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규는 자신의 보고서를 두 번 고쳤다.
첫 번째는 오탈자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빠뜨렸던 한 문장 때문이었다. 그 한 문장이 수사를 완전히 뒤집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감추려 했을지도 모를 틈을 드러냈다.
2027년 3월 12일 금요일 오전, 나는 오선영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인천 건물의 잠금장치 고장 신고가 실제로는 두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오후 4시 6분, 두 번째는 7시 18분. 두 번째 신고는 당직자의 개인 메모에만 남아 있었고 전산 접수로 올라오지 않았다.
“왜 누락됐습니까?”
“당직자가 다음 날 아침 한꺼번에 입력하려고 했대. 그 사이에 교대했고.”
“그럼 고장 난 줄 알고도 수리를 안 했다는 겁니까?”
“사람을 보내려 했지만 야간 기사 배정이 안 됐대. 지금 업체 자료로 확인 중이야.”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작은 게으름 하나 때문에 누군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생겼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 직원이 배정우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출입문이 열려 있었는지, 누군가 들어왔는지, 배정우가 살아 있었는지 모두 따로 확인해야 했다.
“민규가 발견했어.” 선영이 말했다.
“뭘요?”
“당직 메모에 적힌 번호를 전산 기록과 대조하다가 두 번째 신고를 찾았어.”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과거 경찰 연락을 회사에 흘리게 만들었던 정민규. 개인정보를 제대로 가리지 못했던 정민규. 그가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빠진 기록을 찾아냈다.
“잘했네요.”
“그래. 그런데 처음 보고서에는 첫 번째 신고만 적었어. 수사팀이 그걸로 판단했으면 두 번째 연락의 의미를 놓쳤겠지.”
“그래도 수정한 거 아닙니까?”
“수정했지. 그리고 왜 놓쳤는지도 적었어.”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사람은 실수를 숨기기 위해 또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정민규는 적어도 이번에는 그 길로 가지 않았다.
점심 무렵 내 휴대전화로 알 수 없는 문자가 왔다. ‘인천 공동현관 2차 접수 제보자 확인. 회신 시 방문자 신원 제공.’ 링크 하나가 붙어 있었다. 나는 열지 않았다. 문자에는 어떤 공식 기관명도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수사 기록을 내가 먼저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대신 오선영에게 문자의 수신 시각과 내용만 알렸다. 그녀는 비슷한 문자가 관리업체 직원에게도 갔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오후 세 시, 한유리가 전화를 했다. 관리업체 당직 직원의 이름이 어느 커뮤니티에서 공개됐다. ‘정민규가 놓친 2차 신고’라는 제목이었다. 정민규가 발견한 내용을 누군가 정민규의 실수처럼 바꿔 올렸다.
“이제는 잘한 일도 거꾸로 쓰네요.” 내가 말했다.
“이름이 있으면 더 잘 팔리니까요.”
“그 게시물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있습니까?”
“누가 처음 공유했는지 찾는 중이에요. 하지만 추적했다고 바로 범인이라고 쓰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는 스스로 약속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정민규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다. 이미 업무상 부담이 큰 사람에게 나까지 새로운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 대신 오선영에게 수사팀 내부의 정정 경로가 외부에 나가는 일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저녁 백이준이 다른 사안을 전달했다. 화진모빌리티에 잘못 들어간 ‘서진혁 검토 완료’ 자료의 정정은 접수됐다. 그런데 접수 담당자는 정정 파일을 예전 사건번호에 붙이는 과정에서 하나를 다른 분쟁의 보조자료로 분류해버렸다. 그러면서 박혜림의 이의신청이 또 한 번 처리 완료처럼 보였다고 했다.
“누가 그랬습니까?”
“담당자 이름을 먼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접수 상태와 수정 경로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화를 참았다.
“당사자에게 피해가 생겼는데, 또 내부 절차를 이유로 기다리게 하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정정이 전달됐는지 확인 가능한 접수증을 보내겠습니다.”
