입니다.”
“사람 한 명이 드디어 나왔는데 또 아니라고요?”
나는 그녀의 분노를 이해했다. 몇 달 동안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처음으로 한 사람이 자신이 눌렀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는 그가 전부 책임지길 바라고 있었다.
“누구도 책임지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각각의 행위만큼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
그녀는 오래 침묵했다. “그럼 제 이름으로 넘어온 금액을 만든 사람도 찾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나는 수첩에 다른 질문을 썼다. ‘경고를 참고로 만든 사람은 확인됐다. 참고 상태를 개인 채무로 바꾼 사람은 누구인가?’
밤 여덟 시, 오선영이 다시 연락했다. 후속 대기열에서 누군가가 실제로 ‘개인 귀속 대상’을 선택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윤세한의 클릭보다 한참 뒤의 일이었다.
“같은 계정입니까?”
“아니. 정산관리실 결재권자 계열이야. 정확한 개인 사용자는 확인 중이고.”
나는 뜻밖에 마음이 차가워졌다. 오늘 우리는 한 사람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선택은 다른 화면에서 이루어졌을 수 있었다. 상대가 기다린 것은 경고를 낮춘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 단계에서 죄를 옮길 수 있게 열린 문이었다.
익명 발신자는 그날 밤 짧은 메일을 보냈다.
‘이제 한 명을 찾았네요. 그 사람만 잡으면 끝날까요?’
나는 처음으로 그 메일의 문장이 유난히 조급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상대가 우리의 결론을 서두르게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답장하지 않고, 개인 귀속 대상 선택 기록의 원본 확보 여부를 선영에게 물었다. 진짜 중요한 다음 사람은 익명 발신자가 가리키는 곳에 있지 않을 수 있었다.
제18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