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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4화
PAYLUA ORIGINAL · 제14화

14화. 보존되지 않은 카메라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47자

오프라인 책장
11월 7일 아침, 문제가 생긴 것은 인천 창고의 CCTV가 아니었다. 원효로 창고에서 두 블록 떨어진 편의점 카메라였다. 지난 3일 밤 9시 무렵, 창고 주변을 지나간 차량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보조 자료였다. 수사팀은 필요성을 확인하고 자료를 확보하려 했지만, 보존 요청이 접수된 시점에는 해당 시간대 영상 일부가 이미 순환 저장으로 덮여 있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영상인지도 아직 몰라." 오선영은 통화에서 먼저 선을 그었다. "원효로 창고의 원본 영상은 이미 확보해 뒀어. 편의점 건 별개야." "누가 보존 요청을 맡았습니까?" "민규가 담당한 확인 목록에 있었어. 다른 긴급 조치를 하느라 전달이 늦었고, 본인도 그걸 인정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민규가 또 실수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실수가 반복되면 그 사람을 탓하는 것이 너무 쉬워진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실제 사건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질문을 빼먹게 된다. "백업은 없답니까?" 내가 물었다. "확인 중. 업체도 저장 정책이 일정하지 않다고 해." "그럼 확보된 원본과 주변 다른 기록으로 계속 확인해야죠." "응. 민규는 업무에서 잠시 빼고 경위를 정리하게 했어. 징계 여부도 별도로 판단할 거고." 나는 그 결정을 듣고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수사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일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상대가 기대하는 것은 둘을 싸우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점심 무렵 백이준의 의견서가 언론에 공개됐다. 그는 편의점 영상 확보가 늦어진 사실을 직접 알지 못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경찰의 디지털 자료 관리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원효로 창고 원본까지 의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사를 유도하는 문장도 있었다. 나는 한유리에게 전화했다. "편의점 보조 영상 일부가 없어졌다는 사실과 창고 원본이 없어졌다는 주장을 구분해 주세요." "이미 구분했어요. 하지만 다른 기자들은 그렇게 안 쓰겠죠." "누군가는 사실을 분명하게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 일이죠. 대신 조사관님도 하나 알려 주세요. 회사 법무실에서 왜 경찰의 업무 누락을 이렇게 빨리 알았을까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경위를 몰랐다. 한유리는 이어 말했다. "유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업체가 회사에 말했을 수도 있죠. 그쪽이 영상 확보 요청을 받아서 놀랐을지도 모르고요." "그 경로부터 확인하면 되겠네요." "네. 모든 비밀의 정답이 내부 배신이면 취재하기는 편하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전화를 끊고 지난해 의뢰인에게 썼던 보고서를 다시 펼쳤다. 나는 그때도 어떤 증빙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을 서둘렀다. 이번에는 증빙이 없어진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 보존 요청을 늦게 전달했고, 그래서 영상이 사라졌다. 그 사실은 부끄럽지만 숨겨야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결손의 범위를 분명히 해야 남은 증거를 지킬 수 있다. 오후 두 시쯤, 정민규가 경찰서 밖에서 우연히 나와 마주쳤다. 야윈 얼굴이었다. 그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제가 정말 늦었습니다." "그 사실은 경위님께 들었습니다." "편의점 영상을 먼저 챙겼다면 차를 확인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영상에 차가 찍혔을지는 모릅니다." "제가 어떤 결과를 망쳤는지도 모르겠다는 게 더 괴롭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확실한 건 보존 요청이 늦었다는 겁니다. 그 결과 영상 일부를 확보하지 못했고요. 그 두 가지는 기록하세요. 나머지는 아직 모르는 걸로 남겨 두세요." "그렇게 적으면 변명하는 것 같아요." "하지 않은 잘못까지 인정하는 건 책임지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그 인정서를 다른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그는 한참 침묵했다. "저한테 서명하라는 서류가 하나 왔어요." 나는 몸을 굳혔다. "경찰서에서요?" "아니요. 익명으로요. 경위서 내용을 미리 정리해 주겠다면서. 제가 뇌물 수수 의혹을 자진 신고하는 형식이었어요." "돈을 받았습니까?" "아니요." "그럼 절대 사실과 다른 서류에 서명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연락은 즉시 오 경위님께 보고하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보고했어요. 그런데 보내온 사람이 제 실수 두 가지를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현장 사진 올린 일도, 보존 요청을 놓친 일도요." 나는 누구보다 먼저 그에게 사과하고 싶어졌다. 나도 그의 실수를 알고 있었다. 오선영도 알았다. 관련 업무를 접한 사람들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누가 보냈는지 지금 단정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 사람이 당신을 잘 안다고 해서 당신이 그 사람에게 설명할 의무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정민규는 손을 떨며 휴대전화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제 이름으로 된 인계서는 진짜 아니죠?" "경찰 공식 문서가 아니라는 건 확인됐습니다. 나머지는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저를 이렇게 만들죠?"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말할 수는 있었다. "누가 당신의 실수를 이용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도 그 사람이 만든 문장대로 당신이 자신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가 떠난 뒤 나는 오선영에게 방금 대화를 알렸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경위서 작성 지시를 했는데, 민규는 사적으로 널 만나서 확인받으려 했구나. 그 부분도 짚어야겠어." "네. 저도 업무 밖에서 자꾸 설명하려는 걸 막았습니다." "잘했어. 그런데 그 친구를 너무 감싸지는 마. 실제로 놓친 일이 있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그 사실을 빌려 거짓 혐의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선영은 말했다. "두 가지를 분리할 거야. 제대로." 저녁 무렵 한유리가 다시 연락했다. 편의점 영상의 정확한 보존 시간을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사라진 건 야간 전체가 아니라, 해당 카메라가 저장 용량을 확보하려고 가장 오래된 구간을 덮어쓰던 짧은 일부였다. 업체의 관리자가 보존 요청을 처음 받은 시각도 남아 있었다. 그 시각은 정민규의 요청 전달 시각과 일치했다. "누가 일부러 지웠다는 증거는 없네요." 내가 말했다. "현재로서는 그렇죠. 그런데 회사 변호사는 '경찰이 증거를 잃었다'는 문장만 반복해요." "잃은 증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인데요." "그래도 사람들이 믿는 건 짧은 문장이니까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상대는 작은 사고 하나를 자신의 이야기에 정확히 맞게 재단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편의점에 직접 가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를 사적으로 뒤져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공개된 도로 구조를 바탕으로 원효로 출입구를 통과할 수 있는 차량 동선을 다시 그렸다. 막다른 길처럼 보였던 통로에는 배송 차량이 평일에만 사용하는 옆길이 있었다. 도로 지도를 보는 것으로 그날의 차량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경찰이 확인할 후보 경로를 제시할 수는 있었다. 오선영에게 도로 지도를 전송하자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이미 다른 각도 영상도 확보 요청 중. 수고했어.' 나는 웃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혼자서 사건을 해결했다는 성취감이 아니었다. 우리 편의 작은 실패가 있을 때, 그것을 메우는 다른 방법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익명 이메일이 도착했다. '좋은 일입니다. 경찰은 자기 실수를 인정했군요.' 그 아래에는 작은 첨부 이미지가 있었다. 정민규 이름으로 작성된 인계서의 두 번째 페이지. 첫 장과 달리 이번에는 이름뿐 아니라 휴대전화 사진까지 붙어 있었다. 정민규가 자신을 확인할 때 사용한 신분증 사진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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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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