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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5화
PAYLUA ORIGINAL · 제15화

15화. 잔월이라는 이름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901자

오프라인 책장
정민규의 신분증 사진은 선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이 어디서 왔는지는 그보다 중요했다. 공개된 공무원 소개 페이지의 사진을 잘라 쓴 것인지, 분실된 서류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경찰 내부에서 유출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나는 컴퓨터 화면에서 파일을 옮기기 전에 최초 수신 원본을 별도로 보관했다. 오선영이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쉬는 사람의 기색이 없었다. "메일에 붙은 사진, 민규 본인이 확인했어. 예전에 시청 합동 교육 참석할 때 제출한 증명사진이야." "그럼 외부에 나갔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래. 교육 수료 자료에도 쓰였대. 경찰 내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사진이라고 몰아가면 안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바라는 건 내 불안을 키우는 것일 수 있었다. 만약 경찰 안에 누군가 있다는 확신을 내가 먼저 말하면 수사팀은 불필요한 감찰과 의심으로 더 바빠진다. "민규 순경이 거짓 문서 때문에 업무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해서 조사 중이야. 원본 영상 보존 누락 문제와 위조 문서 문제는 달라. 피해자일 수도 있는 사람을 징계 대상이라는 이유로 방치할 수는 없어." 나는 오선영에게 오래된 정산표를 펼쳤다. "제가 궁금한 건 C-12입니다. 봉인표 안의 서류가 왜 지금까지 남아 있었을까요?" "경찰이 확보한 일부 문서에는 보존 요청을 한 사람의 이름이 있어. 그런데 그게 누군지 확인을 해야 해." "공개할 수 없겠군요." "응. 그 대신 네가 지난해 작성한 차액 계산표, 원본 내역과 다시 대조해 줘. 기록의 방식은 네가 가장 잘 알아."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수사 정보 전체를 건네지 않았다. 대조에 필요한 부분만 공식 경로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절차를 정리했다. 나는 내 과거 자료를 기준으로 숫자를 하나씩 대조했다. 승인금액과 실제 송금액의 차이는 3억 8천만 원이었다. 그러나 차액이 곧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간 돈을 뜻하지는 않았다. 서로 다른 계좌로 이전됐거나, 아직 지급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결산 자료의 한 줄이었다. '임시보관 계정 상쇄.' 같은 문구가 지난해 다섯 건에 반복됐다. 각각 다른 거래처, 다른 날짜, 다른 금액이었다. 그런데 상쇄 결재가 처리된 시각은 분 단위까지 같았다. 나는 메모했다. 자동 일괄 처리일 가능성이 있었다. ERP 시스템은 정상적인 업무에서도 같은 시각에 여러 건을 처리한다. 누군가 손으로 한 번에 조작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이 항목은 실제 계좌 이동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 부분은 금융자료 확보 절차를 진행 중이야." 오선영이 답했다. "그럼 제 계산은 일단 가설로만 두겠습니다." 그녀는 서류를 접었다. "배정우 집에서 은행 연락처가 나왔다는 건 기억하지?" "네." "그 번호는 고객센터 번호가 아니라 과거 기업 전담 창구 연락처였어. 회사에서 담당자들이 쓰던 번호였고." "지금도 운영합니까?" "번호는 바뀌었어. 그 번호로 전화한 기록이 있는지는 확인 중이야." 나는 배정우가 금전 이동의 이상을 알아내려다 누군가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일 뿐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보호할 서류를 찾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밤 여덟 시, 한유리가 자료를 하나 보냈다. 화진모빌리티 전 직원이 가지고 있던 사내 공지였다. 원효로 창고의 문서 이동일 안내. 날짜는 지난해 8월 19일. 공지 말미에는 오늘 익명 이메일에서 봤던 문구가 있었다. '(수신 확인 불필요)' 나는 전화해 물었다. "이 자료는 누구에게서 받았습니까?" "취재원은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원본 메일 파일을 직접 확인했고, 회사의 공지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이 있었던 걸 따로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가지는 조심하세요. 공지가 공개된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었다면, 메일 발신자는 그 문구를 누구든 베낄 수 있다는 뜻이에요." 나는 웃었다. "저도 그걸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다른 걸 보세요. 공지에 적힌 책임 부서 이름이 이상해요. 정산팀이 아니라 준법지원실이거든요." 준법지원실. 백이준이 책임지는 부서였다. 