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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79화
PAYLUA ORIGINAL · 제179화

179화. 누가 진행 가능을 눌렀는가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51자

오프라인 책장
윤세한이 입을 열자 사건은 단순해지는 대신 더 복잡해졌다. 2027년 4월 24일 토요일. 그는 법률 조력을 받으며 오선영의 요청에 따라 당시 행동을 설명했다. 나는 조사가 끝난 뒤 공유 가능한 범위의 내용만 들었다. 누군가의 진술을 내가 먼저 해석해 세상에 내놓을 이유가 없었다. 윤세한은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3분 무렵 T-07 앞에 있었던 것을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누른 것이 무슨 버튼이었는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 그는 9시 36분의 조건 검토 기록이 자신의 명의로 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미 회사에서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누군가 대신 로그인한 걸까요?” 내가 물었다. 오선영이 말했다. “그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본인이 그 시간대에 접속한 걸 인정했어. 다만 09:36 조건 검토와 09:43 경고 하향이 같은 작업이라고 볼 수는 없어.” “단말은요?” “서로 다른 화면을 거쳐 이동했대. 그 사람 진술만으로 실사용자 확정은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종이를 펼쳤다. 9시 31분 오승재 옵션 변경. 9시 35분 T-07 재부팅. 9시 36분 윤세한 명의 조건 검토. 9시 37분 사유 공란 임시 토큰. 9시 41분 누락된 두 번째 출력장. 9시 43분 8초 경고 참고 전환. 한 분마다 다른 책임이 있었다. 윤세한은 자신이 그날 ‘두 번째 장은 나중에 확인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누가 말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가 당시 쓴 업무 메모에는 ‘우선 진행 요청’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발신자 칸은 비어 있었다. “그런 말을 들었는데 왜 중단하지 않았을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마감이 급했고, 선임자가 확인했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어.” 선영이 대답했다. “그 말을 얼마나 믿을지는 다른 자료와 대조해야지.” 나는 그 변명이 낯설지 않았다. 많은 조직에서 일은 그렇게 진행된다. 상사가 확인했겠지, 다른 부서가 받았겠지, 내 담당은 여기까지겠지. 누구도 악한 의도가 없다고 해도 결과는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 관행을 알면서도 이용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오후에 새로운 기록이 확인됐다. 당시 T-07의 ‘참고 전환’ 화면을 닫은 뒤, 윤세한 명의 공용 계정이 후속 대기열을 열어본 흔적이 있었다. 단말을 바꾼 뒤에도 세션이 이어졌다는 설명과 맞았다. 그러나 누가 실제로 화면을 조작했는지는 여전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윤세한 씨가 범인일 수도 있겠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어떤 범죄를 말하는 겁니까?” 그녀는 말을 멈췄다. “경고를 낮춘 책임이라면 따져야겠죠. 하지만 배정우 살인까지 묶는 근거는 없습니다.” “맞아요. 저도 순간적으로 이름 하나에 전부 넣으려고 했네요.” 나는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나도 같은 실수를 수없이 했다. 그날 오후 최명환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백이준은 2025년 당시 정산관리실에서 발송한 ‘월말 처리 지연 방지’ 공지문이 발견됐다고 했다. 문장에는 예외 사유가 없는 건도 다음 단계로 넘기라는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다. 대신 '지연 방지 우선'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됐다. “그걸 부당한 지시라고 볼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문구만으로는 어려워요. 실제로 누가 어떤 항목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했는지 확인해야 하죠.” 그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관리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자료는 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관행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별도로 살펴야 하니까요.”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모든 문제가 최명환 한 사람의 버튼에서 나왔다고 믿으면, 조직 전체의 오래된 방심과 그 방심을 이용한 진짜 조작자를 함께 놓칠 수 있다. 오후 네 시가 넘어서 윤세한의 법률대리인은 그가 조사를 통해 확인한 기억을 한 가지 더 정리했다고 전했다. 2025년 8월 25일의 일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종이 두 장 중 한 장만 출력됐다며 검토를 먼저 넘기라고 말했을 때, 그는 화면 아래의 경고를 읽지 않고 진행 가능 표시만 봤다고 했다. “그럼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겁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일부 행위를 인정한 거겠죠. 그 말이 사실이라면요.” “누가 지시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 채 어떻게 그 말을 믿고 넘어갔을까요?” “마감에 쫓기면 사람은 확인됐다고 믿고 싶어질 수 있어요. 물론 그건 면책 사유가 아닙니다.” 나는 윤세한이 이런 진술을 하는 이유도 생각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먼저 인정하면 다른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늦게라도 실제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을 수도 있다. 의도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당시 화면과 작업 순서가 독립된 기록으로 확인되는가였다. 오선영은 이를 듣고 말했다. “그 사람의 진술과 기록이 맞는지 다시 맞춰볼 거야. 틀린 부분도 그대로 남기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증언이 아니라, 틀렸을 때 고칠 수 있는 증언이었다. 그리고 윤세한이 실제로 경고 하향을 누른 것으로 확인된다 해도 그가 누구에게 다음 단계로 넘기라는 요청을 받았는지, 왜 그 결과가 임소율 같은 사람에게 돌려졌는지는 다시 조사해야 한다. 범인 한 명으로 모든 시간을 설명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오후 다섯 시, 권다정에게 뜻밖의 연락이 왔다. 채용 심사 중단을 통보했던 회사가 허위 자료 유포 경위를 재검토하겠다며 면담 날짜를 제안한 것이다. 확정 채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었다. “면담에서 제가 잘못한 일도 말할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접수 확인을 늦게 했던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승인자라고 적힌 건 사실이 아니라고 똑바로 말할 거예요.” “그게 맞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제 과거를 전부 조사관님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겠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피해자가 자신의 기록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작은 회복이었다. 밤에는 배은정의 질문에 대한 중간 회신이 도착했다. 경찰은 배정우의 사망 원인과 관련한 감정 결과의 추가 대조가 진행 중이며, 현관문 오작동만으로 외부인의 침입을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유족에게 확정되지 않은 범인을 이름으로 약속하지 않았다. 나는 그 회신을 읽고 조급함을 느꼈다. 2026년 11월 사건을 2027년 봄까지 붙잡고 있는데 아직 핵심이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조급함이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감정이라는 걸 안다. 자정 무렵 오선영이 전화했다. “윤세한의 진술과 별개의 자료가 나왔어. 당시 T-07 조작을 요청한 담당자에게서 업무 지시 메일의 원본 보관 위치를 확인했어.” “누구입니까?” “이름은 아직 공개 못 해. 먼저 메일의 작성 시점과 실제 발송 여부를 확인해야 해.” “내용은요?” “문구를 그대로 말하긴 어려워. 다만 오늘까지 우리가 찾은 단어가 하나 들어 있어.” “뭡니까?” “‘마감 전에 처리’.” 나는 웃지 않았다. 그 문장은 너무 흔했다. 하지만 2025년 8월 25일 9시 43분의 화면을 누르도록 누군가에게 직접 보낸 것이라면 흔한 말이 명령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통화를 끝내고 수첩에 두 문장을 적었다. ‘지연 방지는 원칙을 생략하라는 허가가 아니다.’ 그리고 ‘명령을 받았다는 말은 명령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진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 쪽도 먼저 채워 넣지 않고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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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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