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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53화
PAYLUA ORIGINAL · 제153화

153화. 영수증 뒷면의 날짜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38자

오프라인 책장
월요일 오전, 한유리는 익명 제보에 붙은 금속 서랍 사진을 책상 위로 밀었다. “저는 종이를 찾은 게 아니라 영수증을 찾았어요.” 2027년 3월 29일.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흰 종이 귀퉁이가 걸려 있었다. 누군가 수납한 봉투 밑으로 영수증처럼 생긴 용지가 삐져나온 모습이었다. 확대하자 숫자 여섯 자리와 작은 직사각형 테두리가 보였다. 한유리는 그 숫자를 날짜로 읽고 싶어 했다. “2026년 11월 2일이라고 쓴 걸까요?” “어떤 숫자입니까?” “261102처럼 보여요.”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 숫자가 날짜라면 촬영 시점의 단서가 되겠지만, 일련번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합니까?” “아무 말도 못 하는 게 아니라 사진에서 숫자가 보인다고만 말해야 합니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예전 기사 초안에서 ‘2부 출력’이라고 적었던 부분에 줄을 그었다. 영수증은 1,800원. 그 거래가 무엇을 출력했는지 아직 몰랐다. 이제 서랍 사진의 종이 귀퉁이를 보고 사건기록 출력의 결정적 증거라고 쓰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셈이었다. 오선영은 그날 오후 보관업체 관계자와 공식 면담을 진행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수사상 공개 가능한 결과뿐이었다. 업체는 문제가 된 날짜에 외부 문서 대기열을 관리하던 담당자가 있었고, 그 사람은 이미 퇴사했다고 했다. 이름은 이다원. 당시 현장 책임자는 별도의 승인 업무를 맡았으며, 인쇄와 실물 인수 확인을 같은 사람에게 계속 시키는 관행이 있었다. “그럼 이다원 씨가 받았겠네요.” 내가 말했다. “누가 실제로 받았는지는 확인 중이야.” 선영이 나를 쳐다봤다. “작업자 명단에 있다는 것과 그 일을 했다는 건 달라.” 나는 오늘 두 번째로 같은 지적을 들었다.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누구보다 빨리 결론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다원은 경찰의 공식 연락을 받고 처음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 년 전의 수백 개 작업 중 한 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후에 보관업체가 보존하던 근무 인수인계 노트를 보고 다시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그날 저녁에 한 작업이 인쇄가 아니라 수거함 정리였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일을 서둘렀습니다.” 선영이 말했다. “문서 수거함을 옮기는 데에는 원래 두 사람의 확인이 필요했대. 그런데 한 사람에게 맡긴 날이 있었다고 해.” “그 사람이 이다원입니까?” “그건 더 확인해야 하고. 일단 두 사람 확인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만.” 그 무렵 익명 계정에서 ‘이다원, 배정우 유품 탈취’라는 제목이 퍼지기 시작했다. 내게도 그 화면이 도착했다. 사람들은 누구의 실명인지보다 죄목이 자극적이라는 점에 먼저 반응했다. 나는 게시물 원본을 보존해 선영에게 전달했다. 그 다음엔 관련 글을 계속 보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한 번 더 공유하면 그 이름이 또 한 번 검색되기 때문이다. 한유리는 이다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기사에서 업체의 이중 확인 관행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개인의 범행 여부는 분리했다. 그는 오늘 이 사건의 새 용의자가 된 사람이 아니라, 당시의 불완전한 작업 환경을 기억하는 전직 직원이었다. 저녁 무렵 배은정이 경찰을 통해 짧은 소식을 전했다. 동생이 보관하던 빈 봉투의 접힌 자국이 보관업체의 표준 봉투 접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규격의 봉투는 여러 회사가 썼다. 그것이 02-A를 담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는 그 봉투가 특별하길 바랐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동생이 왜 죽었는지 한 번에 설명될 것 같았거든요.” 나는 한참 뒤에 답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보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다만 지금은 모릅니다.” 그녀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당분간 커뮤니티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며칠 전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상처는 큰 진실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덜 아프게 보내는 방법도 필요했다. 오후 7시 32분, 정민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관업체가 남겨 둔 작은 수거표 한 장의 앞뒤 사진을 경찰이 확보했다고 했다. 