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공문은 도착했다. 그러나 권다정에게 거절 통보를 보낸 회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2027년 4월 11일 일요일, 권다정이 내게 보낸 메시지에는 짧은 면접 결과 통지와 긴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녀를 채용하려 했던 회사는 예전 회사의 '승인 조작 관련자'라는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지만, 채용 과정은 이미 종료됐다는 입장이었다.
“그럼 누가 책임지죠?” 권다정이 물었다.
나는 답을 꾸며낼 수 없었다. 허위 문서를 만들어 퍼뜨린 사람이 밝혀지면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정정 자료가 늦게 전달된 기관의 과실도 검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오늘 그녀의 일자리를 돌려주지는 못했다.
“기록을 모으고 실제 손실을 정리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노동·법률 상담을 받으세요. 제가 배상액을 단정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자료라면 많이 모았어요. 제 억울함을 증명하는 데만 몇 달을 썼네요.”
나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사건을 해결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쓰고 싶지 않았다.
오후에 한유리와 박혜림을 만났다. 박혜림은 새 직장의 첫 업무를 맡았지만 이전 회사가 남긴 허위 방문 예약 때문에 추가 확인 서류를 계속 제출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기 이름으로 만들어진 신청이 나올 때마다 자동 통지를 받도록 요청했다고 했다.
“예전엔 그냥 삭제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우기만 하면 다음번에 누가 만들었는지 더 모르겠더라고요.”
“맞습니다. 원본을 남기고 잘못된 상태를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일해야 해요. 제 사건을 설명하는 게 직업이 돼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이 사건에 몇 달을 쏟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의 삶을 멈춰놓을 수 없었다.
임소율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화진모빌리티가 일부 비용 귀속 처리를 중지했다는 문서를 보내왔지만, 이미 그녀 이름으로 제출된 과거 자료는 다른 회사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한쪽의 정정이 다른 쪽까지 자동으로 퍼지지는 않았다.
“그럼 제가 또 회사마다 설명해야 하는 건가요?”
“정정문이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제 이름으로 잘못 적을 때는 한 번이면 됐잖아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허위 정보를 만드는 데는 한 번의 클릭이면 충분했다. 그 정보를 바로잡는 데는 각자의 시간과 돈과 신뢰가 필요했다.
저녁 무렵 오선영이 연락했다. 회사의 임시 비용 처리 중지와 별개로, 과거 기록 중 누군가 증빙 서류를 실제로 읽었다고 표시한 항목이 남아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미 여러 번 확인했던 '완료'와 '열람'의 혼동이 이번에는 다른 업무에도 번져 있었다.
“이건 고의였을까요?” 내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몰라. 다만 담당자가 관행대로 눌렀다는 진술은 확보했어.”
“그 관행을 이용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있었을 수도 있지. 그러나 관행을 만든 사람, 그대로 따른 사람, 고의로 이용한 사람을 구분해야 해.”
나는 선영이 언제나 끝에 덧붙이는 그 말을 이제 외우고 있었다.
한유리는 기사를 준비하면서 권다정에게 실명 인터뷰를 요청할지 고민했다. 그녀의 피해를 사회적으로 알리려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는 순간 인터넷의 다른 사람들이 다시 그녀를 찾아갈 가능성도 있었다.
권다정은 실명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한유리는 그 뜻을 따랐다. 대신 날짜와 정정 문서가 전파되는 데 걸린 시간, 연락처를 잘못 전달한 경로를 익명 사례로 정리했다.
“사람들이 이 기사로 범인을 잡았느냐고 물으면요?” 내가 물었다.
“아직 아니라고 써야죠. 다만 누군가의 삶을 망치지 않도록 고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요.”
그날 밤 익명 게시판에 새 문장이 올라왔다. '권다정은 공식적으로 결백하다고 인정받았다. 그러니 이제 피해는 없다.'
나는 그 문장이 이전의 협박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피해가 없다는 말로 피해를 지우고 있었다.
한유리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정정 이후에도 채용 기회가 복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당사자 동의 범위에서 확인했다. 박혜림은 본인이 허위 예약 때문에 추가 서류를 냈다는 기록을 보존했다. 임소율은 과거 자료 정정의 수신처 목록을 요청했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빈칸을 메웠다. 이번에는 서진혁이라는 조사관이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 오선영이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인천 사건 담당자와 배정우 관련 사실 확인 회의 예정. 너에게 필요한 설명은 공식 범위 안에서만 할게.'
나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회의 참석자를 알아내려고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사 정보를 더 많이 안다는 것이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상대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나는 권다정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제 억울함을 증명하는 데만 몇 달을 썼네요.'
수첩 한쪽에는 사건의 타임라인이 빼곡했다.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3분. 2026년 11월 3일 오후 9시 15분. 2027년 4월 10일 단말 로그. 나는 그 숫자들 아래에 날짜 하나를 더 적었다. 오늘.
오늘도 누군가는 일을 잃었고, 누군가는 이름을 되찾았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은 채 다음 주를 맞았다.
범인이 잡히면 사건은 끝나는가. 아니었다. 그러나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고 해서 회복이 시작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만큼은 내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결론이었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권다정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회사가 공식 정정문을 보낸 날짜와 채용 거절 날짜를 나란히 적어보니, 정정은 사흘 늦게 도착했어요.' 나는 그 사흘이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지연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구직자에게는 한 달의 생활비와 다음 면접 기회가 걸린 시간이었다.
나는 정민규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는 자료를 확인하고 답했다. “이미 보낸 정정 문서를 다시 보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상대가 실제로 받았을 때 어떤 결정을 했는지도 남아야 합니다.”
그는 이튿날 유사한 사건에서 회신 기한과 확인 담당자를 함께 기록하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수사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덜 믿게 만들고 피해를 줄이는 일도 수사의 결과였다.
권다정은 내 답장에 짧게 썼다. '제가 다음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과거 사건의 피해자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 문장에 '그럴 수 있을 겁니다'라는 막연한 약속을 쓰지 않았다. 대신 지금 필요한 기록과 상담 경로를 확인했고, 더 이상 그녀에게 불필요한 증언을 부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실제 행동이었다.
집에 돌아가려는데 임소율이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이걸 바로잡으면 제 경력에 남은 기록도 정정됩니까?' 나는 회사의 데이터 처리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모든 자료가 한 번에 수정된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에서는 같은 잘못된 문장이 서로 다른 기관에 복사돼 있었다.
다음 날 그녀가 해야 할 일도 정리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느 기관이 받았는지, 누가 정정본을 확인했는지. 그 목록은 길었다. 나는 그녀를 대신해 모든 기관에 연락할 권한이 없었다. 그래서 동의와 공식 절차가 먼저였다.
전화 끝에 임소율은 말했다. “그 사람들은 제 이름을 복사하기 쉬웠겠죠.”
“그랬을 겁니다.”
“저는 그 이름이 제 거라는 걸 증명하느라 이렇게 오래 걸리네요.”
나는 오래 그 말을 생각했다. 사람의 이름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아무도 대신 완료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는 작은 절차들이었다.
제16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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