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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전송되지 않은 음성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57자

오프라인 책장
2월 17일 수요일 오전, 배은정은 오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 사실을 오후에야 알았다. 유족이 직접 연락한 이유를 먼저 묻지 않았다. 남동생이 죽은 지 석 달이 지났고, 그동안 그녀는 모르는 번호를 받을 때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의 질문부터 듣고 있었다. “배정우 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있어.” 선영이 말했다. “새로운 통화가 나왔습니까?” “통화라고 단정할 순 없어. 11월 3일 저녁에 만들어진 음성 메시지 초안이 있어. 전송은 안 됐고.” 배정우가 시신으로 발견된 날은 2026년 11월 3일. 사망 시각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현장에 처음 접근한 경찰과 사설 연락망이 사용한 시간표에는 차이가 있었고, 우리가 받았던 수정 사건기록은 그 차이를 이용해 미래를 맞힌 것처럼 보였다. “내용은요?” “수사상 다 공개하긴 어려워. 다만 회사 문서 얘기가 나와.” 나는 숨을 고른 뒤 물었다. “누구에게 보내려 했습니까?” “수신 대상을 표시한 기록은 있어. 하지만 그 대상이 실제 상대인지, 나중에 바뀐 건지 아직 확인 중이야.” 나는 질문을 멈췄다. 내가 경찰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래 잊고 있으면 그만큼 실수를 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하다고 누군가의 사생활을 건드릴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점심 무렵 한유리가 배정우의 퇴사 전 행적을 취재하다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그가 ‘확인 근거 부족’ 의견을 반송한 뒤 회사 내부에서 검토 단계가 바뀐 적이 있었다. 반송 문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후속 검토 항목에 묻힌 것이다. “의견을 냈는데 아무도 답을 안 했다는 건가요?” “정확히는 수신 확인 여부가 불명확해. 누군가 읽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읽고도 다른 단계로 돌렸을 수도 있어.” 그녀는 대답했다. “그 차이가 기사에 얼마나 중요할까?” “누가 고의로 묵살했다고 쓰기 전에는 매우 중요합니다.” 오후 두 시, 오선영은 예전 현장 확인서 중 한 장을 다시 보자고 했다. 배정우 자택에서 확보된 물품 목록에는 오래된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외에 택배 포장용 작은 커터칼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이것을 ‘흉기’라고 쓰는 글이 돌고 있었다. “그걸 왜 다시 보십니까?” “물건 하나가 발견됐다는 사실과 그 물건이 누군가를 해쳤다는 결론은 다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서 평범한 생활용품을 살인 도구라고 부르는 건 손쉽고 위험했다. 누군가는 우리가 그 함정을 밟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은정은 경찰이 요구한 범위 안에서만 가족 사진과 생활 기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 결정은 마음에 들었다. 피해자는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 자기 일상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후 세 시 반, 오래된 차량 월 이용권 기록에서 작은 단서가 나왔다. 2026년 11월 3일 18시 41분 원효로 인근에 남은 값은 차량 진입 센서가 아니라 재인증 호출이었다. 그런데 호출 시점 앞뒤로 실제 차량이 지나갔는지 확인할 별도 기록은 보존 기간이 지나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러면 차가 왔다는 주장은 약해집니다.” “맞아. 그렇다고 안 왔다고 말할 근거도 없지.” 나는 그 두 문장을 수첩에 나란히 적었다. 오후 다섯 시, 정민규가 사설 현장 연락망에 관한 통신 분석 요약을 가지고 왔다. 특정 메시지가 단말에 도착한 때와 서버에 남은 시간이 달랐다는 결론이었다. 메시지의 실제 발신자를 곧바로 가리키는 자료는 아니었다. 당시 계정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여러 명이고 로그 일부의 보존 기한도 지났기 때문이다. “그럼 21시 16분 수정 메일의 수수께끼는 풀린 겁니까?” 내가 물었다. 민규가 대답했다. “적어도 공식 21시 17분 보고보다 빨리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래를 예측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메일을 누가 보냈는지는 남습니다.”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의 오류를 정정하는 일이 모든 사건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잘못된 확신 하나를 제거해 준다. 저녁에 선영이 배정우 음성 초안의 일부를 들려줘도 되는지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는 말을 전했다. 나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미 공개 가능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날 밤, 배은정이 사망한 동생의 이름이 새로운 게시물의 제목에 또 사용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배정우의 마지막 고백’이라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녹음된 소리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는 링크를 누르지 않았다. 내가 그 글을 보고 댓글을 달면 사람들은 더 많이 볼 것이다. 대신 게시물의 존재와 시각을 기록해 선영에게 전달했다. 오후 네 시 반, 배은정에게서 경찰을 통해 전달된 질문이 하나 더 있었다. 동생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미전송 초안이 정말 동생이 만든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선영은 기기 감정과 기존 사용 기록을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 결과가 나와도 문구를 작성할 때 누가 옆에 있었는지까지 자동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배은정은 조용히 답했다고 한다. “저는 그 애가 누군가를 원망했다는 글보다, 마지막에 무서워했는지 알고 싶어요.” 그 말을 전해 듣자 나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나는 배정우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에만 집중했다. 유족은 그가 마지막 순간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에게 배정우는 수사자료 속 이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동생이었다. “선배. 제가 그 파일을 꼭 봐야 하는 건 아니겠네요.” “그래. 필요하면 적법한 절차로 확인할 거야. 지금은 네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 나는 과거 보험사기 조사 자료에서 배정우와 임소율의 업무 접점만 정리했다. 배정우가 2025년 확인 근거 부족 의견을 남긴 뒤, 임소율이 자기 이름이 승인자로 사용된 문제를 제기하기까지 며칠의 차이가 있었다. 날짜가 가깝다는 것은 연관성을 조사할 이유일 뿐, 두 사람이 공모했다거나 싸웠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오후 여섯 시, 한유리는 익명 게시물에 등장한 문장의 출처를 찾아냈다. 문장 일부는 2025년 회사 내부의 공개된 정산 교육자료에서 이미 사용된 표현과 비슷했다. ‘확인자로 쓰지 말라’는 식의 표현은 특이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말은 아니었다. 익명 작성자가 실제 음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었다. “그럼 녹음이 가짜라는 증거인가?” 유리가 물었다. “아니요. 게시물이 진짜 녹음의 내용이라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유리는 이틀 전 자신이 작성한 원고의 ‘마지막 고백’이라는 말을 지웠다. 확인되지 않은 사건에 고백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누군가 죄를 인정한 것처럼 들린다는 이유였다. 밤 여덟 시가 되자 나는 오랫동안 열어두지 않았던 최초 메일을 다시 펼쳤다. 그 안에는 배정우가 가해자로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그의 사망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한 사실도 확보하지 못했다. 나는 이름 옆에 붙은 ‘용의자’라는 직함을 내 메모에서 지웠다. 최초 문서가 그렇게 주장했다는 별도 표시만 남겼다. 그것만으로 그가 무고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만든 직함에 따라 죽은 사람의 삶을 거꾸로 해석하는 일은 멈출 수 있었다. 새벽 한 시, 익명 발신자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죽은 사람의 말도 확인받아야 합니까?’ 나는 침대에 앉아 그 문장을 읽었다. 상대가 배정우의 기록에 접근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언론과 게시물을 보고 만든 문장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누군가는 배정우의 말을 듣게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말을 특정한 뜻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차이를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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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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