백이준은 대꾸하지 않고 실제로 접수증을 보내왔다. 나는 박혜림이 직접 그 문서를 받도록 안내했다. 정정 접수증을 가진 사람이 더 이상 나와 회사 사이에 끼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박혜림은 전화로 말했다.
“이제야 제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네요.”
“늦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누가 무엇을 했는지 물을 수 있겠어요.”
그녀가 웃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오랫동안 듣지 못한 웃음이었다.
밤 8시, 오선영은 잠금장치 두 번째 신고가 있던 7시 18분 이후의 점검 기록 일부를 확보했다고 했다. 당직자는 출입문이 닫힌 상태를 확인했다는 짧은 메모를 남겼다. 문제는 그 메모에 ‘잠금 확인’이라는 항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문이 닫혀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잠긴 것은 달랐다.
“그때 직원이 문을 확인했다는 뜻은 맞겠군요.”
“닫혀 있는 걸 봤다는 말은 맞지. 제대로 잠겼다는 건 아직.”
나는 두 문장을 나란히 적었다. 그 차이는 한 번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장의 바쁜 직원에게는 두 가지가 같은 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오후 열 시쯤, 정민규가 오선영을 통해 자신의 정정 보고서에서 확인된 내용만 내게 알려줬다. 두 번째 신고는 건물 관리자의 연락처로 접수됐고, 신고자는 관리자의 번호가 아니라 별도의 번호를 사용했다. 실제 신고자를 특정하는 조사는 진행 중이었다.
나는 그 번호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 그 번호를 낚시 문자에 쓰려고 할지도 모른다.
한유리는 마지막 통화에서 나를 놀라게 했다.
“진혁 씨, 이 사건의 악인은 늘 똑똑해 보이네요.”
“그래야 무섭죠.”
“근데 안 그런 순간도 있을 거예요. 저렇게 많은 허점을 이용하려면, 본인도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지 않겠어요?”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사람들의 실수를 이용하는 자 역시 사람이다. 누군가의 게으름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오늘 밤 한 번 더 보고서를 고칠 줄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정민규가 정정한 보고서는 두 번째 신고를 표에 올렸다. 그래서 누군가가 처음 신고만 이용해 만들려던 이야기는 이제 그대로 유지될 수 없었다.
정민규가 보고서를 고친 뒤에도 문제가 하나 남았다. 원본을 받은 곳 중 두 군데에는 정정 표시가 도착하지 않았다. 수사팀 내부 공유 문서에는 ‘전달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송을 마쳤다는 뜻이었고, 수신처가 새 문서를 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선영은 누락된 수신처를 다시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이번에는 이전 파일을 덮어쓰지 않고 정정 이유를 따로 붙였다. 정민규는 예전 방식대로 “같은 제목으로 다시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묻다가 스스로 말을 멈췄다고 했다. 같은 제목은 다시 혼동을 낳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후배의 변화에 잠시 안도했다. 실수한 사람이 또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같은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저녁 늦게 관리업체 당직 직원이 법률 상담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자신이 잠금장치 고장을 바로 올리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는 글이 퍼졌기 때문이다. 아직 범인의 출입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조사를 피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 그것이 수사에 또 다른 어려움을 만들 수 있었다.
오선영은 관계인의 안전과 적법한 절차가 먼저라고 했다. 나는 그 직원에게 사실을 숨기지 말라고 말하러 찾아가지 않았다. 누군가의 죄책감을 자극해 진술을 얻는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새벽에 익명 메일이 왔다.
‘수정한 사람은 언제나 원본보다 늦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답장을 쓰고 싶지 않았다. 늦게 수정하더라도 현실에서 누군가의 잘못된 의심을 멈출 수 있었다. 정민규가 그것을 해냈기 때문이다.
수첩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늦었다는 것과 쓸모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제13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