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금요일, 원효로 옛 물류건물에 관한 새로운 확인서가 도착했다.
나는 현장에 가지 않았다. 건물은 경찰이 관리하는 사건 장소였고, 내게 허용된 역할은 사건 관련 원본 기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 대신 오선영이 확인한 공개 가능한 내용에 집중했다.
경비원 김동식이 15만 원을 받고 출입 기록을 생략하겠다고 약속한 시간은 2026년 11월 3일 밤 9시부터 9시 20분까지였다. 그 돈을 누가 줬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경비실에서 쓰던 수기 대장의 복사 이력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복사 이력이요?” 내가 물었다.
“경비일지는 수기로 적지만 교대할 때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보관했대. 그날은 누군가가 교대 전 빈 대장 사진을 이미 가져갔어.”
“누가요?”
“번호만 남아 있어. 실제 수신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해야 해.”
나는 처음 받은 봉투 사진을 떠올렸다. 만 원짜리 열다섯 장이 펼쳐져 있던 이미지. 누군가 그 사진을 찍은 시간과 경비실 기록의 사진 촬영 시각을 비교할 수 있다면 접점이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상상 역시 증거는 아니었다. 나는 ‘같은 경비실 사진일 수 있음’이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배경을 비교한 결과가 없었으니까.
오후 열두 시, 김동식은 경찰에 추가 진술을 제출했다. 그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실제로 차량을 들여보내거나 문을 열어준 사실이 있는지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때는 15만 원이면 그냥 넘어갈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영이 전달한 그의 진술이었다.
“그 돈 때문에 사람이 죽었을까요?”
경비원의 질문은 잔인할 정도로 직접적이었다. 그러나 수사관은 그에게 확인되지 않은 결과를 떠맡길 수 없었다. 돈을 받은 잘못과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은 따로 확인해야 했다.
오후 두 시, 한유리가 뜻밖의 문의를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경비원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을 찍었다며 사진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대신 기사에서 ‘경비원 단독범행’을 제목으로 쓰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붙였다.
유리는 사진을 받기 전부터 내게 전화했다.
“이거 받아도 될까?”
“원본성을 확인할 수 있으면 중요한 제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을 조건으로 거는 이유도 확인해야죠.”
“그럼 내가 경찰에 연결할게.”
그녀는 제보를 단독 기사로 쓰지 않고 담당 수사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제보자는 연락을 끊었다. 우리는 그 제보자가 진짜 사진을 가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저녁에 박혜림이 취업 면접을 마쳤다는 소식이 왔다. 그녀는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마음을 졸였다. 면접관은 경력 정정 문제가 아니라 최근 공백 기간을 물었다고 했다.
“그것도 이 사건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사실대로 설명하되 어떤 부분이 확인된 사실인지 나누세요. 지원 여부에 대한 결정은 혜림 씨가 하실 일입니다.”
그녀는 웃었다. “저 이제 사람들한테 범인 찾았냐고 안 물어요. 그냥 다음 주에 일하러 갈 수 있는지만 생각하려고요.”
나는 그 말이 안심되면서도 슬펐다. 수사에선 다음 단서를 찾으면 앞으로 나아간다. 피해자의 일상에서는 다음 월세를 낼 수 있는지가 더 급한 문제였다.
오후 여섯 시, 김동식의 변호인은 경비일지 사진이 외부로 전해진 경로에 대해 별도로 문제를 제기했다. 돈을 받은 사실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그가 촬영하지 않은 사진 때문에 새로운 혐의를 받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나는 그 주장이 수사에 불리하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피의자에게도 입증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몰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 김동식 씨는 분명 돈을 받았잖아요.” 정민규가 말했다.
“맞아요. 그 사실이 다른 주장까지 증명해주진 않습니다.”
“그러면 서 조사관님은 경비원 편인가요?”
나는 잠깐 웃었다. “편을 가르기 전에 사건을 나눠야죠. 돈을 받은 일과 누군가 찍은 사진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다릅니다.”