백이준은 당시 그 조직에 있었을까? 나는 공개된 인사발령 자료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에 부임했다. C-12 인계일보다 한 달 뒤였다. 그가 당시 사건의 당사자였다고 즉시 볼 수는 없었다. 부서 차원에서 관여한 자료를 나중에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더 컸다. 나는 그 차이를 노트에 적었다. '조직이 알았다는 사실'과 '현재 책임자가 그때 알았다는 사실'을 구분할 것. 나는 2025년 8월 19일 공지의 배포 경로를 별도 표로 만들었다. 최명환의 지시로 정산팀에 전달된 파일, 준법지원실에서 일괄 발송한 공지, 외부 보관업체 직원들이 인쇄해 붙여 놓은 안내문. 발신자의 문구가 어디에나 있었다면 그 흔적은 범인의 지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외부 보관업체에 인쇄물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회사 내부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이 없어도 문서 제목과 형식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사실을 오선영에게 보냈다. 누군가 경찰 정보를 빼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 전에, 평범한 정보 유통 경로부터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문자로 답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내부자 수사도 덜 급해지는 건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경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알겠다고 했다. 내 가설이 틀렸을 때를 남겨 두는 것. 발신자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했다. 밤 열 시가 넘어서 오선영이 또 전화를 했다. "원효로 창고 주변 다른 영상 확보했어. 주차장 진입로를 바라보는 카메라야. 편의점 영상보다 화질은 나쁜데, 차량 한 대가 잠깐 멈춘 건 확인돼." "번호판은요?" "안 보여. 대신 앞 유리 쪽에 붙은 운송업체 표식이 보일 가능성이 있어. 아직 분석 중이야." "그럼 편의점 영상을 놓친 게 결정적인 손실인지도 아직 모르겠네요." "손실은 손실이지. 그렇다고 수사가 전부 끝난 건 아니고." 나는 그녀의 말이 좋았다. 손실을 줄여 말하지도 않았고 과장하지도 않았다.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처음 보는 번호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서진혁 씨, 당신이 찾는 상쇄 계정의 계좌 명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오선영에게 문자를 보여주고 원본을 함께 보존했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 문구, 내가 오늘 확인 중인 자료와 비슷해. 그런데 네가 아는 내용일 리가 없는데." "그럼 보낸 사람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는 뜻이겠네요." "그렇거나, 우리를 시험하는 거겠지." 문자에는 두 번째 줄이 있었다. '명의자는 주식회사 잔월. 설립일은 2025년 8월 20일.' 8월 19일 서류가 봉인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나는 회사를 검색했다. 같은 이름의 법인은 공개 검색에 나타났지만, 설립일과 주소는 문자 내용과 일치하지 않았다. 동명이거나 법인 정보가 잘못됐거나, 일부러 엉뚱한 곳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었다. 오선영은 내 손에서 휴대전화를 떼어내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부터 외부 문자에 있는 이름을 사실처럼 쓰지 마. 같은 이름의 다른 회사가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나는 화면을 끄고 오래된 서류의 빈칸을 떠올렸다. 장부에 없는 이름을 누군가 알려줬다. 그것은 도움이 아니라 선택지를 강제하는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짧은 문장을 적었다. '누군가 내게 답을 제공할 때, 그 답이 없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지 확인한다.'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내 추리는 내 것이 아니라 발신자의 문장을 길게 해설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잠들기 전, 오선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잔월이라는 이름. 회사 장부가 아니라 배정우의 개인 수첩에도 있어.' 나는 잠을 포기했다. 서로 다른 두 출처가 같은 이름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다만 두 출처가 정말 독립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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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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