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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83화
PAYLUA ORIGINAL · 제183화

183화. 틀린 예측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19자

오프라인 책장
02-C의 첫 번째 예측은 빗나갔다. 2027년 4월 28일 수요일, 나는 오선영에게서 들은 한 문장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확인된 비교 파일에는 내가 첫 메일을 받고 즉시 경찰에 전화할 것으로 예상한 항목이 있었다. 그러나 그 파일은 내가 임소율에게 먼저 전화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럼 상대는 제 행동을 완벽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그건 맞아. 하지만 아직 그 파일이 네가 받은 메일과 연결된다는 검증은 끝나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미래 예언’처럼 여겼던 정확한 시간표도 결국 사건 뒤에 수정된 부분이 있을 수 있었다. 초안과 최종본을 혼동한다면 예측이 맞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경찰이 확인한 것은 02-C의 작업 메모 한 부분이었다. ‘서진혁: 즉시 경찰 신고 예상.’ 실제 내 행동은 ‘임소율에게 통화, 이후 오선영에게 연락’이었다. 큰 방향은 비슷했지만 순서는 달랐다. 누군가 두 개의 사실 중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지우면 정교한 예언이 된다. 한유리는 칠판에 두 줄을 썼다. ‘예상’과 ‘실제’. 그리고 두 줄 사이에 빨간 선을 긋지 않았다. “선이 없는 게 더 정확하겠죠?” 그녀가 물었다. “연결은 증거가 찾아줄 겁니다.” 그날 오후, 배은정이 내 사무실로 오려다가 오지 못했다. 우편물 발송인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그녀의 회사로 연락해 배정우 사건 관련 자료를 숨기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녀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했고, 배은정은 그 사실만으로도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사무실로 오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확보한 통화내용과 회사에 전달된 문서를 정식 절차로 보존하도록 안내했다. 오선영도 협박성 연락 여부를 별도로 확인했다. “누군가 우편물을 가져가려는 건 확실하겠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누군가 유족을 압박하는 건 확인됐습니다. 우편물 자체를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는 또 다릅니다.” “이 정도면 매번 구분하는 일이 지겹지 않으세요?” “지겹습니다. 그런데 그 구분을 포기하는 순간 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됩니다.” 오후 두 시에는 출력업체 직원의 진술이 나왔다. 2026년 11월 2일 밤, 주문을 나눈 사람은 직원 자신이었다. 한 건의 요청을 출력·검수·발송의 세 작업으로 쪼갠 것이다. 세 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 명이 관련됐다는 주장은 틀렸다. 직원은 당시 상담회선에 연결된 사람이 바뀌는 것을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음성 녹음은 남지 않았다. 주문 내용에는 서로 다른 수령 방법이 명시돼 있었고, 하나는 외부 반출을 금지했다. 이것이 02-C가 배달되지 않은 이유와 맞아떨어졌다. 나는 직원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았다. 자료는 모두 수사팀의 정식 확인을 거쳐야 했다. 그 원칙 때문에 속도가 느려졌지만, 누군가 나중에 증거를 무단으로 입수했다고 주장할 구실을 줄였다. 오후 네 시, 오선영은 배정우 자택 미개봉 봉투에 적힌 업무 담당자 명칭이 02-C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고 알려주었다. 한쪽은 품질 확인, 다른 쪽은 반응 확인. 비슷한 말이지만 서로 다른 업무 코드였다. “그럼 같은 봉투라는 가설은 약해집니다.” “그렇지. 그런데 접수번호의 일부가 이어져. 추가 비교는 필요해.” 나는 배정우가 어떤 문서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단지 지금 보이는 한 봉투가 내게 도착한 02-B와 동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무렵 임소율도 자신의 통화 기록을 다시 정리했다. 나는 그녀에게 새로 기억난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2026년 11월 2일 밤 통화 직후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는 부분만 물었다. 그녀는 약속을 취소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그 약속의 상대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셨으니 상대에게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가 제 어머니 정보를 안다는 게 계속 무서웠죠.” “그때 약속 장소를 정한 사람은 누굽니까?” 