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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반납되지 않은 임시 카드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4,011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정민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2025년 8월 25일 인증 오류 당시 임시 출입 카드 인계 장부 확인.’ 나는 즉시 답장을 쓰지 않았다. 그 메시지 한 줄만으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카드가 있었다는 사실과 누가 썼다는 사실은 다르다. 그때의 교훈을 배우는 데 백 화가 걸렸다. 2월 9일 화요일, 오선영은 민규가 찾은 장부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임시 출입 카드는 정보관리 담당자가 발급했고, ‘공용 업무구역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한 차례 전달됐다. 반납 확인란은 비어 있었다. “반납되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기록상 반납 확인이 없어. 실제로 돌려주지 않았는지는 확인해야 해.” “그런데 그런 카드가 9시 43분 작업에 쓰였다면요?” “쓸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지도 봐야겠지. 출입 카드와 시스템 인증 수단이 같은 물건인지도 확정되지 않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이름이 나타나기 전에 또 다른 명칭을 구분해야 했다. 오전 열 시, 유지보수 업체가 보유한 방문 작업 내역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 임시 출입 카드를 전달받은 사람은 당시 회사 출입 등록상 ‘시설 지원 담당’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그 등록명은 개인이 아니라 협력업체 업무 유형이었다. 카드 발급 승인란에는 공용 부서 이름이 있었다. “이런 기록으로는 사람을 못 찾겠네요.” “반대야.” 선영이 말했다. “어떤 사람을 지목할 수 없는지 알게 됐잖아. 이제 인계 당시 실제 서명을 찾아야 해.” 점심에 임소율에게 메시지가 왔다. 비용 귀속 재검토 담당자가 신고 철회 오표기를 정정했으니 별도 확인 면담을 하자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면담 요청서를 보존하고 변호인과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 나는 자기 주장을 반복하는 것보다 새 자료가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확인하라고 권했다. 그녀는 답했다. ‘이번에는 저 혼자 가서 말로만 듣고 오지 않겠습니다.’ 오후 두 시에는 김동식 경비원이 경찰에 다시 진술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에게 15만 원을 줬던 사람의 얼굴이 아닌, 봉투를 건네는 손의 특징이 떠올랐다는 것이었다. 다만 두 달이 지난 뒤 생긴 기억이라 진술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경찰은 처음 진술과 달라진 부분을 구분해 적었다. “그런 기억도 의미가 있습니까?” 내가 묻자 선영이 말했다. “독립 자료로 확인되면 의미가 생기지. 기억을 맞춰주는 증거를 찾아야지, 증거가 기억에 맞게 바뀌면 안 돼.” 나는 오래전에 받은 봉투 사진을 떠올렸다. 돈의 액수는 정확했지만 그것을 촬영한 사람은 몰랐다. 뇌물을 받은 경비원의 잘못은 분명해도, 그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낸 사람의 목적은 여전히 다른 문제였다. 오후 네 시, 유지보수 업체가 2025년 당시의 작업 완료 확인서를 찾아냈다. 장부의 반납 확인란은 비어 있었지만, 카드 번호와 일치하는 임시 카드가 같은 날 오후 다른 창구에서 수거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전달 부서와 회수 부서가 달라서 장부가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누군가 카드를 훔친 건 아니라는 겁니까?” “그것도 아직. 다만 ‘반납되지 않았다’는 결론은 틀렸다는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을 뻔했다. 경찰이 밤새 쫓던 반납 누락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기록을 연결하지 못한 행정상의 틈이었고, 그 틈 자체가 수사에 남겨야 할 사실이었다. “이것도 상대가 이용할 수 있겠네요.”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먼저 확인했어.” 오후 다섯 시, 한유리는 인터넷에 올라온 ‘도난 카드로 문서 조작’이라는 글을 발견했다. 작성자는 반납 확인란이 비어 있는 장부 한 장을 증거로 제시했다. 회사 직원이라면 두 번째 창구의 회수 기록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빼놓을 수 있었다. 유리는 경찰이 확인한 사실을 공개 가능한 범위로 정리해 글의 출처를 요구했다. 그 글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삭제는 작성자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번에도 자신이 먼저 던진 결론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저녁 여섯 시, 윤세한 명의 계정과 관련된 인증 기록에서 특정 기기 번호가 나왔다. 