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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6화
PAYLUA ORIGINAL · 제16화

16화. 정직한 협박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90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8일 일요일 오전, 박혜림에게 해고 예고 통지가 도착했다. 정확히는 계약 갱신 거절 예고였다. 그녀의 계약은 이번 달 말에 끝날 예정이었고, 회사는 '업무상 신뢰 훼손'이라는 이유를 적었다. 경찰에 협조한 사실과 연관이 있는지는 통지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문서를 직접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오선영이 박혜림에게 법률 상담을 안내했다는 연락을 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속이 답답했다. 우리는 그녀가 위험한 창고에 들어가지 않게 했지만, 그 대가를 대신 치러 줄 수는 없었다. "회사가 복귀시킬 방법은 없습니까?" 내가 물었다. "네가 사업주도 아니고 내가 고용노동부도 아니잖아. 지금은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도움받을 곳을 연결해야지." "그 사이 월급은 끊길 수 있는데요." "알아. 그래서 기록을 남기는 거야." 나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보았다. 누군가를 해치려면 꼭 칼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법적인 형태를 갖춘 공문 하나도 사람을 위협할 수 있었다. 상대는 박혜림이 말을 바꾸게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목적이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의 결정에 붙은 설명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했다. 잠시 후 백이준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한 문장이었다. '박혜림 씨의 계약 관계는 해당 용역업체의 독립적 판단이며, 화진모빌리티는 타사 인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나는 문장을 읽고 손가락을 멈췄다. 내가 묻지도 않은 문제에 회사 법무실이 먼저 답했다. 외부에서 누군가 말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뜻일 수 있었다.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발신 시각과 사내 변호사가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기록했다. 내 연락처를 아는 경로는 많았다. 특별한 단서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오선영은 박혜림이 자신의 통지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설명해 주었다. 박혜림은 출근을 그만두면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했다. 그렇다고 다시 창고로 돌아가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회사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두 가지로 좁혔고, 두 길 모두 그녀에게 비용을 요구했다. 나는 직접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고용관계를 대신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과거 내가 조사한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정해진 절차로 제출하는 것, 경찰이 안전 조치를 안내했다는 기록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것 정도가 가능했다. 그마저도 다른 자료를 노출하지 않는 범위여야 했다. 오선영이 말했다. "사람을 보호하는 건 그 사람 대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아니야. 박혜림 씨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감수할지 먼저 들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이 긴박할수록 '내가 지켜 주겠다'는 말을 하기 쉽다. 하지만 보호받는 사람에게는 월급과 가족, 다음 주 출근과 내년 계약이 있었다. 그것을 모르는 내가 내리는 가장 용감한 결정은 때로 상대에게 가장 무책임한 명령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경찰과 상담한 뒤 노동 관련 외부 조력 창구에 상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나는 그 내용을 노트에서 별도로 분리했다. 그녀의 생계 문제는 살인사건의 부수적인 장식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밝혀내든 그녀의 다음 달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오후 한 시, 한유리가 만남을 제안했다. "오늘 취재원이 하나 더 나왔어요. 기업 내부 제보자지만, 회사 이름을 기사에 쓰지 말아 달래요." "왜 제게 만나자고 하는 겁니까?" "그 사람이 당신이 2025년에 쓴 보고서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보고서에 없는 한 장을 보관했다고 합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원본의 출처를 확인하려면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제보자에게 직접 질문하는 순간, 내가 그의 진술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었다. "기자님은 먼저 그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안내하세요. 저는 제 보고서와의 차이를 확인하는 역할만 맡겠습니다." "참, 원칙 좋아하시네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해서 지금 고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유리는 잠깐 침묵했다. "맞아요. 사실 저도 처음엔 배정우가 범인인 줄 알았어요. 제보자들이 하나같이 그 이름을 말했거든요." "그 이름을 처음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셨습니까?" "아직요. 그런데 모든 제보가 같은 문서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나는 귀를 기울였다. "어떤 문서요?" "첫 번째 미래 사건기록. 누군가 그걸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른 크기로 잘라 보냈어요. 기자에게는 배정우 이름만, 회사 관계자에게는 원효로 주소만, 경찰 제보창에는 사망 시각만." 나는 눈을 감았다. 각자 받은 조각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서로의 정보를 모으면 원본을 확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같은 출처가 여러 목소리를 가진 셈이었다. "그런 방식이면 가짜 제보자가 많아 보이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발신 경로를 서로 대조 중입니다." 나는 노트에 '독립된 확인인가, 같은 출처의 반복인가'라고 적었다. 상대는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면 각자가 스스로 완성한 이야기를 믿게 된다. 오후 세 시, 오선영에게 중요한 소식이 왔다. 남궁태식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뒤 정식 진술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해 8월 19일 창고에서 임소율을 보았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서류를 보관함에 넣고 나오는 사람에게서 목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누구 목소리였답니까?" "배정우라고 생각했대. 그런데 얼굴은 못 봤고, 말투가 비슷했다는 정도야." "그럼 배정우가 현장에 있었다는 확정은 안 되겠네요." "그래. 대신 더 흥미로운 건 그때 들은 말이야." '마지막 장은 따로 보관하십시오. 나중에 누가 원본이냐고 물으면 그것만 보여 주면 됩니다.'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마지막 장이라면 서명이 있는 페이지를 뜻할까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당시 실제로 어떤 서류를 가리켰는지는 모르니까 확인해야 해." 나는 C-12 봉인표를 떠올렸다. 한 상자의 마지막 장이 따로 보관됐다면 서류가 일부만 발견된 이유도 설명될 수 있었다. 저녁에 박혜림에게서 내 사무실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오선영에게 허락받고 연락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전화보다 서면을 요청했다. 그녀가 보내온 내용은 세 문장이었다. '저는 창고에 직접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경찰에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나는 자료를 경찰에 전달했다. 그녀가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회사 문서에 적혔다면 정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 거짓 문장이 계약 갱신 거절의 근거가 됐다면 문제는 더 커졌다. 박혜림은 덧붙였다. '돈이 없어서 무섭습니다. 그래도 제가 안 한 말까지 했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오래 멈췄다. 의뢰인에게 받는 수임료로 그녀의 생활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록을 정확히 남기는 일이라면 나도 도울 수 있었다. 그것이 내 한계이고 동시에 내 역할이었다. 그날 밤 새 이메일이 왔다. '정직한 사람은 비싸게 삽니다. 그래서 먼저 가난해지죠.' 나는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이 발신자는 박혜림이 고통받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음 문장은 의외였다. '내일은 정직한 경찰관이 거짓말을 하게 될 겁니다.' 나는 오선영에게 원문을 보냈다. 사람 하나를 가리킨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민규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이미 그의 이름을 거짓 문서에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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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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