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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22화
PAYLUA ORIGINAL · 제122화

122화. 출력되지 않은 둘째 장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90자

오프라인 책장
고태원은 프린터를 원망하고 있었다. “제가 두 장짜리로 출력하라고 누른 게 맞습니다. 그런데 한 장만 나왔어요. 왜 당시에 바로 확인하지 않았을까요.” 2월 25일 목요일, 그가 나를 찾아왔을 때는 접힌 회의록이 손에 들려 있었다. 스스로 적어 온 진술이었다. 경찰에 제출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다시 읽고 싶다고 했다. 나는 진술을 대신 써주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것과 기록으로 확인된 것을 구분해 적도록 권했다. “그날 바빴다는 말은 핑계겠죠.” “상황 설명은 됩니다. 하지만 받지 않은 한 장을 받았다고 적었다면 그건 별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누군가를 죽인 사람이 된 겁니까?” 그는 마지막 말을 낮게 했다. 인터넷에는 그의 출입 기록이 ‘범행 실행 로그’라는 제목으로 돌고 있었다. 고태원은 경고를 낮춘 실행자로 확인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출근 기록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까지 찾아갔다. “그렇게 연결할 증거는 없습니다.” 그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증거가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네요.” 나는 그의 종이에서 ‘한 장이 사라졌다’는 문장을 가리켰다. “이 문장은 바꾸셔야 합니다. 사라졌다는 건 존재했던 물건을 봤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못 받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는 한참 생각한 뒤 ‘두 번째 장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고쳤다. 오후에는 오선영이 경찰을 통해 확인한 출력 대기열 자료가 도착했다.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1분, 전체 두 쪽의 출력 명령. 첫 번째 쪽 배출 성공. 두 번째 쪽은 용지 걸림 상태에서 출력 실패. 9시 42분, 재출력 작업 취소. 우리가 지난번에 확인한 사실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두 번째 장이 어딘가로 전달됐다는 기록이 아니었다. 종이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면 그 뒷장에 뭐가 쓰여 있었는지는 모르는 거군요.” “출력된 종이에서는 모르지.” 선영이 말했다. “하지만 인쇄하려고 했던 전자 원본이 어딘가에 있을 수는 있어.” 그녀는 기계 안을 뒤지는 대신 업체의 문서 보존 목록을 요구했다. 업무지원 시스템은 제출된 첨부파일을 원본과 미리보기 이미지로 따로 보관했다. 저장 기간이 끝난 자료도 일부 감사용 백업에는 이름과 해시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오후 세 시 반, 김주하가 업체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피곤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2025년 경고문의 작성자로 의심받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 자신은 그날 출력기 오류를 접수하고 복구를 도왔을 뿐이라고 했다. “제가 분명히 ‘재출력 확인 필요’라고 적었거든요.” “누가 봤는지는 모르시죠?” “네. 그래서 지금 제 계약이 심사 보류라는 게 우습죠.” 그녀는 내가 뭐라도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적어달라고 말했다. 종이 걸림 신고를 14분 뒤에야 업체에 전달한 건 자신이었다. 바쁘다고 바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고를 없애라고 요청한 적은 없었다. “그 14분도 누군가에게는 기회였겠네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지금 추측해서 당신 잘못으로 만들진 않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로 돌아가기 전 내게 계약 심사 안내문을 보여줬다. 연장 심사 예정일이 두 번 밀렸다. 아이의 학원비를 줄였다는 말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말끝에 잠깐 목이 잠겼다. 나는 점심을 건너뛴 채 출력기 제조사에서 제공한 오래된 오류 설명서를 읽었다. 용지 걸림이라는 말도 여러 종류였다. 종이가 아예 들어가지 않은 상태, 안에서 구겨져 통로에 남은 상태, 이미 인쇄됐지만 배출 신호가 기록되지 않은 상태. 그 차이를 모르고 ‘둘째 장이 사라졌다’고 쓰면 누군가의 물건을 찾지도 않고 잃어버렸다고 신고하는 꼴이 된다. 제조사 기술자에게 내가 직접 연락해 수사 자료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대신 공개된 설명을 읽고 질문을 정리했다. 