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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81화
PAYLUA ORIGINAL · 제181화

181화. 돌아오지 않은 봉투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81자

오프라인 책장
2027년 4월 26일 월요일, 배은정은 동생의 집에서 발견된 미개봉 우편물을 직접 열어보지 않겠다고 했다. “그 종이에 동생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또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뜯었다고 하면 증거를 훼손했다고 할 거잖아요.” 나는 배은정에게 그 결정을 확인했다. 우편물은 이미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물품이었다. 발송인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유족이 손댈 이유가 없었다. 오선영은 감정과 열람 절차를 거쳐 확인된 부분만 알려주기로 했다. “수취인 이름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야.” 선영이 말했다. “수취인이 개인 이름이 아닌 업무 담당자 명칭이야. 배정우 주소에 도착했지만, 그가 받도록 지정된 건지부터 확인해야 해.” “어떤 담당자입니까?” “외부 문서의 품질 확인 담당자. 업체 이름은 조회 중이야.” 나는 책상 앞에 2026년 11월 2일과 3일의 시간을 두 줄로 적었다. 2일 밤에는 외부 출력 요청이 있었고, 3일에는 공동함 반환 문의가 있었다. 같은 연락처의 일부 자리가 겹친다는 말만으로 둘을 연결했었다. 그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고객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한유리가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익명 게시자가 벌써 우편물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종이봉투에 인쇄된 ‘품질 확인’ 네 글자를 붉은 원으로 둘러싸고 ‘살인 계획 검수’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작 우편물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목을 그렇게 짓는 겁니다. 읽는 사람이 상상으로 채우게.” 한유리는 즉시 반박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 나는 잠시 말렸다. 처음 문장을 틀리게 쓰면 우리도 또 다른 추측의 유통자가 된다. 우편물이 특정 사람에게 보내졌는지, 발송물이 사건기록과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오전 열한 시, 백이준이 공식 확인 범위의 송장 정보를 들고 왔다. 발송 접수 시간은 2026년 11월 2일 23시 12분. 배송 완료 표시는 3일 오전이었다. 하지만 배송 완료는 수취인 본인의 수령 서명이 아니라 공동현관 앞 지정함에 놓았다는 상태였다. “그걸 배정우가 직접 받은 것으로 써도 되겠습니까?” 백이준이 물었다. “안 됩니다.” “그럼 미개봉이었다는 게 오히려 중요한가요?” “봉투가 뜯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배정우가 끝까지 못 봤다는 의미인지, 애초에 그의 것이 아니었던 건지는 별개예요.” 송장에는 우편물 종류가 ‘출력 교정본’으로 적혀 있었다. 나는 2026년 11월 2일 외부 문서 출력점의 1,800원 영수증을 떠올렸다. 그 영수증은 두 부의 출력 작업을 암시했지만, 당시에도 어떤 내용이 인쇄됐는지 몰랐다. 이번에는 다른 자료에서 같은 연락처가 나왔다. 연결은 조금 단단해졌지만 아직 동일한 주문이라는 증거는 아니었다. 점심 무렵 오선영이 전화를 걸었다. 출력업체 보관기록에서 실제 접수번호가 복구됐다는 소식이었다. 2일 밤 신청한 주문은 두 건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출력 후 현장 보관’, 다른 하나는 ‘검수용 봉투 발송’. 두 건은 같은 상담회선에서 접수됐고, 결제자는 다른 명칭으로 표시됐다. “하나의 사람이 두 건을 의뢰한 거겠죠?” 내가 물었다. “그렇게 단정하지 마. 직원이 한 고객의 주문을 쪼개 처리했을 수도 있고, 공용 전화로 여러 사람이 신청했을 수도 있어.” 나는 그 말을 적었다. 상담회선은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를 오랫동안 속인 ‘공용계정’과 같은 문제였다. 오후 한 시가 조금 지나, 우편물 배송 사진을 확인하던 담당자가 봉투의 모서리에 찍힌 작은 글자를 발견했다. '재교부 금지'. 처음에는 배정우가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뻔했다. 그러나 출력업체의 표준 안내에는 수취인 확인 전에는 제삼자에게 같은 내용을 다시 인쇄해 주지 말라는 뜻으로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이 차이를 설명하자 배은정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는 작은 글자 하나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처럼 보이네요.” “그렇게 보이도록 잘라서 보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전체를 봐야 합니다.” 배송 사진 속 주소 표시는 흐릿했다. 