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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35화
PAYLUA ORIGINAL · 제135화

135화. 반송이라 적힌 음성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920자

오프라인 책장
배정우의 마지막 말은 우리가 생각한 문장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마지막 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복원된 음성 초안에 무엇이 들리는지는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누구도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그 원칙을 가장 먼저 흔들릴 뻔했다. 3월 11일 목요일, 오선영이 내 사무실을 찾아와 정식으로 설명 가능한 범위의 자료를 보여줬다. 음성 파일에 붙어 있던 ‘반송’이라는 제목은 원래 배정우가 붙였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파일을 마지막으로 동기화한 프로그램도 그 단어를 생성할 수 있었다. 생성 시각은 2026년 11월 3일 사망 발견 전이었다. 다만 파일이 처음 녹음된 시각과 저장된 시각이 같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럼 음성은 들었습니까?” “감정 중이야. 복원본 일부에서 문장이 들리긴 해.” “뭐라고요?” 선영은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 “내가 지금 네게 말할 수 있는 건 문장보다 사실관계야. 음성이 한 사람의 연속 발화인지, 편집된 조각인지 확인 중이라는 거.”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마지막 음성에 손을 뻗었다가 유리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만 적용되는 벽이 아니었다. 배은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유족보다 먼저 음성을 해석할 권리를 내가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럼 다른 경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요?”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잘못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하자.” 선영은 2026년 11월 3일 배정우 자택의 출입 확인 기록을 보여줬다. 처음 자료에는 방문자 출입표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을 읽은 수사 관계자는 방문자가 없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낡은 건물의 출입문이 방문자별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럼 출입 기록이 없다는 건….” “방문자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내가 싸워온 사건의 모든 문제가 한 문장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기록에 없는 것과 실제로 없었던 것을 혼동하는 일. 그녀는 추가로 한 장을 보여줬다. 건물 관리업체가 남긴 점검 접수표였다. 11월 3일 오후, 공용 출입문의 잠금 장치가 간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있었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출입문이 닫히더라도 자동 잠금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들어갈 수도 있었겠군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특정 사람이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어.” “그 신고를 누가 했습니까?” “관리업체가 확인 중이야. 내게도 아직 확정된 건 없어.” 나는 책상 위에 두 장의 종이를 놓았다. 원효로 차량 사진과 인천 건물 출입문 점검표. 둘은 다른 장소, 다른 기록이었다. 누군가 억지로 연결하면 금세 하나의 범행 동선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장 사이에 빈 공간을 남겼다. 오후 두 시, 한유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취재한 관리업체 직원이 11월 3일 출입문 수리를 요청받았지만 실제 작업이 다음 날로 미뤄졌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너무 평범했다. 사람이 부족해서. “그게 사망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고장이 범행의 기회가 됐을 수도 있고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죠.” “그런데 외부에는 ‘잠금장치 고장을 이용한 계획살인’이라는 글이 이미 돌고 있어요.” 나는 전화기를 꽉 쥐었다. 누군가의 느린 수리가 한 사람의 죽음과 연결된 순간, 이제 그날 당직 직원은 평생 자기 손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나는 관련 내용을 오선영에게 전달했다. 수사팀은 관리업체의 접수 기록과 실제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유리는 기사에서 그 직원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그가 어떤 실수를 했더라도 경찰 수사가 끝나기 전에 살인범의 조력자로 만들어서는 안 됐다. 저녁에는 임소율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배정우 씨가 남긴 음성에 제 이름이 있나요?” “저도 내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이 제게 잘못한 일도 있지만, 제가 그 사람을 너무 미워했던 걸까요?” “그걸 제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죽은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미워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네요.” 나는 그 말만 들었다. 그녀에게 화해하라고 권할 생각도, 마음을 바꾸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상처를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로 지우고 싶지 않았다. 밤 여덟 시, 오선영이 짧게 전화를 했다. 기존 확보 자료에서 배정우의 휴대전화가 사망 당일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된 시점 하나를 확인했다고 했다. 단, 데이터 통신 기록이 휴대전화 소유자의 행동과 같지는 않았다. 앱이 자동 동기화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 그 시각이 마지막 생존 시각이라는 뜻은 아니군요.” “맞아. 그렇게 기사에 쓰이면 안 되지.” “왜 저한테 말씀하십니까?” “네가 제일 먼저 그런 기사 제목을 의심할 테니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오래된 보험 조사서 하나를 다시 꺼냈다. 배정우가 2025년 8월 25일 서류를 반송하며 적은 의견에는 “원자료와 월계 내역의 귀속 대상 불일치”라고 쓰여 있었다. 그가 승인서에 이름을 남긴 것도 사실이고, 그 뒤에 반송 의견을 낸 것도 사실이었다. 누군가 그중 하나만 잘라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한유리는 내게 배정우가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게시물의 원문을 보여줬다. 게시물에는 수사 자료가 아닌 과거 정산표 사진이 붙어 있었다. 금액의 단위가 잘렸고, 3억 8천이라는 숫자만 크게 표시됐다. 그 숫자가 무엇을 합산한 것인지 설명하는 하단은 보이지 않았다. “이걸 보고 돈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한유리가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왜 믿죠?” “숫자가 정확해 보이니까요.” 나는 지난해 내 보고서에도 비슷한 실수가 없는지 살폈다. 의심 항목을 표로 묶으면서 그 옆에 적힌 ‘검토 필요’라는 단어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당시에 내가 원본을 다시 정리하지 않았다면 의뢰인이 그 항목을 확정 손실이라고 읽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원칙을 잘 지킨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배은정에게는 그런 게시물을 굳이 다시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이미 확인된 감정 결과를 공식적으로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증명되지 않은 추측을 ‘혹시’라는 말로 전달해 다시 흔들 필요는 없었다. 늦은 밤 내가 사무실 문을 잠그려는데 책상 위의 낡은 통화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2026년 11월 2일, 임소율은 내 첫 전화에서 사건 장소를 듣고 놀랐다. 그때부터 나는 누군가 실제 계획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소율이 알고 있던 것은 살인이 아니라 다음 날의 약속이었다. 발신자가 그 약속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나를 움직일 수 있었다. 배정우의 음성 역시 그가 죽기 전 남겼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누가 어떤 정보를 먼저 확보했는지 다음 표에 표시했다. 죽음에 관한 기록이 많을수록, 죽은 사람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 해석하는 일에는 더 신중해야 했다. 자정이 가까울 때 익명 발신자가 메일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반송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문장 아래에는 음성 파일을 나타내는 작은 파형 그림이 있었다. 나는 재생 버튼처럼 생긴 이미지에 손을 대지 않았다. 실제 파일은 첨부되지 않았다. 누군가 소리의 모양을 그려놓고 우리가 그 안에서 목소리를 듣게 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배은정에게 이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선영에게 원본을 전달했다. 그녀가 유족에게 무엇을 알릴지는 수사 절차에 따라 정할 것이다. 사망자의 음성은 아직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새로 확인한 것은 있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결론은 출입 기록만으로 성립하지 않았다. 자동 잠금 오류는 누군가의 기회를 넓혔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나는 ‘누군가 들어왔다’고 적지 않았다. 수첩에는 이렇게 남겼다. ‘방문 가능성은 열렸다. 방문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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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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