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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48화
PAYLUA ORIGINAL · 제148화

148화. 내 이름으로 한 신청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933자

오프라인 책장
박혜림은 면접에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웃지 못했다고 했다. 회사에서 추가로 요구한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이전 회사의 허위 방문 예약에 관한 소명 자료였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기록을 설명하느라 다시 하루를 쓰게 됐다. 2027년 3월 24일 수요일 오후, 그녀는 내 사무실에서 그 기록을 펼쳤다. “이번에는 제가 먼저 가져왔어요. 제 이름으로 된 자료니까 제가 어떤 부분을 공유할지 결정하려고요.” 나는 파일을 받아 바로 열지 않았다. “보여주셔도 되는 범위인지 확인해보셨습니까?” “네. 다른 사람 정보는 가렸어요.” 박혜림의 얼굴에는 며칠 만에 처음 보는 단단함이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이용해 시각을 바꿔놓았지만, 그녀는 실제 면접을 포기하지 않았다. 잘못된 기록을 정정하고, 새로운 회사에 사실을 설명하고, 자신이 일할 기회를 지켰다. 허위 방문 신청은 3월 14일 오후 네 시로 돼 있었다. 취소 기록도 같은 날 남아 있었다. 작성자는 고객용 예약 화면의 공용 신청자 코드였다. 신청한 사람의 본인 확인이 철저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누구든 일부 정보만 알면 타인의 이름으로 방문 예약을 만들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면 범인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인가요?” “예약 코드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청 시각, 확인 메시지 발송 경로, 취소 화면 사용 기록을 비교할 수는 있겠죠.” “그거 확인해도 저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요?” 나는 대답을 서둘러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중에 같은 일이 반복됐을 때, 박혜림 씨가 직접 신청한 게 아니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가 했는지 확인되면 정식으로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되겠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전 그냥 일하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수사는 문제를 찾아내는 일이다. 피해자에게 문제는 대개 수사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서류를 고치는 일만으로 일자리가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한유리는 그날 예약 서비스 업체의 공개 약관을 조사했다. 입력값 확인과 신청자 인증에 대한 문구가 달랐다. 이름과 전화번호가 일치한다고 해서 실제 신청자가 본인임을 입증하지 않는 구조였다. 우리는 원본 예약 기록을 확보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박혜림의 동의를 받아 공식 이의신청 경로만 안내했다. 저녁에 박혜림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제 소명서를 받아줬어요. 입사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대요.” 나는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 조사관님.” “네.” “이 일 끝나면 제 이름도 사건에서 빼주실 수 있나요?” 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임의로 경찰 기록을 삭제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내게 수사기록을 없애달라고 한 게 아니었다. 언제까지나 누군가 만든 사건의 한 사람으로 불리지 않고 싶다는 말이었다. “공개 자료와 제가 작성하는 기록에서는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이름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고맙다고 했다. 오후 늦게 박혜림은 자신이 작성한 정정 요청서의 사본을 다시 가져왔다. 이번에는 서류에 적힌 ‘처리 완료’라는 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저는 아직 피해가 끝나지 않았는데 완료라고 하네요.” 문구를 읽어보니 예약 서비스 업체가 이의신청을 접수했다는 뜻이었다. 문제 해결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예전에도 이런 말 때문에 사람이 실질적 동의를 한 것처럼 보이게 된 적이 있었다. “접수가 완료됐다는 뜻일 겁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그렇게 써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박혜림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물어보려고요. ‘접수 완료’인지, ‘처리 완료’인지.” 나는 그녀에게 정정 요구 문장을 함께 검토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쓰고 싶다고 했다. 대신 오해를 부를 표현이 있는지만 마지막에 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녀가 적은 문장은 간단했다. ‘본인은 방문 예약을 신청하거나 취소한 사실이 없습니다. 귀사는 접수 및 조사 상태를 구분하여 통지해주십시오.’ 나는 두 번째 문장의 호응만 고쳐주었다. 나머지는 그녀의 말 그대로 두었다. “이런 것도 누군가 대신 써주면 편할 줄 알았는데요.” 그녀가 말했다. “대신 쓴 사람이 또 저 대신 확인했다고 하면 싫을 것 같아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첫 사건기록에서 우리가 반복해서 잃어버린 것을 정확히 짚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과 자기 이름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달랐다. 박혜림이 나간 뒤 한유리는 새로운 회사의 채용 절차에 관한 공개 안내를 확인했다. 회사는 외부 분쟁 자료를 일정 기간 별도로 보관한다고 돼 있었다. 박혜림은 앞으로도 자신이 피해자였음을 설명해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동의 없이 회사에 별도 자료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끝난 건 아니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한유리는 기사 초안에서 박혜림의 면접 회사와 날짜를 지웠다. 사건을 설명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또 다른 추적의 길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 나도 그녀가 그 결정을 바꿔달라고 할 필요가 없었다. 밤에 오선영에게 연락이 왔다. 방문 예약 시스템에서 사용된 공용 신청자 코드가 과거 서진혁의 가짜 인수 확인서가 발송될 때 이용된 고객 응대 코드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코드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같은 사람이 썼다고 할 수는 없었다. 서로 다른 서비스가 같은 외주 인증 모듈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 “그 두 건이 연결되는지 확인 중이야.” “또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겠군요.” “그래. 하지만 같은 모듈의 인증 결함을 이용했다는 건 중요한 단서야.” 나는 그 말을 기록했다. 이때까지 모든 사건에서 가장 불편했던 건 누군가의 실수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시스템의 결함을 바로잡으면 다음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업체에 직접 항의하지 않았다. 수사관의 확인과 박혜림의 요청 범위를 넘는 말을 하면 또 다른 오해를 만들 수 있었다. 대신 그녀가 동의한 범위에서 시스템 개선 요구 사항을 문장으로 정리했다. ‘방문 신청 시 본인 확인 절차 강화. 신청과 취소 주체의 구분 보존. 허위 예약 피해자의 정정 경로 마련.’ 한유리는 그 세 문장을 보더니 물었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제도가 나아지는 게 먼저일 때도 있나요?” “둘 다 필요합니다. 오늘 피해를 입은 사람이 내일 같은 피해를 안 겪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날 밤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박혜림의 이름이 없었다.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동안 당신의 이름은 누가 보호합니까?’ 아래에는 서진혁 명의의 새로운 신청 번호가 있었다. 신청일은 오늘, 시간은 오후 6시 52분. 나는 그 시간에 박혜림의 확인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기록 속에서는 직접 하지 않은 일을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공식 창구의 접수 여부부터 확인했다. 번호 형식은 맞아 보였지만, 실제 등록 건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짜 번호에 놀라 움직이는 것이 상대가 원하는 행동일 수도 있었다. 수첩에 적었다. ‘내 이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내 이름이 적혔다고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 그날 오후의 마지막 확인은 내 이름으로 접수됐다는 새로운 신청 번호였다. 공식 창구에 확인하자 형식만 비슷할 뿐 실제 번호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상대가 허술한 모방을 했다고 생각하다가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어쩌면 내가 확인 전화를 걸어 누군가의 이름을 드러내기를 바랐을 수도 있었다. 한유리가 물었다. “이번에는 안 놀라셨네요.” “놀랐습니다. 다만 놀랐다는 이유로 남이 만든 기록을 사실로 만들 수는 없죠.” 나는 문의 내용과 회신 시각만 남겼다. 이번에 상대가 실패했다면, 그 실패는 내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평범한 절차가 앞으로도 지켜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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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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