나는 담당자에게 사진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원본 화소에 없는 글자는 확대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대신 배송 당시 공동현관 보관함 번호와 건물 관리자가 기록한 비우는 시간을 대조해 달라고 경찰에 전달했다. 보관함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은 봉투가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언제까지 그곳에 있었는지 조사할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한유리는 그 과정을 보더니 말했다. “수사에서 제일 어려운 건 사진을 읽는 일이 아니네요.” “사진에 없는 장면을 상상해서 채우지 않는 일이 더 어렵죠.” 그녀는 휴대전화 메모에 '보관함 안에 둠 ≠ 배정우 개인 수령'이라고 적었다. 처음에는 이 당연한 말을 누가 모르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인터넷에서 같은 배송 사진을 근거로 배정우가 자백 문서를 받았다는 게시물이 퍼지고 있었다. 그녀는 메모를 지우지 않았다. 오후 두 시, 배은정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상대는 자신을 우편물의 원래 발송인이라고 소개하며 봉투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보내지 않으면 동생이 회사 문서를 훔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녀는 통화 내용을 보존하고 즉시 경찰에 알렸다. “그 사람이 진짜 발송인이라면요?” 배은정이 물었다. “경찰에 적법한 반환 절차를 요구하면 됩니다. 당신에게 협박할 이유는 없어요.” “동생이 정말 훔친 서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것도 증거로 확인할 일입니다. 유족에게 범죄를 인정하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오선영은 전화번호의 명의가 가상번호 중계 서비스에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사용자 특정은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그날 밤 또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발송인과 수취인의 이름을 까맣게 가린 송장 이미지였다. ‘주소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받는 사람이 틀렸을 뿐.’ 나는 화면을 닫았다. 상대가 아는 것은 우리가 오늘 확인한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식 절차를 거쳐 알게 된 내용이 게시물을 통해 이미 퍼졌을 수 있었다. 굳이 내부 첩자가 있다고 상상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봉투를 돌려달라고 협박한 전화는 달랐다. 누군가 그 물건을 지금 경찰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편해했다. 동생의 죽음을 이용해 유족을 움직이려는 사람도 존재했다. 오후 여덟 시, 정민규가 보내준 짧은 메모에서 나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송장 발송인 주소는 출력업체 사무실이 아니라 택배 집하센터로 적혀 있었다. 발송을 맡긴 사람의 주소가 실제로 어디였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처음 받은 이메일을 다시 열었다. 가짜 사건기록에는 피해자와 범인의 이름이 또렷했다. 그러나 정작 문서를 만든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누군가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이용해 모든 질문을 바꿔왔다. 나는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우편물 수취인은 업무 명칭이다. 배송 완료는 직접 수령이 아니다. 미개봉은 열람 부재의 단서일 뿐 작성자의 증거는 아니다.’ 밤 열 시가 가까워졌을 때 선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혁아, 업체가 주문 상세를 찾았어. 두 건 외에 한 건이 더 있어.” “세 건입니까?” “맞아. 세 번째는 배송이 아니라 내부 대조용 저장이야.” 나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02-A와 02-B 다음의 세 번째 열. 이번에는 익명 발신자가 그려준 화살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관에서 확보한 접수기록이 같은 숫자에 도착했다. “그 파일 이름은요?” “표면에는 02-C라고 적혀 있어.” 나는 바로 환호하지 않았다. 세 번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되기 시작했지만, 그 파일을 최초로 연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사람을 찾는 질문이 틀렸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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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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