그녀는 잠깐 머뭇거렸다. “배정우가 소개한 사람인데, 나중에는 회사 담당자라고만 불렀어요.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요.” 나는 처음으로 그 약속이 배정우 본인이 주도한 만남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번호의 이름만으로 상대를 알 수는 없었다. 임소율은 덧붙였다. “살인 예고를 듣고도 제가 약속을 취소하겠다고 말하지 못한 건, 그 자리에 안 가면 제 이름으로 된 돈이 확정된다고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은 중요했다. 누군가가 그녀를 원효로 건물로 유인한 이유는 범행뿐 아니라 서류상의 책임을 확정시키려는 협박과 관련 있을 수 있었다. 나는 통화의 날짜와 상대가 실제로 어떤 표현을 했는지를 기록해 공식 조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예고문은 허구일 수 있어도 그녀가 느낀 압박은 허구가 아니었다. 오후 다섯 시, 정민규가 오래된 메시지 하나를 찾아냈다. 2026년 11월 2일 밤 출력업체 담당자에게 ‘받는 사람이 다르면 임의로 이름을 고치지 말고 보류해 달라’는 회신이 있었다. 발신 명의는 회사가 아니라 공용 상담 주소였다. 원문은 진본으로 보였지만 실사용자 확인은 남았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문서가 잘못 갈 걸 알고 있었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아니면 이미 잘못 기재된 주문을 바로잡으려 했을 수도 있죠.” 정민규는 눈을 아래로 떨궜다. 자기 역시 임소율을 찾으려다 회사 담당자에게 민감한 정보를 무심코 넘겼던 사람이었다. “제가 그날 전화만 안 했어도……” “당신은 안전 확인을 하려 했어요. 문제는 필요한 정보와 전달해서는 안 될 정보를 분리하지 못한 겁니다.” “그 실수가 상대에게 기회를 준 건 맞죠.” “맞습니다. 그렇다고 임소율을 해치려 한 사람의 책임까지 당신 몫으로 옮길 수는 없어요.” 그가 한참 말이 없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조건적인 용서가 아니라, 정확하게 어느 부분을 잘못했는지 말해주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저녁 무렵, 김동식에게서 경찰을 통한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이 받은 15만 원 때문에 여전히 살인 공모자로 불렸고, 협박 전화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돈을 받고 출입기록을 누락한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실제로 누가 건물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자신의 말을 보태 사건을 더 크게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의 진술이 불편했다. 잘못한 사람의 말도 기록으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그를 용서해야 진술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잘못한 일은 따로 책임을 지우고, 목격하지 않은 일은 목격하지 않았다고 두어야 했다. 밤에는 배정우의 사망 사건에 관한 중간 감정 보고가 경찰에 들어갔다. 선영은 세부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한 가지는 알려주었다. 자택 현관문 오작동만으로 사망을 설명하는 기존의 일방적 서술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부인 출입이 확인됐습니까?” “아직 말 못 해. 다만 시신 발견 시각을 사망 시각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더 분명해졌어.” 나는 손을 모았다. 21시 15분. 우리는 그 시각을 몇 달 동안 추적했다. 그런데 그것은 누군가 죽은 시각이 아니라 경찰이 죽음을 확인한 시각이었다. 상대가 실제 사망을 예언했다는 주장 역시 그 틈 위에 서 있었다. 그날 밤 나는 02-C에 적힌 ‘예상’ 가운데 틀린 문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처음으로 상대의 계획에 틈이 생겼다고 느꼈다. 그 틈은 우리가 더 똑똑해져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사람의 행동을 정확하게 맞힐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마지막으로 전송된 메시지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틀린 예측은 지웠어야 했는데.’ 나는 그 문장까지 원본으로 보존했다. 이것이 보낸 사람의 자백인지, 또 다른 도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의 예측이 실제로 빗나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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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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