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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172화. 개별 수신자에게 넘기지 말 것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59자

오프라인 책장
누군가 ‘개별 수신자에게 넘기지 말 것’이라고 적었을 때, 그가 누구를 지키려 했는지는 문장에 남지 않았다. 2027년 4월 17일 토요일. 오선영은 2026년 11월 3일 오전 반환 문의의 원본 접수 화면을 확보했다고 알려왔다. 우리가 그토록 쫓던 08시 12분의 항목이었다. 전날에는 단어만 확인했지만 이번에는 그 단어가 적힌 자리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메모 작성 칸이 두 개였어.” 선영이 말했다. “하나는 문의자가 말한 내용을 접수 담당자가 요약하는 칸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처리 지침이야.” “그 문장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내부 처리 지침.”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제까지는 누군가가 문서를 넘기지 말라고 전화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부 지침이라면 접수자가 기존의 보류 표시를 보고 자동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생긴다. “누가 입력했습니까?” “공용 계정이야. 다만 자동 삽입 문구와 직접 입력한 부분은 로그에서 구분돼.” “어느 쪽입니까?” “‘개별 수신자에게 넘기지 말 것’은 자동 삽입. 그 뒤에 사람이 덧붙인 짧은 문장이 있어.” 나는 펜을 들었다. “‘오전 확인자 통화 전 봉투 이동 금지.’” 그 말은 다르게 들렸다. 누가 개별 수신자였는가가 아니라 누가 오전 확인자였는가. 그리고 봉투는 실제로 있었는가. “물건의 접수 사진이 있습니까?” “수거함 전체 사진은 있어. 특정 봉투가 사진에 찍혔는지 아직 구분 중이고.” “확인자는요?” “다음 교대 인력의 담당 역할명이 등록돼 있어. 개인 이름과 같지는 않아.” 전화가 끝나자 나는 2026년 11월 2일 밤의 순서를 다시 적었다. 21시 49분 공동함 이동 상태. 22시 16분 서진혁에게 최초 예고 메일. 11월 3일 08시 12분 내부 보류 문의. 21시 15분 배정우 시신 발견. 그 사이를 잇는 구체적 배송 기록은 여전히 없었다. 한 문장만으로 전체 사건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건 나였는지도 몰랐다. 점심 무렵 이다원이 사무실에 들렀다. 그녀는 원래 수거함 사진에 찍힌 작은 흰 표시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료는 수사 절차에서 관리되고 있었고, 내가 임의로 건넬 수 없었다. 대신 자신이 직접 기억하는 물건의 형태와 구별되는 점을 적어 공식 조사 때 말하도록 안내했다. “제가 그때 봉투를 열어봤으면 더 쉬웠겠죠?” 그녀가 물었다. “열지 말라는 규정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사람들이 이제는 왜 확인 안 했느냐고 하니까요.” “열지 않았다는 것과 받지 않았는데 받았다고 표시했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규정을 지킨 행동까지 실수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가 작은 종이를 펼쳤다. 그날 교대 때 자신이 적은 업무 메모를 복사한 것이었다. ‘하얀 띠 두 개, 노란 띠 하나, 열람 보류’라는 세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익명 발신자가 보내온 공동함 사진에는 노란 띠만 동그라미로 강조돼 있었다. “이건 원본입니까?” 내가 물었다. “제 메모의 복사본입니다. 원본은 이미 제출했어요.” “그럼 사진과 단어를 바로 연결하지 맙시다. 띠가 붙은 물건이 여러 개였을 수도 있어요.” 이다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기억하는 건 문서를 받았다는 게 아니라, 손대지 말라는 쪽지였어요.” 오후 두 시, 다른 문제가 터졌다. 온새문서지원 담당자가 언론에 배포할 설명문에서 ‘관련 사본 전체 보류’를 ‘개별 전달 미실시’로 바꾸려 했다. 마치 아무것도 외부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는 문구였다. 회사 측은 오해를 줄이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동 대기열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을 지우면 보관 책임의 경계가 사라진다. 백이준은 회사의 문구를 검토하면서 말했다. “어떤 단계가 일어났고, 어떤 단계가 확인되지 않았는지를 쪼개야 합니다. ‘발송 안 함’은 발송 지시 자체가 없었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가 회사 쪽에 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법무 담당자라 해도 정확한 기록을 요구하는 사람일 수 있다. 반대로 정확한 표현을 한다고 모든 일에 결백한 것도 아니다. 둘 다 기록으로 봐야 했다. 그날 저녁 정민규가 자신이 했던 새로운 실수를 인정했다. 