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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익명 발신자가 틀린 날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92자

오프라인 책장
익명 발신자가 보낸 문서에는 4월 3일의 정정 내용이 없었다. 2027년 4월 4일 일요일, 나는 그 작은 결함을 보고 한참 동안 고민했다. 상대는 2025년의 작업 기록을 마치 직접 본 사람처럼 말했고, 2026년 11월의 첫 사건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낸 오승재 책임 카드에는 오선영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장치 식별자 분리 내용이 빠져 있었다. 상대가 일부러 숨긴 걸까. 아니면 그 사실을 몰랐을까. 한유리는 나보다 빨리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내부 유출자가 아니라는 증거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도 다른 자료는 못 볼 수 있죠. 실시간으로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정황 정도입니다.” “그걸 알아낸 게 대단한 일 아닌가요?” “대단한 일일 수 있지만, 우리가 그 사실을 공개해 상대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녀가 예전처럼 ‘단독’이라는 제목을 쓰려는 줄 알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어떤 자료가 빠져 있는지 기사에 넣지 않겠습니다. 대신 당사자들을 조작된 카드만으로 판단하지 말자고 쓰죠.” 그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오후에 정민규에게서 한 가지 확인이 왔다. 권다정의 정정 문서를 받지 못한 기관이 하나 남아 있었고, 익명 계정은 바로 그 기관을 거론하며 권다정을 다시 비난하고 있었다. 그 기관이 누군가 일부러 고른 대상인지, 우연히 정정이 늦은 곳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민규는 이번에 전송 완료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담당자가 실제 정정본을 확인한 시각을 따로 받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전 자료도 남기고, 새 자료도 구분했습니다.” “그럼 상대가 구형 자료를 다시 보냈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겠네요.” “네. 적어도 이번 건에선요.” 나는 수첩에 작은 별표를 쳤다. 처음부터 수사팀이 해야 할 일을 이제야 정상적으로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정상적인 일이 악인의 선택지를 줄였다. 배은정 역시 변했다. 그녀는 그날 오후 동생에 관한 새 게시물에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유족 측에 법적 안내를 하는 기관을 통해 허위 정보 정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동생이 남긴 실물 봉투를 보관 절차에 따라 제출했다는 증빙을 받아 보관했다. 익명 발신자가 아무리 ‘왜 숨기느냐’고 써도, 그녀에게는 더 설명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오후 다섯 시, 나는 박혜림에게 새 직장의 첫 주가 어땠는지 물었다. 그녀는 지쳤지만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 명의의 가짜 방문 예약이 완전히 삭제됐는지까지 확인했느냐고 도리어 내게 물었다. “아직 생성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 거네요?” “조사 자료로는 보존하되, 본인 출입 사실처럼 사용되지 않도록 정정 중입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없애는 것보다 제대로 표시하는 게 낫겠네요. 누가 또 만들어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무조건 지우는 방식으로는 다음에 다시 나타나는 거짓을 막을 수 없었다. 잘못된 기록과 정정 사유를 함께 남겨야 한다. 저녁 무렵 오선영은 2026년 11월 2일 공동 접수 대기열의 새 확인 결과를 전했다. 21시 49분이라고 적힌 익명 이미지와 같은 모양의 화면이 구형 프로그램에 존재하는 것은 확인됐다. 하지만 원본 이력의 일부 시각은 다른 단말에서 전송받은 시간을 기준으로 표시된 것이었다. 그 숫자를 ‘현물 수거 시각’으로 읽는 건 틀렸다고 했다. “그럼 익명 사진은 거짓입니까?”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실제 상태를 잘라낸 걸 수도 있어. 다만 그 사진만으로는 누가 물건을 받았는지 말할 수 없어.” 선영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가 요청한 근거 자료가 하나 더 남아 있어. 업체가 공용 수거함의 인수인계 기록을 찾고 있대.” 나는 발신자의 다음 메일을 기다리게 되는 자신을 싫어했다. 중요한 건 그가 언제 무엇을 보내느냐가 아니었다. 정식으로 확보되는 기록이 무엇이냐였다. 이날 오후 한유리는 과거 자기 기사에서 잘못 썼던 짧은 문장을 직접 고쳤다. ‘경찰이 전부 전달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았다. 일부는 보냈고, 일부는 수신처가 확인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익명 게시물로 퍼졌다. 그녀는 정정문을 같은 기사 아래에 붙이고 최초 작성 날짜를 지우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저까지 실수한 사람으로 남잖아요.” “이미 실수했으니까요.” “맞아요. 그런데 그걸 인정하면 다음엔 같은 실수를 조금 덜 하겠죠.”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 웃었다. 나는 그녀를 위로하려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기록을 고치는 사람은 예전 기록을 없애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역이 좋아할 만한 빈칸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었다. 같은 날 박혜림이 회사의 정보보호 담당자에게 직접 요청한 결과가 왔다. 가짜 방문예약은 직원 본인의 실제 출입 이력과 별개로 ‘외부 사칭 의심 신청’으로 분리됐다. 박혜림은 그 설명을 받아들이기 전에 원래 신청 시각과 처리 사유가 보존되는지도 확인했다. 회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녀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록이 남는 게 예전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제가 실제로 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되네요.’ 나는 오래 답장을 쓰지 못했다. 같은 시스템이 누군가를 해칠 수도 지킬 수도 있었다. 차이는 누가 무엇을 기록하고 누가 검토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익명 발신자는 자기가 만든 자료를 바꿔 내도 이전 판본의 흔적은 남아 있었다. 오늘 우리가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틀렸다는 기쁨이 아니라, 틀린 기록을 지우지 않고 이어 붙여 보는 방법이었다. 밤 9시 14분. 예상대로 메일이 도착했다. ‘오승재는 결국 인정할 겁니다. 기다리세요.’ 그러나 첨부파일의 모양이 이상했다. 제목에는 ‘권다정 최종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미 정정된 거짓 주장과 새로 지목된 사람을 서로 다른 문서에서 복사한 듯했다. 발신자가 누군가의 책임 카드를 틀린 이름으로 저장해 보낸 것 같았다. “상대가 급해졌을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일부러 틀리게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급해 보인다는 인상으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죠.” 한유리는 원본 메일의 파일명과 수신 시간을 보존했다. 나는 오선영에게 보고했다. 선영은 당장 발신자를 찾아가겠다는 말 대신, 해당 이미지가 어떤 판본에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때 내게 처음으로 확실한 감정이 들었다. 분노가 아니라 약간의 자신감. 상대가 우리를 한 번 더 흔들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제 이름 하나를 믿고 전부 덮어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점점 알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의 사건을 종이에 썼다. 권다정의 정정본은 수신처에서 확인됐다. 오승재의 옵션 변경은 사실이지만 9시 43분 실행은 여전히 조사 중이다. 서명 도용 문서는 결재 근거로 쓰이지 않도록 조치됐다. 배은정은 공식 절차를 택했다. 박혜림은 일을 계속했다. 모두가 한 발씩 자기 자리에서 움직였다. 상대가 그동안 이용하던 게으름과 방심이 줄어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사건은 이미 달라졌다. 자정 직전 마지막 메일이 왔다. ‘그렇다면 다음엔 시간 대신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협박으로 받아 적지 않았다. 실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경찰에는 알렸지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른다고 적었다. 어쩌면 새로운 목격자를 보내겠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무서운 것은 모르는 문장을 아는 척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날 나는 처음으로 모르는 말을 모른다고 적어도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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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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