그 번호는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29분 요청서를 만든 단말과 같지 않았다. 요청서 작성과 조건 확인이 별도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정황이었다. 나는 선영에게 물었다. “그럼 경고 하향을 실행한 사람이 적어도 두 단계를 거쳤다는 뜻입니까?” “단계를 거쳤다는 뜻이지, 한 사람이 두 곳을 옮겨 다녔다는 뜻은 아니야.” 그녀는 늘 내가 뛰어넘고 싶은 한 칸을 정확히 가리켰다. 밤 아홉 시 무렵, 고태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서 조사관님. 그날 제가 출력한 현황표를 김주하에게 준 건 맞아요. 그런데 한 장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무슨 장입니까?” “검토 공백을 적은 뒷장요. 제가 주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앞장만 줬습니다.” 나는 펜을 멈췄다. “그 사실은 경찰에 말씀하셨습니까?” “지금 가서 말하려고요.” “그러면 저에게 먼저 말하기보다 정식 진술에서 정확한 기억과 기록을 구분하십시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저는 맨날 그때 조금만 더 확인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답했다. 오전 열한 시 삼십 분, 나는 예전 기록보관 작업자 이명석에게서 전달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원효로 옛 물류건물에서 근무하던 시절, 카드 인계 장부의 공란이 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경험만으로 2025년 8월 25일 특정 카드의 사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가 알지 못하는 사건을 알고 있는 것처럼 진술하지 않도록 오선영에게 그 구분을 전달했다. “모든 사람이 그날 그 장부를 봤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더 위험해.” 선영이 말했다. “맞습니다. 현장 관행과 특정 사건의 사실은 다르니까요.” 점심에 김주하가 자신이 썼다고 알려진 경고문의 실제 내용과 원래 출력 작업을 구분해달라는 요청서를 냈다고 했다. 김주하가 9시 24분 복구 작업을 확인했다는 기록은 존재했지만, 그보다 앞서 작성된 경고문을 그녀가 직접 썼다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나는 그 차이를 두 번 설명했다. 누구나 컴퓨터 화면을 열 수 있고, 누구나 고장 난 프린터를 고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문서의 작성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후 세 시, 한유리는 카드 반납 공란 사진을 공개한 계정이 동일한 문구를 다른 게시판에도 반복해서 올렸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계정이 여러 개라는 사실만으로 동일인이 작성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유리는 닮은 글을 하나로 합치는 대신 원본 게시 시각과 공개 범위를 따로 보존했다. 그 판단 덕분에 잘못된 의혹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붙지 않았다. 오후 네 시 반, 배은정이 공식 연락을 통해 차량 열쇠 사진과 실제 열쇠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오래된 사진을 제출했다고 했다. 유족이 처음에는 쓸데없어 보인다며 넘겼던 가족 여행 사진이었다. 배정우가 그때 어느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익명 사진이 배정우의 열쇠라고 단정할 근거는 더 약해졌다. “유족분이 잘하셨네요.” 내가 말했다. 선영은 조용히 답했다. “잘하셨지. 그렇다고 그분이 앞으로도 계속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유족은 경찰의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기록을 하나 찾아냈다고 다른 모든 빈칸까지 채우게 해서는 안 된다. 저녁에 내게 또 하나의 익명 댓글이 전달됐다. ‘카드가 반납되지 않았다’는 문장이었다. 그런데 수사팀은 같은 카드 번호의 회수 기록을 이미 확보했다. 나는 처음으로 상대가 너무 오래된 자료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생각도 근거를 얻기 전에는 가설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그 빈자리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긴 일이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통화를 끊고 나는 수첩에 새 줄을 적었다. 사람은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게을러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같은 결과에 기여했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지우려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상대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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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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