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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공석을 채우는 방법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24자

오프라인 책장
두 번째 장에는 이름이 없었다. 정확히는 ‘검토 담당자’라고 적힌 칸이 비어 있었다. 업체가 경찰에 제출한 감사 백업의 미리보기 이미지와 익명 메일의 사진을 대조한 뒤 알게 된 사실이었다. 2027년 2월 26일. 정식 원본 확인에는 아직 몇 단계가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두 자료에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다. 검토 담당자 공석 시 처리 중지. 나는 그 문장을 읽다가 의자를 뒤로 밀었다. 누가 경고를 낮췄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겼다. 사람이 없는 자리를 누가 ‘있는 자리’로 처리했는가. 오선영은 내 생각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문장은 매뉴얼일 수도 있어. 실제로 적용되던 조건인지 로그로 확인해야 해.” “맞습니다.” “그리고 미리보기가 진본이어도 누가 이 페이지를 봤는지는 별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한 장 얻은 사람은 금세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얻었다고 착각한다. 사건 초기 내가 그랬다. 화진모빌리티의 전직 업무담당 권다정이 참고인 면담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왔다. 경찰 조사 일정은 별도로 잡혔고, 나는 그 전에 그녀가 보내온 단 한 장의 편지를 읽었다. 2025년 8월 25일 9시 29분, 그녀가 접수번호를 적은 이유에 대한 편지였다. ‘제가 보류라고 적으면 뒤에서 알아서 멈출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용서해달라고 쓰지 않았다. 두 장을 모두 확인하지 않았지만, 접수창에는 ‘확인 대기’가 분명히 떠 있었다고 했다. 그 창을 닫고 다음 민원을 받았을 때 누군가 그 일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고의로 경고를 낮췄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보류로 넘긴 일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후회는 남아 있었다. 후회가 형사책임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없던 일로 만들지도 않았다. 오후 한 시, 수사팀이 온새문서지원에서 제공받은 운영 일지를 확인했다. 9시 36분에는 윤세한 명의 검토 계정이 접속했다. 9시 43분에는 공용 실행 계정이 경고의 상태를 바꿨다. 그 사이 9시 40분, ‘마감 임박 업무’라는 구형 안내가 내부 대기열에 올라왔다. “그 안내는 누가 띄웁니까?” 내가 물었다. “자동 조건도 있고, 담당자가 수동으로 우선순위를 올리는 경우도 있었대.” 선영이 답했다. “그래서 다들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네요.” “그렇지. 그런데 그 생각을 유도한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나는 안내 문구를 받아 적었다. ‘미완료 시 당일 정산 대기 발생.’ 누군가가 일부러 겁을 준 문구라기보다 오래된 기업 프로그램의 평범한 경고처럼 보였다. 더 무서운 점은 그 평범함이었다.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십 번 그런 경고를 봤을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빨간 글씨를 더는 위험 신호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권다정에게 전화가 왔다. 경찰 면담이 끝난 뒤였다. “저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 맞죠?”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보류 표시를 했잖아요. 그런데 제 뒤에 누가 진행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름을 꼭 말해야 하냐고 물어서, 기억 안 난다고 했어요.” “기억하지 못하면 모른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사람들이 그게 핑계래요.”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나는 급하게 안심시키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죄로 취급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결국 기억을 만들어낸다. “당시 누가 급하게 진행하라고 했다는 압박은 있었습니까?” “있었어요. 누구나 했어요. 월말 정산 앞두고 모두 빨리 끝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들은 사람이 실제로 경고를 없앤 사람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녀는 내 질문의 함정을 먼저 알아차렸다. 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맞습니다. 제가 물어볼 대상과 실행자를 분리해야 합니다.” “저는 그걸 자꾸 하나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한테 저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요.” 통화를 마치고 선영에게 사실확인서를 전달했다. 그녀는 권다정의 기억을 다른 기록과 대조하겠다고 했다. 권다정의 편지가 내게 도착한 뒤 한 시간쯤 지나, 작은 식당에서 그녀를 우연히 마주칠 뻔했다. 실제로 마주친 것은 아니었다. 건물 앞에서 그녀가 신문을 접어 가방에 넣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일부러 반대편으로 걸었다. 경찰 면담을 마친 사람에게 내가 설명을 요구할 권리는 없었다. 내가 그토록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동안, 그 이름의 주인은 자기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버스 시간이 있고,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다음 달 월세가 있다. 인터넷 게시물의 작성자는 그 사실을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대리 승인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뜨거운 커피를 샀다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카운터 뒤의 직원이 영수증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필요 없다고 대답하려다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주세요.” 영수증에는 계산 시각이 찍혔다. 같은 시간에도 편의점 계산과 회사 업무 처리, 경찰의 증거 제출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우리는 숫자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너무 쉽게 한 줄로 연결해왔다. 오후에 선영이 또 하나의 자료를 요청했다. 과거 회사에 보내졌던 ‘마감 임박’ 안내와 실제 처리 기한이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내 문구가 자동으로 떴다고 해도 기한이 실제보다 짧게 설정됐다면 압박을 만들었을 수 있었다. “그날 꼭 10시 전에 끝내야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것도 확인 중이야. 월말을 앞둔 날짜라고 모두 그날 아침이 마지막 기한은 아니거든.” 우리는 9시 43분이라는 시각에 너무 오래 매달렸다. 만약 실제 기한이 다음 날까지였다면, 누군가 그날 당장 처리하도록 서둘렀던 이유를 물을 수 있다. 반대로 정말 당일 마감이었다면 시스템 설계의 문제부터 살펴야 한다. 나는 회사의 공문을 다시 읽었다. 법무 담당은 ‘신속 처리를 위한 업무상 필요’라고 설명해놓았다. 나는 그 문구 옆에 작은 질문을 남겼다. ‘신속하지 않았다면 어떤 손해가 있었는가.’ 그 질문은 누구를 범인으로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급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밝힐 수 있었다. 저녁에는 임소율이 수사팀에 새로운 자료를 제출했다. 2025년 8월 22일 작성한 신고서 원본의 제목이 찍힌 스캔파일이었다. ‘비용 귀속 확인 전 추가 처리 중지 요청.’ 그녀의 말은 단순히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모르는 책임을 자기 이름으로 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8월 22일 신고와 8월 25일 공석 경고를 나란히 놓았다. 날짜도 작성자도 달랐다. 그런데 두 기록은 같은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 확인하지 않은 사람에게 확인한 사람의 책임을 주지 말 것. 밤늦게 선영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9시 40분의 마감 임박 안내, 원래는 전날 밤에 생성된 예약 작업에서 불러온 값일 수 있어.’ 나는 천천히 읽었다. 누군가가 9시 43분에 갑자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그 전에 이미 서류가 빨리 끝나도록 흐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생겼다. ‘누가 예약했는지는요?’ ‘아직.’ 나는 노트북에 새 표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9시 43분의 손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손이 움직이도록 시계를 맞춘 사람이 따로 있다면, 우리는 계속 마지막 버튼만 쫓게 된다. 자정 가까이 익명 발신자가 다시 썼다. ‘빈칸을 채운 사람이 아닙니다. 빈칸을 비워두도록 허락한 사람을 찾으세요.’ 이 문장은 영리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누군가가 유죄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한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예약.’ 처음 받은 살인 예고가 예약된 알림을 이용했다면, 이번 ‘완료’도 누군가 시간과 절차를 먼저 설계했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같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를 확인해야 하는지는 조금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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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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