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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12화
PAYLUA ORIGINAL · 제112화

112화. 한 장만 나온 프린터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6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고태원에게서 경찰 제출용 진술서를 검토하던 중 연락이 왔다. “서 조사관님, 제가 뒷장을 아예 출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단정하지 않았다. 지난주 그는 두 장 중 한 장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처음부터 출력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진술이 달라졌다고 해서 반드시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기억이 기록과 만나면서 수정될 수 있다. “어떤 자료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당시 프린터가 계속 종이 걸림 오류를 냈거든요. 앞장만 나온 뒤 다시 누르려다가 일이 밀렸던 것 같아요.” “그때 실제로 기억나는 장면과 지금 추측하시는 걸 나눠서 적으세요.” 그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저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겠죠?”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확실하지 않은 걸 확실하다고 쓰면 나중에 진짜로 확인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2월 12일 금요일 오전, 오선영은 정식 절차로 확보된 유지보수 업체 기록을 확인 중이었다.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1분, 고태원의 계정으로 보낸 마감표 출력 작업은 문서 두 장을 포함했다. 그러나 기계가 성공적으로 배출했다고 기록한 장수는 한 장이었다. “그럼 뒤쪽은 애초에 없었던 거네요.” 내가 말했다. “아니. 보내진 데이터에는 두 장이 있었어. 기계가 한 장만 내보냈다는 것까지야.” “기계 내부에서 걸렸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 그러나 종이를 누가 회수했는지는 알 수 없어.” 김주하는 경찰에 출석해 당시 앞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번에는 자기 기억을 과장하지 않았다. “고태원 씨가 두 장을 주려고 했는지는 못 봤어요. 제가 받은 종이는 한 장입니다.” 그녀의 말은 짧았다. 그 짧은 문장이 지난 몇 주간 떠돌던 ‘김주하가 뒷장을 숨겼다’는 주장보다 강했다. 적어도 경험한 범위를 넘지 않았으니까. 점심 무렵 나는 과거 문서 형식을 다시 들여다봤다. 앞장은 마감 완료 대상의 목록이었다. 뒷장은 미확인 대상과 담당자 공백을 적는 서식이었다. 누군가 앞장만 보면 모든 검토가 끝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실무자는 바쁜 날일수록 앞장의 숫자만 보고 일을 넘긴다고 했다. “그날 제 자리가 비었어요.” 고태원이 말했다. “병가 낸 직원 대신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원래 맡은 사람이 아니라서 어디를 봐야 하는지 몰랐을 겁니다.” 그것은 설명이 될 수 있었지만 면죄부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마감표를 확인하고 전달할 책임이 있었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동시에 누군가 그 불완전한 종이를 이용해 경고를 낮췄다면 그것은 또 다른 책임이었다. 오후 한 시 반, 유지보수 담당자가 찾아낸 기록이 추가됐다. 9시 42분에 재인쇄 요청이 한 번 들어왔다. 수신 단말은 처음과 같았지만 취소 처리 상태가 남아 있었다. 재인쇄가 취소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전날 익명 파일의 ‘취소 완료’ 도장을 떠올렸다. “혹시 이게 그 취소입니까?” 오선영은 답했다. “시각과 문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연결하지 마. 동일한 작업 식별자를 먼저 맞춰야 해.” 우리는 작업번호를 기다렸다. 두 시간 후, 유지보수 업체가 오래된 압축 저장소에서 당일 인쇄 대기열 일부를 복원했다. 본문 원문까지 남아 있지는 않았으나 작업 식별자와 결과 코드는 확인할 수 있었다. 9시 41분 최초 인쇄: 한 장 배출, 두 장 중 한 장 미완료. 9시 42분 재인쇄: 작업 취소. 9시 43분 경고 하향: 별도 업무 기록. 기술적으로 세 줄은 다른 작업이었다. 다만 유사한 숫자와 ‘완료’라는 용어가 섞여 사용자 화면에 표시됐다. “그럼 우리가 찾는 취소는 프린터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군요.” “커졌지. 아직 익명 파일 원본이 같은 번호를 가리키는지 봐야 해.” 그날 저녁, 한유리가 내게 전화했다. 유명 계정이 ‘취소했다더니 왜 경고가 내려갔나’라는 제목으로 김주하의 사진을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실명은 가렸지만 회사 명찰이 보여 특정 가능했다. 유리는 사진을 즉시 퍼오지 않았다. 계정 운영자에게 원본 출처를 요구하고, 게시로 생긴 피해를 기록해두었다. “사람들은 지금 뭐가 궁금할까?” 유리가 물었다. “누가 죄를 지었느냐겠죠.” “너는?” “왜 그날 프린터가 두 장을 받았는데 한 장만 내보냈는지.” 그녀가 웃었다. “그런 건 기사 제목으로 재미없어.” “그래도 사람을 구분해주는 질문이잖아요.” 