반환 문의의 담당자 정보를 정리하며 교대 역할명을 사람 이름처럼 써놓았다는 것이다. 보고서 정식 발송 전 발견했기에 외부 피해는 없었다. “예전 같으면 그대로 올렸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역할명과 이름이 같은 줄 알았거든요.” “이번에는 어떻게 찾았습니까?” “원본 화면의 설명을 읽었어요.” 나는 웃었다. 원본 설명을 읽는 것은 평범한 행동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그 평범함이 얼마나 여러 사람을 지켜왔는지 생각했다. 오후 늦게 온새문서지원의 현직 직원 한 명이 이다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과거 공동함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기사에서 읽고, 보류 문구가 직원의 임의 판단이 아니냐고 따졌다고 했다. 이다원은 자신이 모든 것을 잘못 처리한 사람처럼 몰리는 데 지쳤다. “제가 그때 손대지 말라는 지침을 지켰다고 말하면 변명한대요.” “그 지침이 당시에 존재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제 이름은 이미 퍼졌어요. 다른 회사가 조회하면 어떡하죠?” 나는 추측 대신 실제 피해를 물었다. 지금 들어온 근로계약 제안이 있는지, 확인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그녀는 아직 직접적인 취소는 없다고 했다. “그럼 피해가 없다는 뜻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아닙니다. 다만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걱정하는 일을 나누면 더 정확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다원은 통화 끝에 짧게 말했다. “제가 알던 직장에서는 오류 보고서를 올리면 일 못 하는 사람이 됐어요. 그래서 다들 사소한 오류는 말하지 않았죠.”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오류를 숨기는 게 처벌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 되는 조직에서는 악인이 굳이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작은 실수 하나를 찾고, 그걸 밝히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키우면 되니까. 밤에는 서류보관 업체의 전직 책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름은 이경섭. 89화 무렵 오래된 종이봉투를 제출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2026년 공동함 이동 기록에서 보류 문구가 왜 자동으로 붙었는지 설명할 자료가 있다고 했다. 다만 보관하던 회사 규정을 함부로 제공할 수 없으므로, 오선영에게 공식 진술 의사를 밝히겠다고 했다. 나는 그 결정에 찬성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사건을 키운 이유 중 하나는 빠른 비공식 전달이 공식 확인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이경섭이 통화 끝에 덧붙였다. “서 조사관님. 그날 보류는 한 사람이 신청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공동함이 멈추는 조건이 여럿이었어요. 종이 누락, 수신자 불명, 중복 분류,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수신자에게 발송하면 안 되는 자료가 섞였을 때요.”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누군가 자료를 숨기려고 보류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잘못 보낸 자료를 막으려고 보류했을 수도 있다. 같은 버튼이 정반대의 의도로 눌리는 것이다. “실제 어떤 조건이 걸렸습니까?” “그건 당시 이력과 규칙판을 대조해야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가 답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밤 열한 시, 익명 발신자가 이번에는 짧은 그림 하나를 보냈다. 공동함에서 배정우 이름까지 붉은 화살표를 그린 그림. 제목은 ‘읽어야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림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그어놓은 선은 경로의 증거가 아니었다. 대신 오늘 확인된 자동 문구를 적었다. ‘개별 수신자에게 넘기지 말 것’은 특정인의 생사를 암시하는 말이 아니라 보류 상태의 기본 안내였을 수 있다. 다만 그 상태가 왜 선택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화살표가 아니었다. 화살표를 믿은 사람들에게 누가 어떤 행동을 시켰는가. 지금까지 사건은 언제나 그다음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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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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