선영에게 전달할 목록에는 세 줄만 남겼다. ‘용지 걸림 시 출력 이미지가 보존되는가.’ ‘재출력 취소는 어느 단계에서 가능한가.’ ‘완료 표시가 배출 성공을 뜻하는가.’ 창밖에서 공사 소음이 났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주 작은 기계의 문제를 두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을까. 하지만 기계가 고장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 고장을 확인하지 못한 사람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절차와, 그 틈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한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오후에 고태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진술서를 고쳤다고 했다. 그는 ‘출력기를 신뢰했다’는 문장도 지웠다. “그때는 신뢰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죠. 확인도 안 했으니까.” “그럼 왜 확인하지 못했는지만 사실대로 적으세요.” “급해서요. 회의 시작 전에 마감표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다른 부서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누가 전화했습니까?” “정산관리실 쪽이었어요. 이름은 기억 안 나고, 내선 번호가 남아 있는지는 확인해보려고요.” 나는 그에게 자신이 접근 권한이 없는 기록을 임의로 뒤지지 말고 수사팀에 필요한 사실만 전달하라고 권했다. 그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박혜림이 보내온 한 통의 메일이 있었다. 경력 확인 정정 자료를 요청한 회사에서 '기존 서류와 새로운 서류가 다르니 둘 다 제출해 달라'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잘못된 서류까지 다시 내야 하는 상황이 싫다고 했다. “그러면 옛 문서도 같은 무게를 갖게 되잖아요.” 나는 그녀에게 제출 순서를 대신 정해주지 않았다. 상담 담당자와 상의해 잘못된 문서에 정정 사유가 붙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점만 설명했다. 그녀는 한참 후에 ‘그럼 제가 직접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출력되지 않은 한 장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도 이미 받은 서류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문서는 지나갔지만 그 설명의 비용은 아직 청구되고 있었다. 저녁에 선영이 전화를 걸었다. 오래된 감사 백업에서 문제 문서의 두 번째 페이지를 가리키는 목록 항목이 나왔다고 했다. 이미지는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파일 이름은?” “보류_수정_최종의 전 단계로 추정되는 미리보기. 다만 해시는 확보됐어.” “이게 진짜 두 번째 페이지인지 어떻게 확인합니까?” “그걸 확인해야지. 첫 페이지와 같은 작업에서 생성됐는지, 나중에 복사된 건 아닌지.” 나는 메모지에 ‘종이 1장 미배출’과 ‘디지털 2쪽 생성’을 따로 적었다. 같은 사건처럼 보이지만 하나는 기계가 한 일, 다른 하나는 시스템이 기록한 일이었다. 밤 아홉 시가 넘어 백이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화진모빌리티가 2025년 당시 작업 보류를 다루는 내부 지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공개 가능한 조항만 읽어주겠다고 했다. ‘첨부 매수 불일치 시 승인 대신 확인 대기로 전환할 것.’ “그렇다면 실제로 대기 상태였어야 한다는 거군요.” “지침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스템이 꼭 지침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죠.” 나는 웃지 않았다. 그런 보장이 없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그날 자정 무렵 익명 메일이 왔다. ‘둘째 장은 아무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모두 그 장의 내용을 알고 있는 척합니까?’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흐린 종이 위에 숫자 2/2가 찍혀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문서를 곧장 읽지 않았다. 확대된 첫 줄이 보였다. ‘검토 담당자 공석 시 처리 중지.’ 보낸 사람이 원본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처럼 어딘가의 미리보기를 훔쳐본 것일까. 나는 파일을 보존하고 선영에게 전달했다. 이번에는 원본을 찾아낸 뒤에 읽겠다고 결심했다. 남이 먼저 해석해준 둘째 장은, 없어졌던 첫째 장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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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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