저녁 여덟 시, 고태원이 정식 진술서에 한 문장을 추가했다. ‘종이 걸림 표시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두 장이 모두 전달됐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내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문장 때문에 회사의 징계를 받을지도 몰랐다. “후회하세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후회하죠. 하지만 제대로 적고 나니까, 왜 그때 두 장이 있어야 했는지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일의 가장 작은 단위에 남는 사람이 있었다. 잘못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 잘못이 다른 사람이 준비한 범죄까지 대신 떠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후 두 시 반, 고태원의 회사에서 그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그는 두 장을 출력하지 못한 잘못은 인정하겠지만, 종이를 숨긴 사람이라고 적으라는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실제로 그런 요구를 했는지는 내가 보지 못했다. 다만 고태원은 회사 담당자의 이메일을 그대로 보존해 변호인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그는 내게 물었다. “제가 프린터를 고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요?” “그날 뒷장도 전달됐다면 이후 절차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고를 참고로 바꾸는 건 별도의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 사람의 기회를 만든 거군요.” 나는 그 문장을 고치고 싶었다. 기회를 만들었다는 말은 고태원이 타인의 행동까지 결정했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시 실수를 한 건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 실수를 악용했다면 그 선택까지 고태원 씨의 행위로 합칠 수는 없습니다.” 고태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나눠서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나눠서 기록해야 합니다.” 오후 세 시에는 2025년 당시 프린터 유지보수 담당자에게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생겼다. 오래된 부품 교체 기록에는 8월 25일 이후에도 같은 급지 오류가 두 차례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고태원이 말한 고장과 잘 맞았다. 하지만 그날 기계 안에 걸린 특정 종이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시 직원들은 기계가 다시 움직이면 고장 난 종이를 버리고 다음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프린터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내가 말했다. “기계는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했을 뿐이야. 그 정보를 어떤 뜻으로 적은 건 사람들이고.” 선영은 말했다. 그날 저녁, 김주하는 지난번에 자신이 받은 한 장짜리 종이의 상단이 구겨져 있었다는 기억을 더했다. 그러나 그 구겨진 모양만으로 어느 프린터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 그 기억에 맞는 사진을 보내오더라도 원본과 대조하기 전에는 연결하면 안 됐다. 나는 구겨진 종이의 귀퉁이를 상상하는 대신, 기계가 내보내지 못한 뒷장의 업무적 의미를 확인했다. 그 장에 적힌 ‘검토 담당 공백’은 진행하면 안 되는 조건을 알려주는 정보였다. 앞장에 적힌 ‘마감 확인’은 진행하려는 이유를 적은 정보였다. 둘 중 하나만 남으면 요청의 성격이 달라진다. 나는 처음으로 ‘누락’이라고 적힌 내 메모 옆에 ‘누가 누락을 알았는가’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실수는 모두가 할 수 있다. 실수가 발견된 뒤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게 막은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그때부터 달라진다. 밤 아홉 시, 선영이 내게 화면 일부를 보여줬다. 9시 42분 출력 취소 항목의 고유 식별자에는 익명 파일에 적힌 짧은 번호가 포함돼 있었다. 취소한 것은 9시 29분 요청서가 아니라 9시 42분 재출력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한 가지가 남았다. 누군가 왜 그 작은 오류를 알고 있었을까. 수년 된 인쇄 작업번호는 일반적인 외부인이 보기 어려운 정보였다. ‘모르는 사람을 찾지 말고, 접근할 수 있던 범위부터 찾자.’ 나는 메모했다. 그렇게 적고 나니 익명 발신자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처음으로 현실적인 출입문과 기록 번호를 가진 사람들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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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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