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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내일까지 두라는 말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07자

오프라인 책장
“내일까지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그 문장은 친절하게 들렸다. 그래서 위험했다. 2027년 4월 8일 목요일, 이다원이 기억하던 말을 실제로 업무 메신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다만 문장을 쓴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공용 계정 이름만 남아 있었다. 당시 업체는 저녁 마감 업무를 여러 사람이 같은 접속 계정으로 처리했고, 단말을 바꾸면서 대화창을 열어놓는 일도 흔했다고 했다. 나는 화면 캡처를 요청하지 않았다. 원본이 확보됐는지부터 물었다. “서버 백업에 남아 있대.” 오선영이 말했다. “메신저 업체가 보존한 자료와 사내 출력물을 대조하고 있어. 지금 보는 건 일부야.” “시간은요?” “11월 2일 밤 9시를 넘긴 시각. 정확한 순서는 아직 정리 중.” 메신저에는 세 문장이 이어져 있었다. '공동함 대기분은 이동만 처리.' '개별 확인은 익일.' '내일까지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내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누군가 특정 봉투를 감추려고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대화에는 특정 봉투 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럼 평범한 교대 지시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다만 규정상 두 사람 확인을 생략한 상황에서 나온 지시라는 점은 남아.” 나는 메모지에 '의도'와 '효과'를 따로 적었다. 업무 지연을 막으려 한 의도였을 수 있다. 그러나 실물 확인이 빠진 상태로 다음 날까지 문서를 보관하게 만든 효과는 확실했다. 악인이 악용할 수 있는 틈은 언제나 그런 차이에서 생겼다. 정민규는 메신저 문장과 수거표의 작성 시각을 대조했다. 놀랍게도 문서가 임시함으로 이동한 뒤에 '내일까지'라는 지시가 올라와 있었다. 사람들은 이 차이를 보고 즉시 의심했다. 사후에 잘못을 덮으려고 만든 지시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정민규가 말했다. “이 자료는 서버 수신 시각이고 수거표는 현장 단말 표시 시각입니다. 두 시계의 차이가 보정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예전 같았으면 둘 중 하나가 거짓이라고 확신했을 겁니다.” “지금도 그럴 생각이 조금 듭니다.” 정민규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시간을 따로 검증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는 내게 또 다른 기록을 보여주었다. 과거 자신이 누락한 출입문 두 번째 신고의 정정 통지서였다. 모든 수신처가 확인했고, 원래 보고서와 정정본이 함께 묶여 있었다. 예전 실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한유리는 이다원에게 인터뷰를 제안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정식 조사 중인 사람이 자꾸 과거를 설명하도록 요구받으면 언젠가 작은 표현 하나가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그 작은 틀림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기사에는 뭐라고 쓸까요?” “업체가 어떤 확인 절차를 생략했는지, 그 때문에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를 쓰면 됩니다.” “사람 이름이 없는데 읽힐까요?” “그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일 수도 있어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이름.” 오후 세 시, 백이준은 온새문서지원의 현장 담당자들이 당시 마감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정리한 자료를 보냈다. 직원 셋은 '다음 날 오전까지 보관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한 명은 '당일 반송을 중단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같은 문장이 네 사람에게 다른 행동을 만들었다. “지시한 사람은 명확하게 썼다고 생각했겠죠.” 한유리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실제로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죠.” 나는 이다원의 진술을 다시 읽었다. 그녀는 묶음을 옮겼다. 포장을 뜯지 않았다. 두 번째 확인자의 칸을 비웠다. 그 사실만으로 02-A가 배정우 손에 갔다고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2026년 11월 3일의 반환 문의는 아직 특정 봉투와 연결되지 않았다. 오선영은 내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네가 받은 최초 02-B 메일을 다시 확인해줄 수 있겠어? 원본 구조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 “이미 드린 자료인데요.” “응. 그런데 복사본마다 첨부파일이 저장된 경로가 달라. 그건 네 잘못도, 파일이 조작됐다는 증거도 아니야. 가장 처음 저장한 자료와 다시 대조하려는 거야.” 나는 자신이 첫날 메일 원본을 따로 보관한 선택이 처음으로 커다란 의미를 가졌다는 걸 느꼈다. 그날은 단순히 습관이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판단을 막는 자료가 됐다. 저녁 여섯 시, 임소율은 비용 귀속 재검토 회의가 또 미뤄졌다고 연락했다. 회사는 문서 원본의 추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녀는 화를 냈다. “기다리는 동안 제 통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잖아요.” 나는 답할 말이 없었다. 수사상 불확실성이 피해자를 무한정 기다리게 할 이유는 아니었다. 필요한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회사는 현재 기록으로 확인 가능한 부분을 정정하고 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할 수 있었다. “회사에 그렇게 요청해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범인이 누군지 모르면 저도 계속 죄인으로 살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책임은 확인된 만큼만 물어야 합니다.” 그녀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밤이 깊어질 무렵 익명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메신저에서 내일까지 보관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이다원.' 사실이 아니었다. 이다원은 그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주어와 목적어를 바꿨다. 읽는 사람은 그 차이를 눈치채기 어려웠다. 나는 게시물 원본을 저장한 뒤 선영에게 전달했다. 한유리는 '진술자와 지시자는 다르다'는 짧은 정정 기사를 올렸다. 그 글에는 어떤 새로운 이름도 적지 않았다. 그러자 게시물의 공유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상대가 화나겠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그럴 수 있죠. 아니면 다음 문장을 준비하고 있겠죠.” 나는 처음의 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공동함 대기분은 이동만 처리.' '개별 확인은 익일.' '내일까지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그 말들은 누군가를 구하려는 지시일 수도 있고, 책임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려는 지시일 수도 있었다. 그날 내가 확인한 것은 단 하나였다. 누군가 '내일까지'라고 말하는 순간, 오늘 해야 했던 확인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공백을 지금까지 누가 이용했는지 찾아내는 일이 우리의 수사였다. 자정 전에 문서관리업체로부터 추가 안내가 왔다. 메신저 계정의 이름이 공용이더라도 작업한 장소의 단말 구분은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단말을 구분한다고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가 급하게 출근 기록을 대신 찍거나, 교대자가 로그인된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사실이 불편하면서도 반가웠다. 마치 모든 답이 기계에 저장돼 있을 거라는 기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기계는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이 설계한 범주 안에서만 기록한다. 실제로 받지 않은 서류를 받은 것으로 표시하는 기계는 고장 난 게 아니라 누군가 잘못 만든 규칙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한유리는 그 설명을 듣고 말했다. “그럼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뭔가요?” “서로 다른 기록이 같은 사실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는 거죠.” “두 개가 다 틀릴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실제 물건, 사람의 진술, 작성 당시의 규정까지 대조해야 합니다.” 그녀가 웃었다. “끝이 없네요.” 나는 답했다. “끝은 있어야죠. 다만 누군가 결론을 보내줬다는 이유로 끝내면 안 됩니다.” 그 말이 끝나고 나는 메신저의 세 문장을 다시 보았다. '내일까지'라는 말이 빠진 서명칸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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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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