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다정의 이름이 검색창에 뜬 것은 토요일 아침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진범의 보조자’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녀가 2025년 8월 25일 9시 29분 접수번호를 적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인터넷 게시물은 그 사실 옆에 9시 43분 승인 로그를 붙여놓았다. 두 시간표 사이의 열네 분을 설명하지 않으면서, 마치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사진을 누른 뒤 바로 창을 닫았다. 화면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원하던 이야기의 등장인물을 받아들이는 기분이 들었다.
오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다정 씨 신상이 나왔습니다.”
“알아. 유포 경로 확인하고 있어.”
“자료가 어디서 나갔을까요?”
“정식 제출 자료인지, 공개된 자료를 재조합한 건지부터 봐야 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피곤이 묻어 있었다. 며칠 전 경찰의 외부 회신용 문서에 보호 관계인의 연락처가 잘못 붙었던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담당자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한 번 나간 정보가 돌아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권다정은 내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대신 박혜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실을 오후에 알았다.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일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이 사실보다 크게 부풀려지는 경험은 공유하고 있었다.
“저보고 어떻게 견디냐고 물었어요.” 혜림이 말했다.
“뭐라고 하셨어요?”
“견딘 게 아니라 매일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죠. 면접도 보고, 상담비도 적어두고, 잘못된 정보는 고쳐달라고 하고. 아직 안 끝났다고도요.”
그녀는 그 말을 하면서 웃지 않았다. 면접 한 곳은 다시 잡혔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그런데 그분이 저 때문에 더 곤란해질까 봐 걱정이에요. 제가 말한 내용이 또 퍼질 수 있잖아요.”
나는 두 사람의 연락을 수사 정보로 취급하지 않았다. 도움을 청한 사람의 말이 또 다른 기록으로 떠돌면 그들은 두 번 피해자가 된다.
오후 한 시, 한유리가 내게 연락했다. 기자인 그녀는 권다정 관련 게시물의 출처를 묻는 문의를 여럿 받았다고 했다.
“제가 기사에 권 씨 이름을 넣으면 조회수는 나올 겁니다.”
“그럼 안 넣으시겠네요.”
“그렇죠. 지금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창을 눌렀느냐가 아니라, 그 화면에서 승인까지 이어졌느냐예요.”
나는 그녀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한유리는 과거에 질문지를 잘못 발송한 실수를 했다. 그 결과 누군가 회사가 준비할 시간을 벌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녀는 그 잘못을 취재팀에 보고했고 이후 취재 자료의 전달 절차를 바꿨다. 실수가 항상 평생의 자격 박탈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 고쳤다는 말만으로 생긴 손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그날 오후 김주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계약 심사 일정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업체에 진행 상황을 묻기로 했다고 했다.
“전에는 전화만 와도 겁났어요. 또 무슨 캡처가 돌아다니나 싶어서.”
“오늘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겁나요. 그래도 제가 안 묻는다고 아무도 대신 묻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휴대전화 화면에 뜬 수많은 알림을 꺼두었다고 했다. 사실 확인과 관계없는 댓글이 하루에 수십 개씩 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실제 담당자가 보내는 공문을 놓칠까 봐 업무용 계정만 따로 확인한다고 했다.
“제가 조심하다가 중요한 연락도 못 보면 또 제 잘못이 되겠죠.”
“누가 어떤 연락을 보냈는지 기록이 남도록 요청해보세요. 확인 가능한 경로를 한 군데로 정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메모했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한 가지 불편함을 느꼈다. 피해를 막기 위한 절차가 자꾸 피해자에게 새로운 일을 시키고 있었다. 잘못된 문서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그 문서의 피해자가 모든 답장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날 밤 아래층 열린 창문 너머로, 한 어머니가 아이에게 오늘 어땠느냐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가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잘못 전했다고 투덜댔다. 아내는 바로 화내지 말고 직접 물어보자고 했다. 가벼운 대화였지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사건의 규모가 커지면 우리는 그런 단순한 확인을 자주 잊는다.
고태원 역시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이 학교에 관련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성년자의 학교나 연락처가 드러난 화면을 개인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공개 게시물의 주소와 게시 시각을 보존해 경찰에 제출하라고 했다. 그는 처음에 미안하다고 말했다가 곧 말을 바꿨다.
“제가 사과할 일도 있지만, 아이는 아무 잘못 없죠.”
“그렇습니다.”
그는 전화 끝에 이렇게 물었다. “서 조사관님, 진짜 범인을 잡으면 이 댓글들 지워집니까?”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절로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별도로 바로잡아야 할 겁니다.”
그의 한숨이 길게 들렸다. 범인을 잡는 장면 하나로 모든 피해를 끝내는 이야기는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
오후 세 시, 새로운 이미지가 게시됐다. 권다정의 이름 옆에 ‘대리 승인’이라는 도장이 합성된 서류였다. 자세히 보니 글씨가 서류의 접힌 부분 위에 떠 있었다. 한유리는 원본을 확인하기 전까지 기사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사실만으로도 지난번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때 정민규가 오선영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가 과거 민원자료의 일부와 구도가 같다고 했다. 하지만 원본을 유출한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민규는 작년 자료 회신에서 가림 처리를 빠뜨린 전력이 있었다. 이번에는 민원인 연락처를 모두 제거한 뒤 내부 승인까지 받아 비교자료를 전달했다.
“지난번에는 이렇게 못 했습니다.”
그가 내게 전화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했어야지요.”
“그런데 아직 원래 나갔던 주소가 돌아오진 않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실수에서 배운다는 말은 멋있지만, 남의 피해가 그 수업료가 되는 현실을 가볍게 만들 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최명환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가 2025년 정산관리실장이었고, 요청과 예외 승인 사이에 있었을 수 있다는 추정이 온라인에서 다시 돌았다. 나는 그 추정을 수첩에서 따로 적어 뒀다. 그에게 유리한 해석만 할 필요는 없지만 불리한 문장을 사실로 바꾸어서도 안 됐다.
선영이 보내온 확인 내용에는 실무적인 단서가 있었다. 2025년 8월 25일 서류를 처리한 업체의 운영 메뉴에는 ‘대리 승인’이라는 이름의 독립 버튼이 없었다. 다른 승인 결과를 사후에 정리하는 주석란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익명 사진의 ‘대리 승인 처리’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찍은 결론이 아니라, 사람이 덧쓴 설명일 가능성이 있었다.
“누가 덧썼는지 알면 끝날까요?” 내가 물었다.
“아니.” 선영이 답했다. “그 사람이 왜 썼는지도, 그 문장을 누가 믿고 어떤 일을 했는지도 봐야지.”
나는 익명 메일이 처음부터 사람 이름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이번에도 사진 한 장으로 권다정의 이름을 먼저 올려놓았다. 누군가 경찰보다 먼저 여론에 용의자를 정했다.
자정 가까이 권다정이 내게 처음으로 직접 문자를 보냈다.
‘저는 보류라고 적었어요.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서 그걸 다시 말하지 않은 건 제 잘못입니다. 그런데 제가 하지 않은 서명까지 했다고 쓰지 말아주세요.’
나는 답했다.
‘그렇게 쓰지 않겠습니다. 확인된 것은 확인된 만큼만 남기겠습니다.’
한참 후 답장이 왔다.
‘누가 대신 서명했는지를 알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제 이름으로 누가 서명한 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 문장은 지금까지 들었던 질문 중 가장 정확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대신 썼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채 대신 쓴 사람부터 찾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이름을 함부로 넣게 될 것이다.
제12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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