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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잘려 나간 오른쪽 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72자

오프라인 책장
서류 한 장의 오른쪽 칸이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동안 같은 사진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2027년 4월 19일 월요일. 오선영은 2026년 시스템 교체 당시 작성된 장애보고서의 일부를 설명했다. 거기에는 공동함 보류 상태를 ‘대기’와 ‘제한’ 두 가지로 나누어 표시하던 구형 화면이 새 프로그램에서 한 단어로 통합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운영자는 모든 상태를 보류라고 읽었다. 그러나 내부 코드에는 차이가 남아 있었다. “복구된 자료가 사건 당시 자료와 같은 건가요?” 내가 물었다. “아직 확인 중이야. 장애보고서는 규칙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뿐, 특정 항목이 실제로 어떤 코드였는지는 별도 조회가 필요해.” “그럼 익명 발신자는 그 코드 차이를 알았을까요?” “몰라도 돼. 같은 말이 쓰인다는 걸 알면 서로 다른 문서를 붙여놓고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들 수 있으니까.” 나는 선영이 왜 추측을 멈추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코드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범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오래된 화면과 새로운 화면을 구해 비교한 사람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경우든 결과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오전 열한 시, 김주하가 보내온 자료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2025년 8월 25일 인쇄기의 종이 걸림을 수리하러 왔던 기술자의 정비 접수증을 찾아냈다. 정비 완료 시간은 당일 정오가 넘어서였다. 누락된 두 번째 장이 오전 9시 41분에 실제로 인쇄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기록에는 정비 완료 전에 누군가 출력 용지를 강제로 제거해 재인쇄를 시도했는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럼 제가 그때 바로 수리를 요청했다면 막을 수 있었겠네요.” 김주하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다른 사람이 경고를 참고로 낮춘 행위까지 당신 탓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제가 두 번째 장을 숨겼다고 해요.” “숨겼다는 증거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고장 보고를 늦춘 건 따로 살펴봐야겠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을 하나 인정한다고 다른 모든 잘못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 무렵 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류보관 업체가 복구한 항목에 ‘보류 이유’ 필드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내가 물었다. “2026년 11월 3일 오전 8시 12분 건입니까?” “맞아. 그런데 그 필드에도 오류 가능성을 안내하는 별도 정정 기록이 붙어 있어. 원래 어떤 코드였는지는 백업 대조가 필요해.” “어떤 값입니까?” “외부 발송 제한.” 내 손이 멈췄다. 받는 사람을 확인하기 전 보류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 보내지 말라는 제한이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문서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한 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스템 교체 오류라는 다른 설명이 가능했다. “이 값만으로 누가 고의로 막았다는 주장은 못 하겠군요.” “바로 그거야.” 한유리는 내게 기사 제안을 했다. ‘보류 기록은 발송 금지였다.’ 나는 제목이 너무 빨리 결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발송 금지 코드가 남아 있다’는 어떨까요?” “검증된 출처와 바뀐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도 함께 써야 합니다.” “알아요. 독자가 지루해하겠지만요.” “지루하다고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면 안 되죠.” 그녀는 제목을 다시 고쳤다. 오후 세 시, 임소율의 비용 귀속 재심사 준비가 시작됐다. 그녀는 담당자에게 정정된 신고 상태를 제출했지만, 회사 측이 여전히 옛 월말 집계표를 근거로 들고 나왔다고 했다. 그 집계표에서 신고는 ‘철회 포함 종결’로 표시돼 있었다. 누군가는 공식 정정 뒤에도 옛 표를 더 편하다는 이유로 인쇄해 온 것이다. “그 사람은 악인이에요?” 임소율이 물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어요. 새 자료를 못 받았을 수도 있고, 읽기 귀찮아서 예전 자료를 썼을 수도 있죠. 그 차이는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는 똑같잖아요. 전 또 설명해야 하니까.”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동기는 달라도 피해는 현실이었다. 잘못의 종류를 구별해야 한다는 내 원칙은 피해자가 느끼는 부당함을 없애주지 않는다. 원칙을 지키며 피해를 줄이는 일까지 해야 했다. 우리는 회의 자료의 첫 장에 ‘과거 집계표는 정정 전 자료’라는 문장을 명확히 넣는 방법을 의논했다. 다만 임소율이 누구에게 어떤 자료를 제공할지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나는 그녀의 법률대리인이 아니었다. 그날 김동식도 선영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살인 공모 인정’이라는 글을 본 뒤 연락을 끊었던 친척이 갑자기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돈은 원래 빌린 게 아니었다. 친척은 인터넷 글을 믿고 그가 불법 자금으로 가족을 도왔을 거라고 판단했다. 나는 김동식이 15만 원을 받은 사실까지 부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잘못을 숨기는 해명은 더 큰 불신을 부른다. 대신 지금 조사받는 내용과 확인되지 않은 살인 공모 주장을 분리하는 공식 사실확인 경로를 알려줬다. “제가 돈 받은 게 너무 쉽게 생각한 일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몇 분 장부 안 쓰는 게 누굴 다치게 할 줄 몰랐죠.” “그 대가로 받은 돈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누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는 조사 중입니다.” 그는 흐느끼듯 웃었다. “제 이름을 팔아서 누가 또 돈을 벌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그에게 동정만 하지는 않았다. 돈을 받고 기록을 생략하기로 한 선택은 실제로 위험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있었기에 누군가가 모든 범죄를 그에게 넘겨씌울 수 있게 됐다. 악인의 기회는 언제나 완벽한 무고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남의 작고 실제인 잘못이 오히려 더 튼튼한 재료가 된다. 저녁에는 권다정이 상담기관에 제출할 서류 목록을 완성했다. 채용 거절 통지, 정정문 수신 확인, 허위 게시물 보존 자료. 그녀는 마지막으로 ‘승인 조작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과 ‘실제 내가 접수번호를 적었을 뿐이라는 점’을 구분해달라고 했다. “둘은 왜 다른 겁니까?” 내가 물었다. “제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바쁜 날 확인을 미룬 적은 있어요. 하지만 경고를 낮춘 사람이라고 불리는 건 다른 문제죠.” 나는 그 문장을 적었다. 사건을 다루다 보면 사람은 완벽한 피해자와 완벽한 가해자를 만들고 싶어 한다. 실제 사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밤 아홉 시, 익명 발신자가 또 사진을 보냈다. 누군가 2026년 11월 3일 08시 12분 보류 사유에 빨간 표시를 한 화면이었다. ‘외부 발송 제한’ 옆에는 ‘배정우에게 보내지 마’라는 손글씨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손글씨를 본 순간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 시스템 코드와 사람이 덧붙인 해석이 같은 사진 속에 들어 있었다. 누군가가 빨간 글씨를 원본의 일부처럼 읽기를 원한다. “이제 속지 않겠죠?” 한유리가 물었다. “누가 속느냐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 이미지로 실제 누군가에게 무슨 요청을 하고 있는지 봐야 해요.” 그날 밤 회사 밖 익명 계정들이 배은정에게 동생이 자료를 훔쳤으니 유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류 사유 코드가 곧바로 유족에 대한 협박으로 변했다. 나는 선영에게 원본과 유포 화면을 전달했다. 실제로 아무것도 받은 적 없는 사람이 받은 것으로 처리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사람의 가족이 빚까지 물어야 한다는 거짓말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류 사유 코드에 표시해둔 별표를 지웠다. ‘외부 발송 제한’은 단서다. 그러나 옆에 붙은 붉은 손글씨는 증거가 아니라 누군가의 주장이다. 두 문장을 같은 굵기로 읽지 않는 것. 내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거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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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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