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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19화
PAYLUA ORIGINAL · 제119화

119화. 확인했겠지라는 말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34자

오프라인 책장
2월 22일 월요일 아침, 오선영은 내게 화를 냈다. “서진혁. 네가 이걸 왜 먼저 받았어?” 그녀가 말한 것은 경찰 내부 자료가 아니었다. 민원인이 수사팀에 제출하려고 작성한 사실확인서의 사본이었다. 내 이메일로도 같은 파일이 왔고, 발신자는 ‘고태원에게 전달’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누가 보냈는지 모릅니다.” “열었어?” “원본은 보존했습니다. 내용 확인은 별도 사본에서 했고요.” “거기 특정인의 연락처가 들어 있어. 앞으로 그런 게 오면 먼저 연락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화는 나를 탓하기보다 문서가 어디까지 퍼졌는지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왔다. 지난주 회사 밖으로 나간 정정 공문 일부에 보호 대상 가족의 연락 가능 시간대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출처를 확인하던 과정에서 문제는 더 분명해졌다. 사무지원 담당 직원이 두 종류의 문서를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었다. 대외 공유용에는 개인 연락 정보가 가려져 있었지만, 내부 확인용에는 원문이 남아 있었다. 그는 두 파일의 이름을 거의 똑같이 붙인 뒤 잘못된 버전을 외부 회신에 첨부했다. 악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게으름과 방심은 있었다. 검토 절차에서 파일을 열어 마지막 장을 확인하는 단계를 생략한 것이다. “그 직원은 어떤 처분을 받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건 사실관계 확인 뒤 결정될 일이지. 지금 중요한 건 잘못 나간 파일의 수신처와 추가 전달 여부야.” 오전 열 시, 정민규는 외부 수신 목록을 다시 추적했다. 예전에는 전송 로그가 있으면 확인 완료라고 처리했던 그였다. 이번에는 각 수신처 담당자에게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까지 확인했고,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재전송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는 이미 내부에 재공유됐다는 답이 왔다. “제가 확인을 더 빨리 했어야 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이번 첨부를 선택한 건 다른 사람인데요.” “알아요. 그렇다고 피해가 확산되는 걸 막는 제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누가 틀렸는지를 말하기 전에 수습을 시작했다. 나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책임은 자기 죄를 모두 떠안는 말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막을 수 있는 피해를 막는 행동이어야 한다. 오후 한 시, 정정 공문에 이름이 포함됐던 관계인에게 낯선 문자가 왔다. 회사에서 보낸 안전 확인 요청처럼 보이는 내용이었다. 일정 변경을 알리며 별도의 연락을 요구했다. 관계인은 정민규가 앞서 알려준 공식 연락처로 내용을 재확인했고, 그런 안내를 보낸 사실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누군가 자료에 있던 연락 가능 시간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문자 발신자가 누구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관계인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고, 사칭 문자를 별도 자료로 보존했다. “실제로 누가 움직였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무도 사칭 안내대로 움직이지 않았어.” 나는 안도했다. 이번에는 누군가가 한 번 더 확인해 사람을 보호했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피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후 두 시 반, 보호 대상 관계인은 경찰에 분명한 뜻을 전했다. 자신의 신원을 더 많은 부서에 공유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안전을 위해 여러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시 유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오선영은 필요한 범위를 재검토하고 담당자에게 불필요한 복사본을 폐기하거나 접근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그 사람이 걱정할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 잘못이니까.” 선영의 대답은 짧았다. “범인이 자료를 이용했는지와 무관하게, 나간 자료는 나간 거야.” 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실수의 원인을 찾고 그 결과를 바로잡는 일. 오선영은 누가 벌을 받아야 하는지보다 먼저 누가 추가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었다. 오후 세 시 반, 사무지원 담당 직원이 정확한 경위를 적은 보고서를 냈다. 그는 두 파일의 이름이 거의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 함께 일하던 사람이 마지막 확인을 했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반대로 그가 확인했을 거라고 믿었다. 두 사람은 각각 상대가 끝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는 아무도 마지막 장을 보지 않았다. 나는 그 대목을 읽고 한동안 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대한 음모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대가 이 틈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평범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 ‘확인했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예측하는 데 초능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저녁 여섯 시, 정민규가 사건 관련 연락 체계를 다시 만들었다. 대외 공유용 문서와 내부 원본의 파일 이름만 달리하는 대신, 파일 내용과 수신 권한을 독립적으로 점검하게 했다. 그 조치가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줄었다. “이번엔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사람들이 불평해요.” 민규가 말했다. “불평할 수 있죠. 하지만 안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일도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은 제가 시간을 더 쓰겠습니다. 나중에 누가 잘못 보냈다고 탓하는 것보다 낫겠죠.” 나는 이런 작은 행동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사건기록은 주로 잘못과 피해를 남기지만, 누군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바꾼 절차도 사건의 일부다. 악인이 노리는 인간의 약점만 기록한다면 이 이야기는 인간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기록이 될 것이다. 오후 네 시, 한유리에게 수신처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경찰이 실수로 보호 대상 정보를 유출했다’는 제목의 제보였다. 유리는 실제 오류 여부를 확인했지만 관계인의 신원과 연락처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왜 이런 걸 계속 확인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확인을 멈추면 이번엔 피해자가 누구인지 다시 공개하게 됩니다.” “알아.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거야.” 저녁 무렵 고태원이 오선영에게 직접 연락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문서가 다른 사람의 안전 정보를 유출하는 데 쓰였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파일이 자신에게서 나갔다는 소문을 걱정했다. “제가 그런 걸 보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죠?” 선영은 말했다. “지금 우리가 확인하는 건 파일 유통 경로예요. 본인이 안 했다는 사실을 추측으로 증명하려 들지 마세요.” 고태원은 대답 대신 자신이 받은 모든 문서의 수신 일시를 정리해 제출했다. 그것이 정확한 자료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에게 추가로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밤 아홉 시, 수사팀은 외부 수신처 중 한 곳의 자료가 공식적인 업무 접수 계정에서 재공유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계정은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누가 접근했는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처음 임소율에게 경찰이 연락했을 때, 당직 담당자를 거쳐 인사팀과 상사에게 사실이 전달됐다. 당시 누구도 살인을 돕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평범한 전달이 악역에게 기회가 됐을지 몰랐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든 문서가 잘못 첨부됐다. 누군가 그 작은 틈을 알고 움직였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 보호 대상에게 잘못된 문자가 왔고, 그 사실은 확인됐다. 밤 열한 시, 오선영이 내게 말했다. “오늘 누군가를 놓쳤을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늘 누군가를 지키기도 했어.” 나는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건 남겨야 합니다.” 나는 수첩에 두 줄을 적었다. 유출이 있었다. 확인 때문에 피해 확대를 막았다. 둘 중 어느 쪽도 다른 한쪽을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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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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