정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할 일은 사진의 촬영 시각을 확인하는 거군요.”
“확인할 수 있다면요.”
실제로 사진은 원본이 아니었다. 이메일에 포함된 사본은 크기가 줄어 있었고 촬영 장치 정보도 없었다. 이미지 속 돈이 열다섯 장이라는 사실 외에는 많은 것을 추론할 수 없었다. 사진에 손이 일부 보였지만 그 손의 주인을 특정할 객관적 근거는 부족했다.
그날 밤 김동식이 경찰에 남긴 말이 내게 전해졌다. “누가 저를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돈 받고 기록을 빼먹으면 그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제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 갔는지 무섭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작은 돈으로 누군가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 행동을 기록해 다음 협박에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무서웠다. 돈은 한 번 건넸지만 사진은 여러 번 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결론을 쓰지 않았다. 실제로 협박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사진을 보낸 사람이 돈을 준 사람과 동일하다는 근거도 없었다. 누군가의 악의를 증명하기 전에 나는 내 안에서 자라는 이야기의 속도를 늦춰야 했다.
나는 처음 사건기록의 셋째 사진, 노란색 C-12 조각을 다시 확인했다. 그 조각 역시 장소와 이름을 연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분류함 번호가 중복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미가 달라졌다. 사진 한 장이 범인을 말해주지 않는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과 우리가 거기에 쓰고 싶은 이야기는 다르다.
오후 여덟 시, 오선영은 과거 경비일지의 빈칸이 정확히 어느 날부터 생겼는지 확인했다. 돈을 받기 전부터 일부 차량 출입 정보가 누락된 날이 있었다. 대장 서식이 불편하고 경비원이 교대 때마다 적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허술함을 알고 있었을 수 있다.
“그러면 돈을 준 사람은 이 사람이 실수할 걸 계산한 거겠네요.”
“그럴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돈을 준 이유가 실제로 차량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아직 검증해야 해.”
나는 고민했다. 만약 돈을 준 사람이 경비일지의 허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누군가의 게으름이 그의 계획의 일부가 된 셈이다. 반대로 그 허점은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돈은 전혀 다른 목적에 쓰였을 수도 있다.
밤 아홉 시, 정민규가 물었다.
“서 조사관님, 원효로 사건은 결국 열한 번째 항목하고 연결돼 있습니까?”
“지금은 연결됐다고 말할 증거가 부족합니다.”
“그럼 왜 같은 사람이 계속 자료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같은 형식의 문서가 오니까요. 그런데 형식은 누구나 흉내 낼 수 있습니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신자도 한 명이라는 보장이 없겠네요.”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미래 사건기록을 보낸 사람과 과거의 정정 파일을 보낸 사람이 같다고 믿는 것은 편리했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것은 몇 개의 메시지가 비슷한 언어로 쓰였다는 사실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경찰이 확인할 수 있도록 나는 원효로 사진 세 장의 원본과 내가 보유한 사본을 구분해 보관했다. 앞서 받은 메일의 촬영 시간, 나중에 유포된 봉투 사진의 게시 시각, 경비실에서 작성한 출입 일지는 서로 다른 기록이었다. 선영은 내가 만든 표에 ‘다음 날’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 어느 기록을 기준으로 다음 날인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날짜를 숫자로 모두 다시 적었다. 시간이 닮았다는 이유로 사건까지 같은 것으로 만드는 실수를 이번에는 피하고 싶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본문은 짧았다.
‘15만 원은 누구의 실수였습니까?’
나는 화면을 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경비원에게는 경비원의 잘못이 있었다. 돈을 줬다면 준 사람의 책임이 있었다. 그것을 감추려 기록을 조작했다면 또 다른 사람의 책임이 있다.
누군가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의 죄라고 쓰고 싶어 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의 의도대로 줄을 잇지 않는 것이었다.
제11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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