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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닫혀 있던 중지 버튼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57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다섯 장의 종이를 한 줄로 놓았다. 첫 번째는 임소율의 2025년 8월 22일 신고서. 두 번째는 25일 오전 9시 29분의 업무 요청. 세 번째는 9시 41분 출력 명령. 네 번째는 9시 43분 경고 하향 기록. 마지막은 어제 내 이름으로 발송된 가짜 인수 확인서였다. 날짜도 작성자도 다른 문서들이었다. 이 다섯 장을 하나의 범죄 계획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사람의 책임을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 사이의 닮은꼴을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2027년 3월 6일 아침, 오선영이 내 사무실로 왔다. “자료 하나를 확인했어.” 그녀는 곧장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2025년 8월 25일의 시스템 기록을 내가 보는 표 위에 올려놓았다. 업체가 감사용 백업을 재구성하면서 밝혀낸 내용이었다. “예외 처리가 처음부터 승인 상태는 아니었어.” “그럼?” “9시 40분에 조건이 호출됐고, 화면에 ‘첨부 미확인’ 경고가 떴어. 9시 43분에 공용 계정으로 경고 표시만 참고로 낮췄고.” “승인은 따로였습니까?” “그래. 업무 승인 자체는 다른 시스템에 있었어. 그런데 그 시스템이 이 경고 표시를 승인 조건으로 읽고 있었지.”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경고를 낮추는 순간 실제로 승인된 것처럼 처리될 수 있었다는 겁니까?” “일부 대기열이 다음 단계로 이동한 건 확인됐어. 다만 비용 귀속까지 최종 승인됐다는 뜻은 아니야.” 나는 두 손을 맞잡았다. 그 작은 차이가 우리를 몇 달 동안 헤매게 했다. 누군가는 법적 승인을 직접 하지 않아도, 그 승인을 막아두던 표식을 낮추는 것만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9시 43분에 누가 그 표식을 바꿨습니까?” “여전히 공용 계정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하나가 나오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이었다. 선영은 다음 자료를 보여줬다. 그것은 9시 40분 당시 생성된 오류 기록이었다. ‘첨부 2매 중 1매 확인’이라는 경고 아래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검토자 미지정. 다음 단계 전달 금지.’ 이 문장은 두 번째 장의 경고와 같았다. 그런데 9시 43분의 실행 기록에는 그 경고 코드가 일반 참고 문구로 재분류돼 있었다. “누군가는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경고를 낮출 수 있었겠군요.” “그럴 수 있어. 그런데 그전에 이 코드를 누가 확인했는지 기록이 하나 더 나왔어.” 그녀는 손가락으로 9시 40분 52초를 가리켰다. 구형 시스템의 오류 검토 창이 열렸고, 검토자가 실제로 두 번째 장을 화면에 띄운 흔적이었다. 기록에는 개인 이름이 없었다. 공용 단말 식별자만 있었다. “이게 열람 증거입니까?” “화면 호출 증거에 가까워. 사람이 봤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그래도 두 번째 장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틀렸네요.” “그래. 종이로 출력되지 않았을 뿐, 누군가는 그걸 볼 수 있는 화면을 열었어.” 오랫동안 우리의 질문은 사라진 종이 한 장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장이 화면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다. 문제는 그 내용을 경고로 취급하지 않은 채 일을 진행시킨 과정이었다. 나는 그동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 박혜림. 김주하. 권다정. 임소율. 그리고 죽은 배정우. 같은 사건 속에 있지만 모두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잘못된 책임을 떠안았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다. 피해를 하나로 묶는 것도 또 다른 왜곡이었다. 그날 오후, 배은정이 경찰에 맡긴 동생의 휴대전화 관련 감정 결과 일부가 전달됐다. 원본 음성 초안의 작성 시점과 장치 기록에 관한 기술적 의문이 해소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누가 말했는지,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왜 보내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확인 중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음성 제목의 한 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반송.’ 배정우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반송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에게 온 책임을 거절하려 했던 걸까. 어느 쪽이든 그가 죽은 날까지 계속 무언가를 확인하려 했다는 정황은 남았다. 선영이 사무실을 떠난 뒤 나는 2025년의 시간표를 다시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자료가 늘어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빈칸이 누구의 이름인지 궁금했다. 