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2027년 4월 3일 토요일 아침, 백이준에게서 온 메시지에는 오래된 업체 관리자의 이름이 있었다. 오승재. 2025년 8월 25일 당시 온새문서지원 현장 운영 책임자였다. 회사는 그가 오전 9시 31분에 예외 발급 옵션을 일시적으로 열었다는 사실을 내부 조사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 사람이 경고를 하향한 겁니까?”
“아닙니다. 확인된 행위는 옵션 변경입니다. 9시 43분 작업 실행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백이준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있었다. 그는 언론에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 다른 기록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이름을 메모한 뒤 한 칸을 띄웠다. 옵션 변경자. 경고 하향 실행자. 승인 결정권자. 세 칸을 합칠 수는 없었다.
오후에는 오선영이 관련 자료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당시 현장 운영 단말을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이 여러 명이었고, 오승재는 자기 출입카드로 근무 구역에 들어간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카드를 찍고 들어갔다고 해당 버튼을 눌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 점을 선영은 몇 번이나 강조했다.
“독립적인 기록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옵션 변경 요청 이력과 운영 단말 조작 흔적이 대조돼. 그리고 본인 진술도 있어.”
나는 숨을 멈췄다. “인정했습니까?”
“사유가 비어 있어도 예외 발급이 되도록 설정을 바꾼 건 인정했어. 장애 대응을 위해서였다고 진술했지. 당시 문제가 된 다른 업무도 있었다는 자료는 확인 중이야.”
“고의로 경고를 낮춘 건요?”
“그건 부인하고 있어. 아직 그 일을 했다는 증거도 없어.”
나는 펜 끝을 손톱에 눌렀다. 범인을 찾는 소설이라면 여기서 오승재가 모든 일을 고백하고 끝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사건에는 한 사람의 책임이 확인될수록 다른 사람의 책임을 더 정확히 나눠야 하는 시간이 온다.
오승재는 회사로부터 징계성 검토를 받고 있다고 했다. 공식 자료가 나오기 전부터 그의 이름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글이 돌았다. 그중 일부에는 2026년 배정우 사망 사건과의 연관까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답답해졌다. 2025년 사유 누락 허용 설정을 변경한 사실이 2026년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한유리는 기사를 쓰기 전에 당사자에게 공식 질의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그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웃지 않고 대답했다. “실제로 했다는 일을 묻는 것과 안 했다는 일을 부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오후 네 시, 김주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이 고장 난 프린터를 제때 다시 확인하지 않은 일이 이제 와서 운영 옵션 문제와 묶이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당시 출력기에는 노란 오류 표시가 있었고, 두 번째 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보고받은 마감표는 한 장뿐이었다.
“제가 그때 한 번만 더 확인했으면요?” 그가 물었다.
“그랬다면 누락을 더 빨리 발견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고를 참고로 낮춘 사람이 누구인지, 왜 그렇게 했는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저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확인하지 않은 건 책임질 수 있어도, 하지 않은 조작을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두 번째 장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을 없애고 싶지도 않았다.
저녁에 권다정에게 회사의 공식 정정문이 발송됐다는 소식이 왔다. 그녀는 접수번호를 기록했고, 예외 발급 옵션을 변경하지 않았으며, 경고 하향 실행자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문서는 이미 놓친 채용 기회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음에 같은 소문이 나오면 그녀가 제시할 수 있는 문서가 생겼다.
그날 밤 오선영이 중요한 연락을 했다. 9시 43분 공용 계정 작업을 처리한 단말과 9시 31분 옵션 변경 단말은 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운영 기록에는 서로 다른 장치 식별자가 남아 있었고, 시간 동기화 오류도 별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럼 두 사람이었겠네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아니야. 한 사람이 두 단말을 썼을 수도 있어. 장치만 다르다는 사실로 사람 숫자를 세지 마.”
나는 또다시 숨을 삼켰다. 늘 같은 방식으로 틀렸다. 어쩌면 그래서 상대가 나를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는 순간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았으니까.
그날 오후 나는 사무실에서 예외 권한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 운영 매뉴얼을 읽었다. 장애가 나면 특정 업무를 멈추지 않고 다른 담당자가 임시로 맡아야 할 때가 있다. 그것 자체가 불법이거나 부도덕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담당자 공백을 이유로 검토 없이 업무를 끝내도 되는 권한을 주려면 왜 그렇게 했는지 남겨야 한다.
“오승재가 당장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걸 수도 있죠.” 한유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선의를 악용하려 했다면 어디서 막을 수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양식의 책임자를 묻는 조항을 찾았다. 임시 권한을 여는 관리자는 사유 누락에 대해 재확인 요청을 해야 했다. 그 기능은 존재했지만 당시에는 비활성화돼 있었다. 누군가 끈 것인지 오래된 설정이 그대로였는지 조사 중이었다. 아무도 기계를 고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같은 죄를 씌울 수는 없었다.
저녁에 백이준은 회사 내부에서 후속 계약 개선안을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새 계약에 사유 기록을 필수로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냐고 물었다. 그는 담당자가 실제로 확인했는지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도 넣겠다고 했다. 나중에 누군가 또 예외 버튼을 누르더라도, 종이에 없는 서명을 만들어낼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결국 기록의 비용이겠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네. 확인하는 데 시간이 듭니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아 무너지는 것보다 그 시간을 먼저 쓰는 편이 싸죠.”
그때 우리는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 하나가 빈 사유란의 위험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악인은 그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더 비싸고 더 위험한 방법을 써야 할 테니까.
밤 9시 14분,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오승재의 이름이 크게 적힌 인물 소개 카드였다. ‘예외 버튼을 누른 사람. 사건의 시작.’
나는 바로 선영에게 보냈다. 공식 조사 결과가 일부 공개되기 전까지 그 이름을 퍼뜨리지 않았다. 발신자가 실제로 오승재를 알고 있는지, 우리가 확인한 내용을 다른 경로로 봤는지는 몰랐다.
그 뒤에 짧은 문장이 왔다. ‘그 사람은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책임을 지면 됩니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처음으로 명확히 알았다. 상대가 원하는 건 범인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확인해야 할 책임을 하나의 이름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그래야 누군가 다른 곳에서 마음껏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답장 대신 수첩에 적었다. ‘오승재: 09:31 예외 사유 미기재 허용 옵션 변경 인정. 09:43 실행 미확정. 배정우 사망 사건 관련 증거 없음.’
그 아래에 또 적었다. ‘권다정: 접수. 김주하: 출력 실패 인지 불충분. 오승재: 옵션 변경. 미확인 실행자: 따로.’
이렇게 사람의 이름을 다시 떨어뜨려 놓자 누군가가 붙여 만든 거짓 이야기가 조금 부서졌다. 악역이 정말로 책임 전가를 계획했다면 오늘 하나의 계획이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실패했다고 멈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제15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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