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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39화
PAYLUA ORIGINAL · 제139화

139화. 잠기지 않은 문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46자

오프라인 책장
인천 건물에는 출입기록이 없었다. 그러나 방문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흔적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2027년 3월 15일 월요일 아침, 오선영은 배정우 자택 건물의 공용 시설 점검 자료를 대조한 결과를 설명했다. 2026년 11월 3일 오후 7시 18분, 두 번째 잠금장치 신고가 접수됐던 바로 그 시간 이후로 관리업체의 전화 상담 기록에는 ‘방문 확인’이라는 말이 남아 있었다. “그럼 누군가 실제 방문했다는 겁니까?” “아직은 아니야. 직원이 방문이 필요한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썼을 수도 있어.” “전화 상담에서 한 말입니까?” “그래. 그 문장을 누가 입력했는지도 확인 중이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기록이 나타날 때마다 정보가 늘어나는 것 같다가도 실제로는 질문만 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 관리업체가 음성 상담을 녹음하는 업무라면 기록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선영은 내가 말하기 전에 덧붙였다. “녹음 보존 기간도 확인 중이야. 네가 업체에 직접 전화해서 달라고 하지 마.” “예.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번엔 진짜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내가 무언가를 빨리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쉽게 선을 넘으려 했는지 아는 사람의 경고였다. 오후에는 한유리가 작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왔다. 11월 3일 현장 부근에서 배달을 마친 직원이 배송 앱에 남긴 공개 가능한 사진이었다. 건물 출입구의 바닥과 공동 우편함 일부가 찍혀 있었다.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중요합니까?” 내가 물었다. “배경에 붙은 점검 안내문을 보세요.” 종이에는 ‘자동문 간헐 불량, 손으로 당겨 닫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는 11월 3일이 아니었다. 그 전주에 붙인 안내문이었다. “그럼 그날 처음 고장 난 게 아니었군요.” “맞아요. 최소한 그 이전에도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죠. 날짜가 실제 부착일인지는 확인해야 하지만요.” 나는 점검 안내문이 언제 붙었는지 조사할 수 있는 공식 경로를 선영에게 전달했다. 사진 자체는 공개된 게시물에서 나온 것이지만, 범행 증거로 쓰려면 원본 확인과 취득 경로를 따져야 한다는 것도 알렸다. 점심 무렵 배은정이 전화했다. 그녀는 경찰이 자신의 동생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변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냈다는 사실이 힘들다고 했다. “동생이 범인이라는 사람들은 이제 죽었다는 이유로 도망갔다고 말해요.” “그런 표현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 죽은 이유를 알려주세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직 확정된 사망 원인과 관련 경위를 제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공식 설명을 요청하실 권리는 있습니다.” “저도 알아요. 그런데 제가 이제는 어떤 말을 들어도 동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전화기 너머에서 울음을 기다렸다. 서둘러 위로하지 않았다. 오후 세 시, 정민규는 관리업체의 첫 번째 고장 신고 번호와 두 번째 고장 신고 번호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발급된 것임을 찾아냈다. 전자는 전산 접수번호이고 후자는 개인 메모 번호였다. 처음 보고서는 둘이 다른 접수라고 쓰지 않았다. 정민규가 정정하면서 수사팀이 두 기록을 별도로 확인하게 됐다. “한 사람의 신고일까요?” 내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몰라.” 선영이 말했다. “번호가 다르다는 사실만 확인한 거야.” 나는 수첩에 두 개의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큰 괄호로 묶지 않았다. 저녁 무렵 최명환에게서 공식 서면이 들어왔다. 그는 2026년 11월 3일 배정우와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후 5시 56분에 회의 취소를 입력했다는 자료를 다시 첨부했다. 그러나 배정우의 휴대전화에는 기존 일정 알림이 남아 있었고, 취소 메시지를 실제로 읽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한쪽이 거짓말일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둘 다 자기 기록 안에서는 맞을 수도 있습니다. 회의 취소를 했어도 상대가 못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실제 만남은 어떻게 확인하죠?” “그건 수사팀이 다른 자료로 확인해야겠죠.” 나는 말하면서도 답답했다. 진짜 중요한 한 사람의 이동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밤 8시, 오선영이 전화했다. “진혁아. 11월 3일 인천 건물 주변에서 확인된 사람 이동이 하나 있어.” 나는 숨을 멈췄다. “누굽니까?” “아직 특정할 수 없어. 그런데 공용 출입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의 존재가 인근 시설의 기록과 맞을 가능성이 있어.” “얼굴이 찍혔습니까?” “아니. 출입문에 접근했다는 정황 정도야.” “시간은요?” “사망 발견보다 앞서. 정확한 시간은 자료의 시계가 맞는지 검증 중이야.” 나는 시계를 보았다. 8시 14분. 우연히 손목에 14라는 숫자가 떠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의미도 붙이지 않았다. 선영은 덧붙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들어갔다고 확정할 수도 없어.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섰을 수도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지는 못하겠지만. 한유리는 사진을 보낸 배달 직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직원은 문 앞 안내문을 보고도 특별히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날도 여러 곳을 배송했고, 대부분의 현장에는 고장 안내문이나 출입 주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는 이후 누군가 그 사진을 범행 현장 자료라고 불렀다는 말을 듣고 겁이 났다고 했다. “저도 그 사진을 잘못 읽으면 저분이 범인을 본 사람처럼 되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을 검증하기 전엔 기사에 쓰지 않기로 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의 존재와 사진이 의미하는 바 사이에는 아직 큰 거리가 있었다. 저녁에 오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금장치 점검 안내문이 붙은 시각은 당시 건물 관리자의 업무 메모에 남아 있었다. 실제로 부착했는지, 이후 떼었다가 다시 붙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장이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수일간 반복된 문제일 수 있다는 정황은 추가됐다. “그럼 누가 그 틈을 알고 있었을까요?” 내가 물었다. “그 건물에 사는 사람도, 배송하는 사람도, 관리업체 직원도 봤을 수 있어.” “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군요.” “그래. 그리고 알아봤다고 실제 이용했다는 뜻도 아니지.” 나는 그날 읽은 모든 자료를 접으며 두 문장만 남겼다. 문은 완전히 잠기지 않았을 수 있다. 사람은 문 앞에 있었을 수 있다. 두 문장을 붙여 ‘사람이 들어왔다’고 쓰지는 않았다. 그 순간 익명 메일이 왔다. 이번에는 그림이 아니라 길게 적힌 문장이었다. ‘그날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나는 곧바로 선영에게 알렸다. 그 문장은 아직 밖에 알려지지 않은 접근 정황을 알고 쓰였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고장 난 출입문에 관한 공개 글을 읽고 만들어냈을 수도 있었다. “문을 두드렸다는 건 기록에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없어. 아직.” “그럼 이건 사실이 아니군요.” “아니. 확인되지 않은 거지.” 그녀는 늘 내 말에서 한 단계를 멈춰 세웠다. 나는 이메일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의 문장을 수사 자료와 대조하되, 문장을 따라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누군가 문 앞에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도 그 사람이 배정우를 만났는지, 배정우가 살아 있었는지는 아직 몰랐다. 새벽에 배은정이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도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답했다. ‘언제든 질문하셔도 됩니다. 제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없는 목격자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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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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