이제는 각 빈칸에 어떤 종류의 사실이 들어갈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권다정에게는 접수 사실, 윤세한에게는 명의상 검토 흔적, 고태원에게는 출력 명령, 김주하에게는 복구 업무 기록, 공용 계정에는 경고 하향 실행. 사람들에게 붙은 역할은 분리돼 있었다. 누구든 그중 한 역할만 맡았을 수도, 여럿을 맡았을 수도 있다. 오늘 확인된 자료는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이 다섯 사람을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실제로 경고를 낮추라고 지시한 사람은 굳이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 중 누군가가 진짜 지시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그 갈림길을 유지하기 위해 표의 끝에 ‘지시 기록 미확보’라고 적었다. 그때 배은정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목소리만 듣고 싶어요.' 나는 한동안 그녀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묻지 못했다. 가족의 슬픔을 사건 해결의 도구로 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정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와 그가 왜 죽었는지는 여전히 별개의 질문이었다. 나는 오선영에게 짧은 문자만 보냈다. ‘배은정 씨에게 새 감정 결과가 나오면 공식 경로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 쪽으로 전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선영은 답했다. ‘알고 있어. 유족이 먼저야.’ 기록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나조차 불필요한 기록의 수신자가 될 수 있었다. 문서를 적게 받는 것 또한 누군가를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었다. 오후 네 시, 고태원이 내게 전화했다. “서 조사관님. 생각났습니다.” “무엇이요?” “2025년 그날, 누군가가 두 번째 장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고 했잖아요.” “네.” “그 사람이 제게 말하기 전에 화면을 보고 있었어요. 제가 종이는 한 장뿐이라고 하니까, ‘화면에는 둘 다 있는데’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얼른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 말을 기억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오늘 회사에서 예전 화면을 보여줬어요. 비슷한 창이었어요. 그걸 보고 떠올랐습니다.” “그럼 화면이 기억을 바꿨을 가능성도 적어 두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기 전 말했다. “저는 그때 두 번째 장을 받지 못한 걸 알면서도 그냥 회의실로 들어갔습니다. 그 일만은 제가 했어요.” 나는 그의 고백에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다만 그가 하지 않은 일을 한 일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여섯 시, 가짜 인수 확인서의 배포가 일부 차단됐다는 연락이 왔다. 협력업체는 자신들이 발송하지 않았다는 확인문을 냈고, 한유리는 서명 이미지의 출처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기 전까지 기사를 내지 않았다. 상대가 이번에는 내 이름으로 ‘검토 완료’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밤 9시 14분, 익명 발신자로부터 새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미래 날짜의 살인사건 보고서가 아니었다. 2025년 8월 25일 9시 40분 52초의 화면 사진이었다. 방금 선영이 보여준 자료와 구성이 비슷했다. 본문에는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장을 읽은 사람은 경고를 무시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그 말을 두 번 읽었다. 경고를 읽은 사람과 실제로 경고를 낮춘 사람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왜 이 사실을 내게 알려주려 하지? 익명 발신자가 누군가를 감싸려 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지목하도록 유도하는 건가. 그리고 첨부파일을 열었을 때, 나는 오늘 처음 본 숫자를 발견했다. ‘예외 경고 재분류 요청: 09:38.’ 우리가 계속 9시 40분과 9시 43분만 쫓는 동안, 그보다 앞서 경고를 낮춰달라는 요청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다음 줄은 더 짧았다. ‘요청 승인 경로: 별도 검토.’ 이번에도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질문은 완전히 달라졌다. 누가 9시 43분에 버튼을 눌렀는가가 아니다. **누가 9시 38분에, 아직 출력조차 끝나지 않은 두 번째 장의 경고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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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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