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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47화
PAYLUA ORIGINAL · 제147화

147화. 두 번째 잘못된 첨부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34자

오프라인 책장
명단을 잘못 보낸 사람은 오선영의 후배였다. 이번에는 정민규가 아니었다. 2027년 3월 23일 화요일 오전, 인천의 잠금장치 관련 사실 확인을 맡은 수사관이 관리업체에 질의서를 보냈다. 내부 자료가 아닌 업체용 질문지였지만, 첨부파일에는 참고인 두 사람의 실명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삭제할 수 있었던 정보였다. 첨부를 다시 확인하는 데 몇 초면 충분했을 것이다. 오선영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회신 받기 전에 발견해서 정정하려고 했는데 이미 열람했어.” “업체 쪽에서 누가 읽었습니까?” “공식 창구 담당자 한 명과 전달받은 관리자 한 명이 확인했어. 그 외 전달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명단이 밖으로 나갔습니까?” “아직 확인 안 됐어.”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 사건에서 누군가의 게으름과 실수는 늘 다음 일의 출발점이 됐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오후 두 시, 답이 왔다. 참고인 중 한 사람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경찰이 당신을 배정우 사건의 핵심 목격자로 적어놨다’는 말과 함께, 자기 회사에 불리한 진술을 하면 고용 계약을 검토하겠다는 협박이었다. 나는 전화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체에서 유출한 겁니까?” “그걸 지금 확인 중이야.” 오선영이 말했다. “질의서 외에도 그 이름을 알 수 있었던 사람은 있을 수 있어. 전화가 왔다고 곧바로 같은 경로라고 단정하지 마.” 그녀의 말이 또 맞았다. 그러나 누설된 실명을 받은 쪽이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한유리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도록 취재 내용을 정리했다. 온라인에선 이미 사건 당사자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협박의 구체적 문장을 기사로 옮기는 것조차 조심했다. 그 문장을 그대로 쓰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참고인의 직업과 소속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욕을 먹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알 권리와 사람을 찾아가 괴롭힐 권리는 다릅니다.” “그런 말이 통할지는 모르겠네요.” “통하도록 우리가 먼저 구분해야죠.” 그날 저녁 정민규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새로 잘못 전달된 명단과 자신이 과거에 가림 처리하지 않았던 자료를 비교하고 있었다. “제가 예전에는 제 보고서를 고치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 이후에 이미 나간 복사본들이 남아 있었죠.” “네. 하나만 고치면 다른 데서 예전 문구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배포 경로를 같이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는 말을 잠시 멈췄다. “후배가 실수한 걸 제가 대신 덮어주면 안 되겠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그 후배에게 확인되지 않은 유출까지 모두 떠넘겨서도 안 되겠죠.” “그 둘을 구분하는 게 어렵네요.” “어려워도 해야 합니다.” 정민규는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업무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적어도 모르겠다는 말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실명이 노출된 참고인 중 한 사람이 오선영에게 정식으로 협박 사실을 알렸다. 회사의 단기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관리자가 일정을 바꾸면서 ‘괜한 문제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말 자체는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따져봐야 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는 몇 달의 생활비가 걸려 있었다. 나는 이름을 듣지 않기로 했다. 조사에 필요한 정보는 수사관이 다루고 있었다. 내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만큼 하나의 비공식 보관처가 늘어나는 셈이었다. “정보가 필요한 순간에 거절하는 것도 어렵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알아야 할 이유가 없으면 굳이 받지 않는 게 안전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제가 취재를 안 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요. 필요한 정보를 정당하게 취재해야죠. 다만 누구를 위한 질문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겠죠.” 오후 다섯 시, 정민규가 정정 문서의 배포 현황을 보고했다. 잘못된 첨부를 열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료를 더 전달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다른 사람은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내부 법무 담당자에게 넘겼다고 했다. 법무 담당자가 외부에 보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유출 경로가 하나 더 생긴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확인한 거죠. 저는 지금도 누가 외부로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말을 조심했다. 과거에는 빠진 이름을 추정으로 채우곤 했다는 고백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모른다고 적는 일이 그에게 더 큰 용기였을 것이다. 오선영은 후배 수사관에게 실수를 바로 보고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 교육과 공식 경위서 작성은 별도로 진행했다. 잘못을 인정했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잘못을 감추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들면 다음 사고는 더 커질 수 있었다. 한유리는 나중에 그 말을 기사로 쓰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경찰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감싸는 글이 아니라, 실수와 은폐, 유출을 이용한 협박을 각각 분리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녀가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때 실명이 노출된 참고인으로부터 익명 쪽지가 왔다. ‘제가 그날 건물 문을 봤다고 하면 계약이 연장된다고 합니다.’ 누가 말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그 내용이 사실인지도 모르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누군가는 단지 실수를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틈을 벌려 거짓 진술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오선영에게 원본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녀는 참고인의 진술 안전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의 이름도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다. 상대가 그 이름을 듣고 있었다면, 침묵이 지금은 가장 필요한 보호일 수 있었다. 밤 8시 40분, 익명 메일이 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명단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수사는 다시 늦어지겠군요.’ 첨부된 것은 오늘 질의서의 첫 페이지였다. 실명 두 개는 검은색 사각형으로 가려져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익명 발신자가 자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 사본이 내부에서 나온 것인지, 업체에서 나온 것인지, 혹은 누군가 실명 없는 템플릿을 별도로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검은 칸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했다. 실제 누설된 파일에는 이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오선영에게 원본 메일을 전달했다. 그녀는 한참 뒤 연락했다. “이 그림, 우리 파일하고 문서번호 위치가 달라.” “편집본입니까?” “그럴 수 있지. 다만 원본을 변형한 건지, 비슷한 양식을 만든 건지는 더 확인해야 해.” 상대가 진짜 유출 자료를 갖고 있다면 굳이 잘못된 모양의 문서를 보낼 이유가 없었다. 반대로 실제 파일을 얻지 못했기에 모양을 흉내 낸 것이라면, 상대도 이 수사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나는 갑자기 처음으로 적의 한계를 느꼈다. “선배. 이 사람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뭔데?” “명단이 잘못 나갔다는 사실은 알지만, 우리가 어느 버전으로 정정했는지는 모를지도 모릅니다.” 오선영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 누가 어느 버전을 받았는지부터 대조해보자. 다만 함정이라고 부를 만한 무리한 조치는 하지 않을 거야.” “동의합니다.” 상대는 우리가 허둥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수를 한 사람과 그 실수를 이용한 사람이 서로 다른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처음으로 우리 쪽에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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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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