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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38화
PAYLUA ORIGINAL · 제138화

138화. 네 시의 방문자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650자

오프라인 책장
익명 발신자는 이번에는 미래 날짜를 쓰지 않았다. 대신 오늘 오후 네 시에 누군가가 잘못된 장소로 갈 것이라고 했다. 2027년 3월 14일 일요일 오전 10시 22분, 내 메일에 도착한 문장이었다. ‘박혜림은 오늘 16:00까지 새 면접 장소에 도착할 겁니다.’ 나는 온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박혜림은 실제로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내가 알지 못했다. 누군가 그녀의 일정을 외부에서 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었다. 아니면 공개된 채용 일정을 조합한 말일 수도 있었다. 나는 박혜림에게 바로 전화하지 않았다. 익명 발신자가 내 연락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 통화 자체가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었다. 먼저 오선영에게 원본을 전달하고, 실제 안전 위협이 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오선영은 열한 시쯤 전화를 걸었다. “박혜림 씨가 예약한 면접 시간은 네 시가 아니야.” “그럼요?” “오후 두 시래. 회사도 공식 안내를 다시 보내줬고. 다만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 “뭡니까?” “어제 모르는 번호로 면접 시간이 바뀌었다는 문자를 받았대. 네 시라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대가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미래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박혜림이 가짜 안내를 믿으면 실제 면접을 놓친다. 그 결과를 사후에 ‘예언’이라 부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박혜림은 움직이지 않았다. 회사의 공식 채용 창구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또 실패했군요.” 내가 말했다. “그래. 근데 상대가 실패했다고 우리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야.” 선영은 단호했다. “이번에는 박혜림 씨가 제때 확인한 거지.” 정확히 오후 두 시, 박혜림은 면접 장소에 들어갔다. 나는 그 사실을 한참 뒤 그녀의 메시지로 알았다. ‘면접 보고 나왔습니다. 이번엔 시간을 빼앗기지 않았어요.’ 그 짧은 문장을 읽는 동안 내가 지난 몇 달 동안 수집했던 수많은 문서가 떠올랐다. 좋은 결말이란 반드시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만은 아니다. 누군가 자신에게서 빼앗기려던 하루를 지켜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후 네 시에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박혜림의 옛 근무처에 그녀가 출근한다는 허위 안내가 전달됐다. 회사 경비실이 예전 출입증 기록을 찾으려 했고, 임시 직원이 ‘오늘 방문 예정’이라는 항목을 근태 시스템에 입력했다. 문서에는 ‘본인 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박혜림 씨가 그런 요청을 한 적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없어.” 오선영이 대답했다. “그런데 누군가 회사 내부 업무 규칙을 이용해서 예약을 넣은 것 같아. 자료 확인 중이야.” 상대는 면접을 놓치게 하는 계획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그녀가 옛 회사에 돌아간 것처럼 기록을 만들었다. 또는 처음부터 양쪽 결과를 모두 준비했을 수 있었다. 박혜림이 네 시에 실제로 움직이면 ‘예고 적중’, 움직이지 않으면 ‘출입기록상 방문’으로 남길 수 있는 구조였다. 나는 그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함부로 단정하지 않았다. 근태 시스템에 입력한 사람이 가짜 문자를 보낸 사람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 선의로 일정을 정리하다 혼동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각에 두 개의 잘못된 일정이 생긴 것은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한유리는 내 설명을 듣고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떤 걸 기사로 써야 하죠?” “예언이 틀렸다는 것보다, 잘못된 안내를 믿지 않아서 면접을 봤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 사람 이름은 빼고요?” “그게 좋겠습니다. 다시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기사 쓰는 건 제가 결정한다니까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방향으로 쓰고 싶네요.” 저녁에는 박혜림이 내게 다시 전화했다. 면접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묻지 않았다. 대신 옛 근무처에서 그녀에게 ‘방문 신청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했다. “제가 신청한 게 아니라니까요. 왜 제가 취소해야 하죠?” 나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회사가 편의를 위해 본인 취소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면 실제로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신청했다는 모양새가 남을 수 있었다. “방문 신청을 한 적 없다는 사실을 먼저 공식으로 남기세요. 취소를 할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이제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전에 그걸 몰라서 다 제 책임이 됐거든요.” 그녀는 오늘 정말로 달라져 있었다. 악인이 계산하지 못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의 학습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보낸 안내문을 믿을 수밖에 없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기록으로 남기고 있었다. 밤 10시, 오선영이 수사팀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줬다. 박혜림의 허위 방문 예약은 구형 방문 관리 도구의 ‘신청 대기’ 상태였다. 실제 출입 기록은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그 상태를 ‘방문 완료’로 요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담당자는 본인 확인이 없다는 이유로 완료 처리를 막았다고 했다. “그 담당자 이름이 뭐예요?” 내가 물었다. “왜?” “그 사람한테 잘했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그 말은 내가 할게.” 나는 웃었다. 그날 오후의 실패가 실제로 어떤 손실을 남겼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회사는 허위 방문 신청을 처리하는 데 인력이 들었다고 불평했고, 박혜림은 새 고용처에 해명해야 했다. 누군가의 장난이었다고 해도 시간과 신뢰가 소모된 것은 사실이었다. 박혜림은 내가 대신 통화하겠다고 하자 거절했다.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신청하지 않았는데 누가 대신 취소할 수도 없다는 걸 직접 말할 거예요.” 그녀는 구형 출입 관리 도구의 화면을 보고 담당자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 누가 신청했는지, 본인 확인 절차가 있었는지, 취소 기록을 남길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처음 담당자는 “방문하지 않으셨으니 문제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고 했다. “안 간 건 제가 선택한 사실이고, 예약이 있었다는 건 누군가가 만든 기록이잖아요.” 그 말에 담당자는 안내문을 다시 살펴보고 공식 처리 상태를 확인해 주기로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가 더 이상 내 도움으로만 지켜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이런 변화는 상대의 예측에 없었을 수 있다. 처음에는 협박에 가까운 안내문 하나만 보내면 사람이 움직였다. 이제는 같은 문장을 보낼수록 사람들이 출처를 확인하고, 그 확인이 새로운 기록을 남긴다. 상대가 얻는 정보도 늘지만, 상대에게 불리한 증거도 늘어난다. 밤 11시 47분, 익명 메일이 도착했다. ‘박혜림은 네 시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 아래에는 더 짧은 문장이 있었다. ‘대신 누군가가 제 대신 방문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나는 손을 멈췄다. 회사가 완료 처리를 막았다는 사실과 달리 취소 기록은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익명 발신자가 그 기록을 어떻게 알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내부 사용자가 작업한 것인지, 외부에서 상태를 조회했는지, 아니면 예상한 문장을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메일을 보존해 선영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수첩에 적었다. ‘박혜림은 면접에 갔다. 실제 출입은 없었다. 방문 신청 취소를 누가 했는지는 미확인.’ 이날은 누군가가 계획한 최악의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계획이 실패한 뒤에도 기록을 조작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다. 미래를 바꾸는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기록을 고치는 사람도 한 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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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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