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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돌아오지 않는 연락처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51자

오프라인 책장
일요일 오후, 경찰 보호 관계인에게 또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보호 장소 변경 확인 요청. 미응답 시 기존 보호 조치 자동 종료.’ 그 문장을 본 사람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2월 22일 잘못 전달된 내부 회신 파일 때문에 이미 한 차례 사칭 안내를 받았던 관계인이었다. 그는 오선영에게 받았던 공식 연락 방법을 기억하고 그 번호로 먼저 확인했다. 오선영은 즉시 문자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동 지시는 없었고 보호 조치도 종료되지 않았다. “이번엔 안 속았네.” 내가 말했다. “안 속았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야.” 그녀의 말이 맞았다. 보호받는 사람이 낯선 문자를 받을 때마다 자기 안전을 의심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이미 그 사람의 일상을 빼앗은 것이다. 수사팀은 첫 번째 유출된 파일에 실린 정보와 새 문자에 쓰인 정보가 얼마나 겹치는지 대조했다. 나는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2025년의 예외 처리 기록을 계속 봤다. 사람을 강제로 데려오려면 여러 장의 문서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려면 가짜 확인 문구 하나로 충분할지도 몰랐다. “익명 사건기록과 같은 사람이 보냈을까요?” 내가 묻자 선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걸 지금 정하면 수사를 망쳐. 주소를 알아낸 사람이 따로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방식은 비슷합니다. 책임을 옮긴다는 표현이요.” “그 표현이 유행어처럼 퍼졌을 수도 있지. 중요한 건 문자에 사용된 정보가 정확히 어디서 나왔는가야.”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요즘 선영은 사소한 유사성을 발견할 때마다 한 가지 다른 가능성도 써보라고 했다. 사건을 늦추기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확신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후 두 시, 박혜림이 면접 결과를 알려왔다. 합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면접 자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이전의 허위 경력 확인 문서가 더는 평가자료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확인도 받았다. “떨어졌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가볍죠?” “적어도 그 판단은 면접 내용에 대한 판단이었으니까요.” “그렇죠. 제 이야기를 제가 했어요.” 나는 그녀에게 다음 회사도 반드시 합격할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일을 약속하면 조금 뒤에 또 다른 실망을 만들 뿐이었다. 그날 오후 임소율은 정산 관련 안내문을 받았다. R-04 신고가 ‘철회 포함 종결’로 잘못 분류됐던 항목의 정정이 반영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실제로 어떤 비용을 누구에게 부담시킬지는 계속 검토 중이었다. “고쳤는데도 끝난 게 아니네요.” 그녀가 말했다. “원래 신고 상태를 고치는 일과 돈의 귀속을 정하는 일은 다릅니다.” “알아요. 이제는 알아요.” 그녀는 종이를 길게 접었다. “저는 왜 이걸 진작 몰랐을까요.”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이 그녀의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칭 문자를 받은 관계인은 경찰 안내를 들은 뒤에도 한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보호 장소가 노출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영은 그가 원치 않는 세부 사정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보호 조치가 실제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과, 추가 확인 절차가 진행됐다는 사실만 전달했다. 나는 문자를 보낸 사람이 정말 그 집 주변에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무서워하는 사람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해 더 무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다. 오후에는 정민규가 정보 유출 경위를 정리한 자료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회사 접수 창구로 보내는 답변에 불필요한 이름이 포함되지 않도록 여러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확인을 하느라 보호 안내 공문 발송이 늦어졌다고 했다. “저는 어떻게 해야 맞는 겁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아니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혼자 판단하지 말고, 보호 안내가 시급하면 팀 안에서 검토를 나누세요.” “선배들도 바빠요.” “바쁜 건 사실이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확인을 생략하면 더 바빠질 일이 생깁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지난번에 제가 그러다가 사람이 위험해졌죠.”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 일도 안 하면 그게 더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검토할 수 있도록 요청하세요.” 나는 그에게 내가 경찰 내부 업무 절차를 정할 위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선영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선영에게 들으니 담당자를 나누어 급한 보호 안내를 먼저 보냈고, 민감 정보가 포함된 자료는 별도로 검토했다고 한다. 정민규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떠안을 필요는 없었다. 일을 나누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수첩에 적었다. ‘확인 때문에 지연됐다’가 아니라 ‘확인과 신속한 안내를 나누었다.’ 같은 하루의 업무였지만 그 차이로 피해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내 번호로도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회사 고객센터 직원이라며 내가 2025년에 받은 자료를 다시 확인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직원 번호나 소속을 묻는 대신 공식 대표번호로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지금 통화 중에 하시면 간단한데요.” “간단한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전화가 끊겼다. 대표번호로 확인하자 그런 연락을 맡은 직원이 없었다. 나는 통화 사실을 선영에게 전달했다. 이전 사칭 문자와 같은 사람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도 빠른 확인을 요구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한유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취재 중인 회사 관계자가 사칭 문자에 쓰인 문구와 비슷한 안내를 2025년 업무지원 시스템에서도 봤다고 했다는 것이다. 안내문은 원래 정상적인 처리 절차의 일부였다. 사용자가 완료하지 않으면 이전 요청이 종료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원래 문구는 '미응답 시 요청 접수 자동 만료'였대요. 이번 문자에서는 '보호 조치 종료'로 바뀌었고요.” “문장 뼈대를 가져온 거군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프로그램 문구를 흉내 내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나는 그녀가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밤 9시가 조금 지나 선영의 연락이 왔다. 두 번째 문자에 포함된 관계인의 연락처 일부가 첫 번째 유출 자료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유출 경로가 있었다는 뜻은 아직 아니었다. 이름이나 번호가 공개된 다른 경로에서 조합됐을 수도 있었다. “상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출만 쓴 게 아닐 수 있다는 뜻이네요.” “그래. 그래서 이번에 더 조심해야 해.” “우리가 잘못해서 생긴 구멍을 우리가 다 봤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죠.” “맞아.” 선영은 그날 저녁 외부 연락처 확인 절차를 다시 점검했다고 했다. 보호 관계인에게는 공식 연락 번호를 재안내했고, 확인되지 않은 문자에 대응하지 않도록 설명했다. 멋진 장면은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 사람이 이동하지 않았고, 그 사실이 확인됐다. 나는 메모했다. ‘상대는 누군가를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 그 옆에 작게 적었다. ‘그 사람이 스스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악인이 모든 인간의 약점을 다 계산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겁에 질리고 누군가는 작은 돈을 받고 규칙을 어긴다. 그러나 누군가는 두려워도 한 번 더 확인한다. 그 행동이 계획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날 밤 익명 발신자가 새로운 문장을 보냈다. ‘서 조사관님은 그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두 번째 연락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문장 아래에는 사칭 문자의 일부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확인하고 있던 문구와 같았다. 나는 더 이상 그 메일을 특별한 예언이라고 보지 않았다. 상대가 실제 발신자일 수도 있고, 문자를 받은 사람에게서 재전달받았을 수도 있고, 공개된 글을 보고 베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실패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었다. 내가 그것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어서였을까.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선영에게 원본을 전달하고 사칭 문자 수신자의 동의를 거쳐 이미 확보된 정보와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새 수첩의 첫 장에 적었다. ‘다음 사건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연락망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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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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