수거표에는 날짜가 있었지만 영수증의 날짜와는 달랐다. 2026년 11월 3일 오전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수거 사유는 ‘전날 대기분 재확인’이었다. “그럼 02-A를 그날 꺼냈다는 겁니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수거표 번호는 일부 같고 일부 달라요. 그리고 전날 대기분이라는 범위가 꽤 넓습니다.” 정민규는 자신이 확인한 범위만 짧게 읽었다. 서류함 번호, 재확인 요청, 기록한 사람의 서명란. 마지막 서명란에는 이름이 없었다. 그가 예전 같았으면 가장 가까운 이름을 넣고 진행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빈칸 그대로 놔뒀습니다.” 그가 먼저 말했다. “잘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보고서가 늦어집니다.” “늦는 이유가 보고서에 남는다면 누군가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그는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누가 수거 요청을 했는지 공식 조회를 넣었습니다. 사람 이름을 먼저 묻지 않고 원본 작업번호부터 찾겠습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실수한 사람이 성실해지는 장면은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그러나 악역에게는 가장 성가신 장면일지 몰랐다. 누군가 게으름에 의존해 만들었던 통로가 조금씩 닫히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수거표와 관련해 또 하나의 실수를 들었다. 2026년 11월 3일 당직 교대자가 기록된 종이를 스캔하면서 뒷면을 놓쳤다는 것이다. 앞장에는 접수 항목이 있었고 뒷장에는 실제 확인자의 서명란과 반환 사유를 적는 칸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업체에 실물 원본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으므로 스캔본만으로 빈칸을 채우지 않아도 됐다. “왜 뒷면을 빠뜨렸을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기계가 자동으로 양면을 읽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담당자가 단면 스캔을 골랐을 수도 있겠죠.” “그런 사소한 문제로 또 몇 달이 늘어났네요.” “어쩌면 반대로 단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원본이 있다면 누군가 뒷면을 알고도 제외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오선영에게 전달한 내용은 그 가능성이 전부였다. 나는 지난번 2025년 8월 25일 출력기에서 두 번째 장이 걸렸던 일을 떠올렸다. 서로 다른 해의 사건에서 같은 종류의 누락이 나타났다고 해서 같은 범인이 조작한 건 아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 이런 누락을 노리기 좋은 구조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배은정은 그날 익명 자료의 실물 여부보다 동생의 추모식 날짜를 정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사건이 해결된 뒤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가 그런 권리를 가졌느냐고 묻고 싶었다. 대신 그녀가 원하면 사건과 관계없이 동생을 기억할 시간을 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수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날짜를 전부 빼앗아서는 안 됐다. 밤에 익명 발신자가 다시 메일을 보냈다. 서랍 사진의 오른쪽 아래를 확대한 이미지였다. 이번엔 영수증처럼 보였던 종이에 ‘반환’이라는 글씨가 일부 보였다. ‘돌려보냈다고 했습니다.’ 나는 2025년 배정우가 반송 의견을 남겼다는 기록을 떠올렸다. ‘아직 완료라고 답하지 마세요.’ 그리고 2026년 미전송 음성의 ‘돌려보내’라는 소리. 세 개를 합치면 너무나 그럴듯한 이야기가 됐다.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영수증 뒷면의 날짜와, 반송 의견과, 죽기 직전 누군가가 한 말이 모두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는 증거가 없었다. 한유리가 말했다. “이번에는 독자가 화내겠네요. 언제까지 모른다는 말만 할 거냐고.” “모르겠다는 말 뒤에 무엇을 확인했는지도 보여주면 됩니다.” 그날 우리는 하나를 확인했다. 두 사람이 해야 할 서류함 확인을 한 사람에게 넘기는 관행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던 누군가가 일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아직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확인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혼자 떠안게 만든 결정이 있었다. 결정의 주체를 찾는 일은 다음 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이 헛되지는 않았다. 막연한 ‘대리 인수’가 실제 직원의 업무 방식이라는 현실을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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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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